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아파트 관리규약이나 집합건물 관리단 규약에서는 관리비를 체납하는 자에 대해 단전·단수조치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체납자의 제재조치로서 단전·단수조치를 실행할 경우 형법상 강요죄 또는 업무방해죄의 성립가능성이 있으므로 관리주체로서는 체납 조치를 실행하더라도 큰 주의를 필요로 했는데요, 이런 단전·단수조치의 적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새로운 기준이 될만한 판례를 소개합니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는 이 사건 건물에서 사우나와 헬스장을 운영하는 구분소유자고,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관리단입니다.
2) 이 사건 건물 관리규약 제17조 제1항은 ‘상가 건물의 소유자 등이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거나 관리비를 2회 계속 연체할 때 관
리주체의 단전·단수조치와 법적 소송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고, 개정된 관리규약 제17조 제5항은 ‘관리주체가
독촉장을 발부한 후 관리비에 포함된 사용료 등을 체납한 소유자 등에 대해 전기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3) 원고가 피고에게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자 피고는 원고 소유 호실에 대해 단전조치를 고지하고 이후 실제로 단전조치를 시행했
습니다.
4) 이에 원고는 피고에 대해 단전조치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제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단전·단수조치의 적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집합건물의 관리단 등 관리주체가 단전조치를 하기 위해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단전조치의 경위,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 3604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76713, 76720판결 참조)”는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단전조치에 관해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없거나 규약이 무효로 밝혀진 경우 단전조치는 원칙적으로 위법하다. 다만
① 관리주체나 구분소유자 등이 규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규약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했는지
② 단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집합건물의 존립과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③ 구분소유자 등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단전조치가 위법하지 않다”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8다38607 판결 참조).
즉 기존에 법원에서 단전·단수 조치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관리인이 적법하게 선출됐는지’, ‘관리규약에 적법하게 단전·단수 규정이 존재하는지’를 근거 기준으로 판단해왔던 것에 더해 재판부는 해당 건물에 관리규약이 존재하지 않거나 관리규약이 존재하더라도 관리규약 제·개정에 있어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인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 조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한 것입니다.
통상 아파트나 집합건물의 관리규약이 존재할 경우 입주민으로서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적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그 규약을 신뢰할 수밖에 없고 아파트를 포함하는 집합건물의 원활한 관리·운영을 위해 부득이 장기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단전·단수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발생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사정을 모두 간과하고 추후 소송 과정에서 밝혀진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해당 관리규약이 무효라고 해 관리규약에 기초해 이뤄진 단전조치를 위법하다고 본다면 이는 자기 책임 원칙에 반해 부당하게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대상판결과 같이 단전·단수조치를 실시한 주체가 관리규약이 존재한 것으로 신뢰하고 그에 더해 해당 건물의 정상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부득이 단전·단수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단전·단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대법원의 판단은 입주민들의 신뢰를 보호하고 건물의 관리·운영의 실질적인 측면을 고려한 타당한 판결이라고 사료됩니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