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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를 타고 임진각 쪽으로 달리다 통일동산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니 ‘예술마을 헤이리’란 이정표가 나온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15만 평 산자락에 들어선 이 예술마을에는 작가, 미술가, 음악가 등 예술인 37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해 독특한 건축 양식의 갤러리와 박물관, 서점, 카페 등을 모아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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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황인용 씨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카메라타를 상상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우리에겐 친근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지만, 그는 1만 장 이상의 레코드를 수집한 음악애호가이다. 또한 웨스턴 일렉트릭 앰프, 스피커와 클랑필름 앰프 등 미국과 독일의 1930년대 명기들을 전문적으로 수집해 온 마니아이기도 하다. 평생에 걸쳐 집요하게 아날로그 사운드를 갈고 다듬은 그에게 이 수많은 레코드와 음악 기기들은 단순한 수집품 이상의, 재산 목록 1호라 해도 과언은 아닐 터이다. 그의 재산 목록 1호가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카메라타는 다름아닌, 그가 오랫동안 꿈꿔오던 아날로그 음악 감상실이다.
“굳이 비유를 한다면, 아날로그는 추억이고 디지털은 현실이지요. 오아시스같이 소박한 아날로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만나서 그 추억을 떠올리고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테구요. 음악은 그 추억을 재생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지요.”
그의 바람대로 카메라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야에 들어오는 공간보다 청각을 자극하는 음악에 먼저 익숙해진다. 어떤 날은 클래식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어떤 날은 재즈 혹은 올드팝일 수도 있다. 장르만 다를 뿐 그 느낌은 비슷할 것이다. LP에서 흘러나오는 추억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DJ 황인용의 멋진 음색을 들을 수 있고, 더욱 운이 좋다면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그가 직접 내린 에스프레소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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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3층 건물인 카메라타는 거주와 음악 감상이라는 각각의 기능을 가진 2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 계단과 연결된 지상 3층은 황인용 씨의 사택이지만, 출입을 막기 위한 별다른 조치가 없어 카메라타를 방문하는 이들에겐 공개되고 있는 셈이다.
1층은 카메라타의 주된 공간인 음악감상실. 입구 정면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스피커는 황인용 씨가 소장한 오디오 기기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웨스턴 일렉트릭 제품으로 건조한 노출 콘크리트 공간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 앞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는 매주 카메라타에서 열리는 기획 프로그램을 위한 소품으로, 손님이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1층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부스에는 앰프와 플레이어, 그리고 LP들이 가득 꽂혀 있는데, 황인용 씨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이곳에서 DJ가 되어 신청곡을 틀어주며 디스크쇼를 열기 때문이다. 전면 유리로 마감된 DJ 부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LP들을 향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들. LP에 습기가 차는 것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라지만, 이곳에서는 ‘선풍기’조차 아날로그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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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주방 옆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1층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커피와 차를 주로 대접하는 1층과 달리 와인 전문 바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는 와인바 이외에 덤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있다. 크기는 작지만 양옆으로 길게 뻗은 창 덕분에 인근 헤이리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2층 난관에서 1층을 내려다보면 그 높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에 놀란다. 카메라타를 찾은 이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도 이곳의 천장이 소금창고처럼 높고 깊다는 것. “해풍에 절고 찌든 소금창고에서 음악을 들으면 그 울림이 기막히게 좋습니다. 그래서 감상실도 소금창고처럼 지어달라고 했더니 이런 건물이 됐죠.” 건축주인 황인용과 건축가 조병수의 생각이 가장 맞닿아 있었던 부분도 ‘높은 천장’이었기에 작업 진행이 빠를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건축가 조병수는 이 건물로 미국건축가 상을 받기도 했다. 휴대전화만 걸어도 흘러나올 만큼 음악이 흔해진 세상에 ‘흔치 않은 소리’를 들려주는 카메라타. 소릿골 긁는 소리 묻어나는 LP와 턴테이블, 진공관앰플, 30년대 스피커…. 이러한 옛 친구들이 있기에 카메라타에서는 지금도 그 누군가의 추억이 재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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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오디오 시설은 거의 초고수준,
음악이 원음에 가깝게 들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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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LP 판이 소장되어 있는 DJ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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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는 직접 사연을 이야기 하고 노래를 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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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동안 휴식을 하면서
이야기와 차를 나누는 젊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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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있는 황인용님.
황인용님의 청춘도 이제 저만큼 물러갔지만 마음은 아직 열정으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