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일요일.
올해처럼 인연의 의미를 여러 번 느껴 본 적이 있을까? 6월에 산악회 등산에 지각으로 참석치 못하고 대타로 팔공산 갓바위 참배에 참석하였다가 무슨 인연이지 신도님들 사진을 찍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벌서 4번째나 팔공산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1주일 전에 기사님으로부터 갓바위 부처님 사진을 8*10인치로 40장이나 인화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역시 거절할 줄을 모르는 나의 바보스러움과 감사함에 그러자고 약속하고, 월요일 밤에 인화 주문을 하였더니 목요일에 도착하였다.
더 멋지게 해 주려고 글자까지 넣고, 희뿌연 하늘색이 마음에 안 들어 좀더 선명하고 새파란 하늘색을
포토샵으로 넣었더니 오히려 좀 어색하게 보인다. 원래의 순수한 그대로가 더 자연스럽고, 좋은 듯하다.
전날, 토요일에 카페회원 24명과 신불산 간월재(해발 1,000미터)까지 올라 계곡으로 내려 오는 등산도 하였고,
2차 뒤풀이 후에는 어느 분의 집에까지 가서 사진프로그램설명과 사진 지도를 하고 집에 들어 오니 10시가 넘었다.
항상 하는 일과처럼 사진을 손질하느라 12시가 넘어서야 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에 오늘의 산행을 어찌해야 하나 걱정만 앞섰다.
잔뜩 지푸린 하늘이지만 일찍 서둘러 교대앞으로 갔다. 예상보다 빨리 8시 15분에 버스는 오지만
함께 가기로 한 일행 3사람이 오지를 않는다. 연락처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카페회원인지라 10분을 붙잡아 놓고 기다리다 어쩔 수 없이 출발을 하였다. 가기 힘들면 연락이라도 해 줄 것이지...원망이 쌓인다. 기사님 보기 미안할 지경이다.
동래역 앞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타니 그런 대로 자리도 차고 부산을 벗어나니 비는 세차게 내린다.
비온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도 참배하러 가는 이분들의 굳은 불심은 세찬 빗줄기로써도 막을 수 없는가 보다.
다행히 팔공산에 도착하니 빗줄기는 가늘어지고, 신도분들은 전부 갓바위를 향해 산행길에 오른다.
나는 기사님과 식사를 나누고, 선본사로 향하였다. 어제 오른 무거운 발걸음이 보슬비를 뚫고 올라 갈 용기를 주지 못한다. 카메라 때문에 라는 좋은 핑계거리도 있겠다.....
비구름에 쌓인 팔공산 준봉들을 담아 보다가 선본사 뒷산으로 올라 가보고, 나무숲이 시야를 가로 막는 신통찮은 조망에 하는 수없이 발길을 내린다. 선본사 경내에서 이리저리 거닐다가 불사에 시주한 명단을 보니 첫머리에 노태우 전대통령의 가족명이 쫙 올라 있다. 물태우라고 조롱 받던 일국의 대통령은 갔어도 그 이름만은 여기저기 불망기에 새겨졌으니 권력은 짧아도 그 남긴 이름은 유구한 것인가...시간이 되어 관음휴게소로 내려 온다.
날씨가 좋아지는 관계로 기사님이 삼사순례로서 불굴사로 안내한다. 두 번째 방문에서 다녀 간 곳이다.
원효대사가 수도하고 창건한 곳이고, 김유신 장군이 수도한 곳으로서 유명한 곳이다. 약사전과 대웅전의 내부를 유심히 돌아 보고 탑돌이의 모습도 담아 본다. 유서가 깊은 절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널찍하게 자리잡아 그윽한 정감이 서린 곳이다.
< 갓바위 쪽을 바라보며 서 있는 약사여래불은 족두리를 쓴 형상이라 할머니불이라한고, 갓바위 약사여래불은 갓을 쓴 할아버지에 비유된다>
< 주차장에서 담은 홍주암의 전경 >
홍주암은 전에 다녀 왔기에 생략하고, 경내를 세밀하게 담아 보았다. 두 대의 버스에 나누어 많은 신도들이 찾아 오니 젊은 스님도 반가워서일까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도 본다. 마루에 걸터 앉아 물끄러미 속세의 인간을 바라 보면서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일까? 깨끗하고 준수한 얼굴임에도 젊은 나이에 속세를 등진 사연이 궁금하기만 하다. 전에는 부산의 당감동 선암사에도 있었다고 전한다.
경내를 순례하고 주차장에 오니 역시 기사님이 도토리묵과 동동주를 준비하여 갈증을 풀어 준다. 훈훈한 인정에 이끌려 이렇게 자주 이 팔공산 차를 찾게되는가 보다.
불굴사를 참배하였으니 바로 부산으로 달리는가 싶었는데 만불사로 인도한다. 영천에서 건천읍으로 가는 도로변에 불사된 웅장한 만불사는 전에도 다녀 왔지만 동양 최대의 청동 아미타대불은 가까이서 담지 못했기에 먼저 그리로 향하였다. 아래에서 보기에는 금방 다녀 올 것만 같고 쉬워 보였는데 마음이 급해서인가 굵은 땀방울이 흐른다.
삼국시대부터 전래되어 무언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불굴사와 달리, 만불사는 교통 좋은 도로 옆에 자리 잡고, 해발 250미터의 만불산 정상에 거대한 청동불상을 세우고 좌우에 금빛 찬란한 불상이 셀 수 없이 ?騙? 도열하니 그 위용도 놀랍거니와 대불의 웅장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높이 33미터이니 왠만한 아파트 10층의 높이는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 대불 조성에 들어간 청동만해도 2,000관, 즉 7,500kg이 들어 갔다니 웅장한 느낌에 대한 감탄보다 지나친 허욕과 과시로만 느껴지는 것은 천박한 불심에 기인한 것일까? 청정무구의 삶을 기원하면서도 자연을 마음껏 탐내는 것이 불심이지, 눈에 보이는 찬란한, 수많은 불상을 탐하면서 어찌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고 정토세계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인가......色卽是空이요, 空卽是色이라고 했거늘....一切皆空인데....부처님의 뜻과는 어긋나게 물질화하고, 거대화, 허례화하는 것만 같아 아쉬운 마음을 안고 내려 온다.
첫댓글 앉아서 아름답고 시원한 절 잘 보았습니다. 갓바위는 10년도 훨씬 전에 딱 한번 가본적은 있습니다만 그때 올라가는데 제밥 힘들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힙니다. 샘물님.
팔공산도 만불사도 가보고싶은 절입니다~ 그 버스만 따라가면 갈수 있는가 봐요~~기회되면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