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대구시조(전보규) : 대구시조2020@daum.net *발표작 1편(나의 봄날) 나의 봄날 겨우내 떨던 몸을 움츠려 쪼그린 채 손 비빈 엄동설한 한고비 넘기고선 이제야 기지개 켜며 머리 삐죽 치밀려나. 흐르는 물소리에 움트는 버들가지 양지 볕 마른 텃밭 안간힘 쏟는 봄동 고운 임 눈에 안 띌라. 가슴 졸여 기다리나. 반기는 집집이 단장한 대문 춘첩 절기는 어김없이 때맞춰 찾아온 데 얼었는 나의 마음는 언제 쯤에 풀리려나.
*신작 2편(노후의 회한, 빛바랜 아내 생일) 속내 티 한 점 없는 구름 바람도 숨죽인 날 어쩌면 하늘까지 저렇게 파란 건가? 혹사나 임 오시려나 졸인 마음 천연한 척. 미소진 고운 모습 안 본 듯 훔쳐본 날 속삭인 고운 말은 오롯이 귀에 담고 달콤한 사랑 얘기는 얼굴 빨게 못 들은 척. 수없이 하고픈 말 수줍어 말 못 한 날 속으로 좋으면서 겉으로 내숭 떨며 숨긴 맘 눌러 접어서 시침 떼며 안 그런 척. 빛바랜 아내 생일 고운 옷 차려입고 부산 떨든 손주 첫돌 매년 맞는 아내 생일 아는 둥 모르는 둥 이번에 폼 한번 잡고 크게 한턱 쏘아야지. 달력에 사월 보름 붉게 친 동그라미 아무도 낌새 모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장미도 나이 수만큼 한 다발을 안기리. 뜻밖에 고향 친구 얼굴 보잔 전화 받고 응할 수도 안 할 수도 마지못해 대답하곤 자기야 정말 미안해 내년에는 ‘꼭’이야.
<전보규> 약력 2016 시조문학 등단 2020 시조문학 작품상 수상 2020 매일시니아문학상 시부(시조) 당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