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17장 1-13절
찬송가 322장 ‘세상의 헛된 신을 버리고’
사사시대는 약 340년간 12명의 사사에 의해 통치되었으나 사사가 왕처럼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다스린 것은 아니었기에 백성들은 하나님을 떠나 온갖 우상숭배를 일삼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이 시기는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전하는 자도, 그 말씀을 들으며 순종하던 자들도 많지 않고 무정부 시대와 같았습니다.
사사기의 내용을 구분해 본다면 가나안 정복과정을 요약한 내용과 여호수아의 죽음에 대해 3장 6절까지의 내용은 서론에 해당이 됩니다. 그리고 3장의 웃니엘부터 12장의 삼손까지 12명의 사사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 부분이 본론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나서 17장 이후의 내용은 사사기에 부록과 같이 붙어 있는 부분입니다.
17장은 미가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가 살던 시기는 분명히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사사가 아닌 미가의 이야기가 17장과 18장에 걸쳐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경이 이처럼 미가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은 당시 사회가 얼마나 영적으로 타락해 있으며 혼란스러웠는지를 강조하여 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미가는 예루살렘 북쪽 에브라임 산지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상당히 많은 가치를 지녔던 은 1,100세겔을 잃어버리게 되자 자신의 재산을 훔쳐간 사람을 저주합니다. 그런데 그 돈에 손을 댄 것은 바로 그 아들 미가였습니다. 미가는 어머니의 저주가 자신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 하여 어머니에게 돌려드렸고, 어머니는 자신의 저주가 아들에게 미치지 않도록 은 200세겔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합니다. 미가의 어머니는 아들을 저주의 덫에서 풀어내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하나님의 신상을 만들어 자신의 믿음의 열심을 표현하였습니다.
하나님을 어떤 형상으로 만들어 섬기려 했던 이들의 모습은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얼마나 영적으로 무지하며 부패해 있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십계명 가운데 제2계명이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이들은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면서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우상을 만들고, 아들 미가는 하나님을 위해 신당을 만들어 그 안에 온갖 신상을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들을 우선 제사장으로 세웠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당시 사회 모습을 한줄로 잘 요약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사사기 17장 6절입니다.
(삿17:6) 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계속되어지는 본문에는 한 사람이 더 등장하면서 당시 사회가 총체적으로 얼마나 부패해 있었는지를 입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가는 신당 안에 각종 신상을 채워 넣은 뒤 이제 제사장까지 있으면 구색이 맞겠다 싶어서 제사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한 레위인이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본문 17장 8절과 9절입니다.
(삿 17:8~9)그 사람이 거주할 곳을 찾고자 하여 그 성읍 유다 베들레헴을 떠나 가다가 에브라임 산지로 가서 미가의 집에 이르매 미가가 그에게 묻되 너는 어디서부터 오느냐 하니 그가 이르되 나는 유다 베들레헴의 레위인으로서 거류할 곳을 찾으러 가노라 하는지라
레위인은 가나안 땅을 분배받을 때 그들의 땅을 별도로 분배받지 않고 도피성 6개를 포함하여 다른 지파들의 땅에 총 48개의 성읍을 거주지로 분배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사기 시대는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으로 매우 무질서 하였고, 원래 레위인들은 다른 지파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도록 하였지만 이것 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레위인들은 생계를 위해 본래 살도록 한 성읍을 떠나 다른 성으로 옮겨다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본문에 등장하는 레위인 청년도 원래는 유다 지파의 베들레헴에 살았지만 자신이 거할 적절한 장소를 찾다가 결국 에브라임 산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7절에서 이 레위 사람을 청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시 제사장은 30세 이상이 된 자만이 가능하였지만 그는 아직 나이가 안되었기에 청년이라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혼탁한 사회에서 레위지파가 아닌 사람이 제사장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레위인 제사장은 권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미가는 이 청년이 정상적인 제사장이 되기에는 부족하였지만 레위인인데다가 자기 아들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아들을 대신하여 이 레위 청년으로 하여금 자기 집에서 제사장으로 있어줄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미가의 제안이 본문 10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삿 17:10)미가가 그에게 이르되 네가 나와 함께 거주하며 나를 위하여 아버지와 제사장이 되라 내가 해마다 은 열과 의복 한 벌과 먹을 것을 주리라 하므로 그 레위인이 들어갔더라
미가는 레위청년에게 자신을 위해 아버지와 제사장이 되어달라고 말합니다. 나이 30세도 안된 레위청년을 제사장으로 세우기 위해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에게 해마다 은 열과 의복 한 벌과 먹을 것을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말씀 가운데 미가의 이러한 행동의 목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로 “나를 위하여” 제사장을 세우고 있습니다.
