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6)
2016-07-12 21:13:36
1.산행일 : 2016년 7월 9일(토)
2.산행코스 : 오대산진고개-노인봉-소금강계곡(낙영폭포-백운대-만물상-구룡폭포-식당암-십자소-무릉계)
3.동행산우 : 또2공대장,은수,상욱,재일,민영,해정,진운,허유(총8명)
4.산행차량 : 산수산악회 차량이용.
5.산행대장 : 허유
새벽 5시45분에 은수로부터 카톡이 온다. 참 부지런하다. 섬세하고 자상한 성격이다보니 아줌들이 좋아 죽는 모양이다.
은수덕에 졸지에 오대산 산행대장이 되어버린 나는 혹시 늦을까 새벽4시에 일어나 설쳐댔는데 눈섭 휘날리며 뛰어 가까스로
7시9분에 3호선 신사역에 정차한 산행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차량은 7시10분 출발이다.새벽부터 식겁했다.
3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는 데 주말 행락차량이 몰린데다 2018평창겨울올림픽 공사한다고 고속도로 1개차선을 막은바람에
거의 4시간30분 걸려 오전 11시40분경 해발 960미터 진고개 정상 주차장에 도착한다.하얀 화강암 얇은 돌을 깔아 잘 정비된 길을 따라 들머리를
지나자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영화에서나 본 장면이다.초원아래 구비구비 펼쳐진 봉우리들이 웅장하다.감탄이 절로 나온다. 새벽잠 설치고
차멀미하면서 온 보람을 느낀다.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 3.9킬로. 한시간정도 걸으니 노인봉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200미터 올라가면 노인봉인데 해정이는 그냥 내려가고 나머지 일곱명의 산우는 정상에 올라 사진박고 자취를 남긴다.
노인봉에서 소금강계곡길이 9.6킬로라니 상당히 긴거리다. 날씨는 33도의 폭염이니 쉬운 코스는 아니다. 하산길 중반정도까지는 좀 지루하게 느껴진다.길은 좁고 돌이 많아 몹시 조심스럽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경관은 변하기 시작한다. 소금강계곡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니 눈이 호사스럽다. 물이 많아지면서 바위에 부딪히고 소용돌이를 이룬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른다. 계곡사이를 이은 다리를 지나는 느낌이 서늘하다.
물은 흘러 낙영폭포를 이루고 광폭포,상폭포를 거쳐 구룡폭포에 이르니 웅장해진다. 구룡폭포에 떨어지는 물은 억겁의 세월을 흘렀을텐데 변함없이 물이 넘친다.물이 많다는 것은 젊다는 것이다. 우리 사람은 반백년만 살아도 물이 없어져 늙는데 부럽기 짝이없다.
친구들 모여 사진 한장 박는데 나는 우렁찬 물소리에 고래아줌마 생각을 해본다.
계곡양쪽의 절벽위에 열병하듯이 늘어선 오대산 붉은소나무에 감탄한다. 지름1.8미터 높이35미터에 이르는 붉은 소나무 자태에 나는 푹 빠져
버렸다. 쭉빠진 늘씬한 미인을 보는 느낌이다.여성들이 몸무게만 적게 나가면 날씬해진다고 생각하는 데 천만의 말씀이다.붉은 소나무처럼 쭉
빠져 태어나야 되는 법이다.내 인생에 저렇게 늘씬한 붉은 소나무같은 여인을 조우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에 잠시 잠겨본다.
산악회 버스가 6시 출발한다하니 알탕할 여유가 없다한다.다들 잠시 쉬면서 발을 물에 잠구고 더위를 시킨다. 나는 벗었다.바지를.그리고 물에 뛰어 들었다.33도의 폭염에 6시간여를 계곡길을 따라 내려왔는 데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서늘한 계곡물에 더위를 식히고 여분의 옷으로 갈아입고 출발하려는 데 좀 늦게 도착한 40대 아줌이 신발만 벗고 물속에 뛰어 들더니 우리를 향해 물은 뿌리면서 들어오라고 한다.
또2공대장이 나보고 들어가라고 민다. 순간 그 아줌의 관상을 스캔해보니 아니 이마에 이렇게 씌어 있는 게 아닌가?
"저산의 딱다구리는 없는 구멍도 잘도 파건만은
내님은 어찌하여 있는 구멍도 제대로 못파는가?"
몹시 안타까웠다. 여자의 자존심이 있는데 스스로 자빠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럴때 신사라면 슬며시 밀어주어 여자가 자빠지는 데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걸 신사도라 한다.그러나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랬을까?? 궁금하면 500원!
갑자기 해정이 비명소리가 들린다. 내려오면서 막대기를 집은게 미끄러지면서 우당탕해 버린 것이다.안경알이 깨지고 미간등 세군데서 피가 제법 흐른다. 휴지로 피를 닦아주는 데 민영이가 1회용 밴드를 꺼내 붙이니 좀 지혈이 된다. 또2공 대장은 부랴부랴 은수를 수배한다. 은수가 다시 소독하고 거즈를 상쳐부위에 붙혀 응급조치를 다시했는데 다행히 병원에서 간단한 조치만 받고 귀가 했다한다. 천만다행이다. 조심 또조심해야겠다.
먼저 내려간 진운이 비빔밥집에 자리를 잡았다. 산악회 안내인의 출발독촉에 허겁지겁 먹었지만 그래도 참 맛나게 먹었다.
귀경길도 체증은 여전하여 4시간 반 걸려 밤 10시 반경에야 신사역에 도착한 우리는 또2공대장의 안내로 따로국밥에 소주반주로 뒷풀이하면서 긴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리 힘있을 때 열심히 다니자는 또2공대장의 말이 진리임을 증명한 산행이었다.
동행한 산우여러분 고생하셨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