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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패셔니스타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방송에 입고 나온 옷은 곧바로 ‘완판 리스트’에 오른다. 연예인만큼이나, 때론 그들보다 더 패션 필드에 파급력을 몰고 오는 자매가 있으니, 바로 삼성가의 이부진·이서현 자매다.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아 더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들 자매의 같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을 파헤쳐봤다.
2012년 호암상 시상식에 등장한 두 자매. 이서현은 자신이 론칭한 브랜드 에피타프의 이너와 화이트 재킷을 입었다.

확실히 다른 두 자매 스타일
2012년 1월 12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2’를 찾은 이건희 회장과 두 자매. 같은 캐주얼 스타일이지만 확연히 취향 차이가 드러난다.

이부진, 이서현 자매는 얼핏 보면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대조되는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올림픽 화면에 비친 모습만 봐도 그렇다. 언니 이부진은 루스한 실루엣의 화이트 블라우스에 블랙 스키니 차림의 캐주얼한 모습인 반면, 동생 이서현은 블랙 롱 재킷의 미니멀한 차림이었다. 스타일에 있어서 이런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은 비단 올림픽 때만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인상의 이부진과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서현은 확연히 다른 취향의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두 자매가 나란히 서 있을 때 더욱 잘 느껴지는데,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2년 호암상 시상식 때의 두 자매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부진은 소매가 섬세한 레이스로 이루어진 여성스러운 네이비 미니 드레스를, 이서현은 노 칼라에 골드 포인트가 가미된 화이트 재킷과 블랙 와이드 팬츠를 입었다(이서현이 입은 화이트 재킷과 이너 톱은 제일모직에서 론칭한 에피타프 제품으로 재킷 가격은 40만 원대, 이너 톱 가격은 10만 원대로 알려져 있다). 가방을 살펴보면, 이부진은 비교적 얌전하고 심플한 블랙 미니 클러치를 손에 들었고, 이서현은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의 콜롬보 핸드백을 들었다. 이날 이부진은 자그마한 드롭 귀고리를, 이서현은 큼지막한 진주 귀고리를 착용했다.
이건희 회장은 두 자매를 자주 공식석상에 대동하고 나선다. 지난 1월 12일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12’ 행사장에도 부진, 서현 자매와 함께 등장했다. 두 자매는 모두 블랙과 화이트 컬러를 활용해 스타일을 완성했는데, 이부진은 이태리 명품 캐시미어 브랜드인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화이트 셔츠를 입었고, 이서현은 캐주얼한 티셔츠 위에 화이트 재킷을 매치했다. 두 사람 모두 비교적 캐주얼한 스타일을 연출했음에도 언니와 동생의 스타일 차이는 확실히 드러났다.
두 자매의 같은 스타일 코드
2010년 故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때. 이서현이 입은 코트는 지암바스타 발리 제품.(왼쪽사진)/ 2011년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에 참가한 이부진, 이서현 자매. 이서현이 입은 블랙 코트는 발맹 제품으로 1천만원 후반대에서 2천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두 자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컬러 매치. 약속이라도 한 듯 블랙과 화이트 일색이다. 클러치나 토트백, 액세서리 등으로 포인트를 줄 만도 한데, 언제나 블랙과 화이트 컬러만 활용해 스타일링한다(작년 6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1년 호암상 시상식’에서 이서현은 예외적으로 핑크색 재킷을 매치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논 프린트(None-Print) 아이템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동생 이서현은 가끔씩 프린트 의상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프린트가 돋보이지 않거나 어두운 컬러로 프린트된 스타일 정도에 그친다. 또한 이들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나 브랜드명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제품은 착용하지 않는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삼성가의 패셔니스타, 이서현
골드 트리밍과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재킷은 제일모직에서 론칭한 에피타프 제품으로 40만원 후반대.(왼쪽 사진)

파슨스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하고 현재 삼성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사업인 패션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서현은 아무래도 언니 이부진보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 패션을 이해하는 능력과 트렌드를 짚어내는 감각이 탁월하여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자인이 특징인 생소한 브랜드를 즐겨 입는다. 그것은 그녀가 착용하고 나오는 아이템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신년 하례식에 참석한 이서현은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편집매장 ‘10 코르소 코모’에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 상아의 블랙 리버백을 들었다. 2010년 2월 5일 호암아트센터에서 열린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프랑스 브랜드 지암바스타 발리의 빅 플라워 프린트 코트에 상아의 그레이 컬러 스네이크 레더백을 들었다(상아의 리버백은 ‘이서현 백’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가죽 브랜드인 발렉스트라가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발렉스트라 이시스 클러치를 들어 대중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서현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신체의 구조적인 면을 살린 테일러링으로 유명한, 이 시대 마지막 쿠튀리에로 불리우는 디자이너 브랜드 ‘아제딘 알라이아’를 꼽을 수 있다. 2011년 신년 하례식 때 골드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발맹의 블랙 코트에 아제딘 알라이아의 구두를 신었고, 이건희 회장 칠순 기념 만찬 때는 A라인 실루엣의 니나리치 블랙 코트에 아제딘 알라이아의 부츠를 신었다. 2010년 호암 시상식에서는 아제딘 알라이아의 화이트 드레스에 발렉스트라의 토트백을 매치했다.
이서현은 비즈니스 관련 공식석상에서는 주로 팬츠와 재킷를 입지만,가족 모임 때는 A라인 실루엣의 코트나 재킷을 입는 등 상황에 따라 스타일링에 변화를 꾀한다. 또한 자신이 론칭한 르 베이지, 헥사 바이 구호, 에피타프 등의 브랜드와 제일모직 자사 브랜드 의상을 선보이며 패션 사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의 옷장에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큰딸 이부진, 트렌디하고 시크한 작은딸 이서현에 비한다면 이건희 회장의 스타일은 무난한 편이다. 이 회장은 주로 콤비네이션 재킷을 활용한 캐주얼 슈트 차림인데, 재킷의 컬러를 관찰하면 이 회장은 물론 홍라희 관장의 취향까지 알 수 있다(홍라희 관장은 이 회장의 스타일링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네이비나 블랙 같은 진한 컬러보다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라이트블루, 파스텔블루, 핑크 등 연한 컬러의 재킷을 즐겨 입는다. 삼성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의 큰 관심사인 만큼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듯하다. 중요한 공식행사에서는 슈트 스타일을 선보이는데, 은은한 핀 스트라이프가 가미된 슈트에 파스텔컬러 넥타이를 즐겨 맨다. 행커치프 역시 빼놓지 않고 착용해 완벽한 슈트 스타일을 연출한다. 이 회장은 맞춤 수제 슈트 브랜드인 란스미어 제품을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