미가의 어머니는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그 행동은 결국 아들 미가를 위해 신상을 만든 것이었고, 그 아들 미가는 만들어진 신상을 신당에 모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신당을 지킬 제사장을 선발 하였는데 이러한 그들의 행동의 목적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일에 대해 이제 하나님께서 하실 일만 남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13절에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삿17:13) 이에 미가가 이르되 레위인이 내 제사장이 되었으니 이제 여호와께서 내게 복 주실 줄을 아노라 하니라
자신의 유익을 위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든, 무슨 말씀하셨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고 단지 자신에게 복 주는 하나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형상도 만들고, 그 형상을 놓을 신당과 그 신당을 관리할 제사장까지 세웠습니다. 자신이 열심을 다해 완벽하게 준비해 놓은 제단위에 이제 하나님께서 복이라는 불로 그 제물을 태우시기만 하면 하나님도 좋고 자신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철저히 하나님을 이용하여 자신을 드러내려 했던 이런 미가의 의도는 나중에 단 자손들에게 자신의 우상과 레위청년을 모두 빼앗기게 될 때 자기 마음을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아주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삿18:24)미가가 이르되 내가 만든 신들과 제사장을 빼앗아 갔으니 이제 내게 오히려 남은 것이 무엇이냐 너희가 어찌하여 나더러 무슨 일이냐고 하느냐 하는지라
미가는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였지만 자기 만족을 위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이루어 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비단 미가에게만 있었던 모습이 아니었기에 하나님께서는 영적으로 타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아주 적나라 하게 보여주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을 읽다 보면 미가가 이처럼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짓는데 크게 일조한 한 사람의 모습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바로 미가의 잘못된 행동에 맞장구 쳐준 레위 청년입니다. 에브라임산지에 정착하기 위해 내려온 이 레위 청년에게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 주는 미가의 말은 참 달콤한 제안이었습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바른 일은 아니었지만 레위 청년은 미가의 아들처럼 대우를 받으며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 모습이 11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삿 17:11) 그 레위인이 그 사람과 함께 거주하기를 만족하게 생각했으니 이는 그 청년이 미가의 아들 중 하나 같이 됨이라
미가는 레위 청년을 아버지처럼 제사장이 되어달라고 요청을 하였지만 제사장으로 고용되어 미가로부터 실제적인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이 레위 청년은 결국 미가의 아들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레위 청년은 생활에 있어서는 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하나님께 제사드리는 제사장의 직무를 온전히 감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였습니다.
사사시대 미가라는 한 사람의 종교적 타락은 당시 많은 백성들의 종교적 타락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미가의 모습이 사사시대에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나름 열심있는 모습을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고, 그로 인해 복을 주실 것이라 기대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닌 인간의 방법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잘못된 열심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망하시고, 그 행위를 심판하십니다.
사사시대에는 하나님께서는 세우신 제사장으로 하여금 실로에 나아가 예배드리도록 하였지만 미가는 자기 방식대로 하나님을 열심히 섬기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잘못된 열심은 너무나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행동입니다. 진정한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그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있을 때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며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시지만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자신만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본문은 다시한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본문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적으로 혼탁한 시대에 자기 생각과 소견대로 살아가며, 자기 방식대로 하나님을 섬기려 하는 사사시대의 무지한 백성이나 이러한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분명히 지적하기 보다 오히려 맞장구 치며 자신의 욕심과 이익의 기회만을 살피는 악한 지도자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혼탁한 상황에서 거세게 부는 바람과 풍랑으로 인해 오히려 힘들고 불확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따르기 보다는 오히려 이 시간을 통해 하나님의 이끄심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는 ‘테바’ 의 삶을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그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을 온전히 나타내 주십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영적으로 혼탁한 시대에 많은 이들은 자신의 소견에 옳은대로 살아가려 합니다. 어떤 이는 하나님을 위한다 하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욕심과 이익을 위해서 하나님까지도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미가와 한 레위 청년의 모습처럼 이 시대 잘못된 욕심으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거나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혼탁한 시기에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진심으로 바라며 주님께 온전히 의지하는 ‘테바’ 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서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 모든 말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