영국에 와서 좀 살다보니, 좀 특이하게 보이는 현상이 눈에 띠었다.
그것은 자주 유리창을 닦는 풍경이었다. 학교에서 3-4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의 유리창을 밖의 바닥에서 대걸레 같은 것을 무쟈게(?) 길게 늘어 뜨려서 유리창을 닦는 모습이었다. 무신 키다리 아저씨가 난장이는 흉내도 못내는 높은 담을 훌쩍 넘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 유리창 청소야 한국에서도 보는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이 곳에서는 어째 자주 목격되고, 높은 곳에까지 올라가서 닦는 것이다. 서울에서 고층빌딩 유리창 청소는 건물 꼭대기에 헬멧 쓰고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쓱싹쓱싹 딱는 것을 보았지만, 여기서는 아직 그런 모습은 보지를 못했고, 건물 밑에서부터 올라가면서 유리창 청소를 하는 것을 봐서 그런지 쪼까 특이했다.
고가 사다리를 이용해서 하는 물청소
그런데 놀라운 일은 집안 유리창에서 갑자기 무신 소리가 나는 경우이다. 무신 말인고 허니, 어느 한적한 오전 시간 집에 있을 때에, 어디에선가 드륵드륵 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게 무신 소리인고 하고 긴장할 때가 종종 있다. 옆집에서 공사하는 소리인지, 건물 벽에 금이 가는 소리인지, 여하 간에 뭔가 조짐이 안 좋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금속성 소리가 들릴 때가 많다. 나중에 유리창 문을 열고 보면, 난데없이 어떤 사람이 불쑥 나타나서 아파트 유리창을 벅벅 밀고는 매우 빨리 닦고서는 사라지던 사람들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그냥 건물 밖 땅바닥에서 장대 걸레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집의 유리창을 청소하는 광경
어떤 사람은 샤워하고 나오다가, 누구는 설거지 하고 있다가 유리창으로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양반 땜시 무쟈게 놀래부렀다고 하는 웃지못할 전설같은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쪼까 그랬으니, 다른 양반들, 특히 여자분들이 그런 경험을 했다면 어쨌을까 한번 상상해보시라....그 상상에는 세금을 안물리겠습니다. ㅎㅎ

 부엌과 화장실의 유리창 청소 장면, 순간 포착 드디어 성공
꼭 잠복근무하다 현장에서 현행범을 체포하듯이 유리창 청소하는 장면을 잽싸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 사진 하나 건지려고 몇 달을 잠복근무(?)했는지 모른다. 글은 진즉 써놓았는데, 어떻게 해서 생생한 사진을 올릴까 고민(?)하다가, 드디어 성공. 오! 쾌재라. 내가 기자는 아니지만, 맞어 ! 내가 그래도 문화유산해설사 특파원이 아닌감. 나도 좀 근성이 있지 않은가 하는 착각을 잠시했다.
비도 자주 오는 나라에서 무슨 유리창을 그렇게 자주 닦는지 원...학교 기숙사에서 사는 어느 분의 이야기에 의하면, 일 년을 넘게 살아도 카페트 청소하는 걸 별로 본 적이 없고, 복도 청소도 거의 안한다는데, 비도 자주 오는 나라에서 뭣 땜시 그리도 유리창은 그렇게 자주 닦는지 모르겄다고....
부엌에서 설거지 할 때는 또 어떤지.... 접시를 세제에 한번 담근 후 훌렁훌렁 한두번 씻고서는 선반에 그대로 올려놓는다.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네들은 위생관념이 과연 있는 것인지 ?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영국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본 다른 분들의 경험을 들어봐도, 이 같은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국 자동차보험회사 조사자료에 의하면 영국 사람들 중 13%는 일년에 한번도 세차한 적이 없다고 하니, 참 이상한 일이다.
또 방안에 멋있는 고급 카폐트를 깔아놓고 거기에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을 보면....이것이 문화의 차이다. 우리 한국 사람은 영국 사람 집에 놀러 가면 이 신발 문제 땜에 고민이 많다. 과연 벗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과연 이것이 문제로다(?). 영국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신발을 신고 방안 카페트를 들락거렸기 때문에 전혀 의식을 하지 못하지만, 우리같이 방안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고 들어 가는 문화에서는 정말 이상한 느낌이 든다. 나는 영국사람 집에 일주일에 두 번 성경공부하러 다닌다. 카페트가 무지 고급스러워 보이고, 주인은 신발을 신고 들어오라고 하는데 신발을 신고 들어가기가 영 찝찝해서 신발을 벗고 대신 슬리퍼를 신고 들어간다. 주인은 신발을 신고 다닌다. 물론 현관앞에 밖에서 묻는 흙같은 것은 털고 들어오라고 매트가 준비되어있기는 하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한 달에 한번정도 유리창 청소를 한다. 복도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것을 알기까지는 몇 달이 걸렸다. 청소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봐야 했으니. 이런 청소비를 포함한 돈(service charge)을 집주인이 냈기 때문에, 나는 잘 몰랐었다.
어떤 유학생은 개인 주택에 살면서 2주에 한번씩 유리창을 닦으면서, 3파운드씩 주고 닦았다고 했다. 그 양반은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닦는데 자기네만 안 닦으면 이상하게 보일까봐 피같은 3파운드 내고 닦았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깨끗한 유리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빗물 자국으로 얼룩이 된 유리창을 보고 있으면 시원스럽게 닦아주는 아저씨가 기다려지기도 한다고....
광고판을 물청소하는 아저씨
그런데 우리네 인생사에서 겉은 궁극적으로 그렇게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밖에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우리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에 비하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 맘 속에 자리한 그것들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연습해야겠다.
|
첫댓글 유리창청소는 깨끗이하고 실내는 먼지투성이고(신발에서 묻어난) 참 이해가 안되네요
닐씨탓이지요. 우리네 하늘같은 맑고 깨끗한 환경은 좀 그냥 두어도 지낼만하니까. 오늘 지리산 문수사 다녀왔는데 문수골 팬션 계곡 폭포 널바위 옥녀 기분 알까몰라. 우리밀칼국수맛 그리고 은초롱꽃 향기가 바로 지리산향기원자료 아이구 왕삼색나비애벌레는 기린초만 먹고 자란다고 보리새싹차맛은 참 사성암등불!
나열된 낱말들이 청아한 느낌을 줍니다. 지 리산에서 채취한 어느 풀 가지고 향을 만든다고 하던데요, 그런 것인가봐요. 지리산계곡 좋~지요. 누님, 신선이 따로 없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