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다. 지인께서 찜질방에 갔다가 우연이 옆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단다. 어떤 수험생이 모 대학 의과대학에 합격했는데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는 내용이더란다. 마침 지인의 아들도 모 대학에 합격해서 입학 등록을 마친 터라 남의 일 같지 않더란다. 조용히 찜질방을 나와서 그 일행들이 나오길 기다렸단다. 그리고 그 학생의 어머니 전화번호를 물어서 입학금을 보내줬다고 했다. 생면부지의 학생에게 선뜻 입학금을 보낸 것이다. 그 학생은 무사히 졸업해서 지금은 어엿한 의사가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가판대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팔며 생계를 유지했고, 학생은 입학 후, 아르바이트하며 대학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명절 때만 되면 감사 인사를 받는다면서‘내가 도와준 것의 몇 배를 더 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의사는‘살면서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도와주는 것이 갚는 길’이라고 했단다. 듣기만 해도 아름답고 훈훈한 이야기다. 그뿐만 아니라 지인은 도시락을 못 싸 오는 학생들의 급식비를 도맡아 내어주었다고 했다. 성경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 그 지인이야말로 각박하고 어려운 현실에 끼니를 해결해 주는 선물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셋 꼭지째 칼럼으로 훈훈한 이야기와 함께 선물(膳物: 인정을 담아 주는 물건 혹은 남에게 선사(膳賜)로 주는 물품)을 이루고 있는 한자를 풀이해 본다.
반찬 선(膳)은 반찬, 음식, 희생의 고기의 뜻이 내포된 글자로 인정을 담아 주는 물건이라는 뜻을 품은 한자로 육달월변 육[(月=肉(고기 육)]에 착할 선(善)이 더해진 글자다. 肉(고기 육)은 고기나 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고깃덩어리에 칼집을 낸 모양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肉자는 단독으로 쓰일 때만 고기를 뜻하고 다른 글자와 결합 할 때는 주로 사람의 신체와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특이한 것은 肉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달’을 뜻하는 달 월(月)자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본래 肉자의 부수자로는 고기 육(⺼)자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편의상 月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을 뜻하는 月(달 월)자와 혼동이 생길 수 있지만, 月(달 월)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기약할 기(期)자처럼 우측 변에 위치하고 ⺼(육달 월)자일 경우는 간 간(肝)처럼 좌측이나, 입술 순(脣)처럼 하단, 고기 구울 자(炙)처럼 상단에 위치하게 되니 구분할 수 있기는 하다. 이렇게 肉(고기 육)자가 月자로 쓰일 때는‘육달 월’이라고 읽는다.
착할 선(善)은 ‘착하다, 사이좋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善자를 보면 양과 눈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무엇을 의미한 것일까? 답은‘양의 눈망울과 같은’이다. 의미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식으로 말하면 ‘사슴 같은 눈망울’로 해석될 수 있다. 보통 착하고 선한 사람을 일컬어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졌다고 말하곤 한다. 善자는 그러한 뜻을 표현한 것이다. 즉 양(羊)처럼 순하고 온순하며 부드럽게 말(口)하는 사람을 나타내어 ‘착하다’를 뜻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반찬 선(膳)은 쇠고기(月=肉), 채소(艹), 양고기(羊), 따위를 잘게 썰거나 다져서 만든 음식을 입(口)에 맞도록 하는 모든 반찬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겨자선(膳), 고추선(膳), 두부선(膳) 따위가 있다. 철선(撤膳: 반찬을 치운다는 뜻으로, 국상이 났거나 나라에 재앙이 들 때, 임금이 근심하기 위하여 육선(肉膳)을 들지 않던 일)이 좋은 용례이다.
물건 물(物)은 ‘물건이나 사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소 우(牛)에 말 물(勿)이 결합 된 한자이다. 다시 말해, 소는 동물 가운데서도 체구가 크고 농가에서 가지고 있는 물건 중 대표적이라 하여 널리 ‘물건’의 뜻으로 쓰였다. 물가(物價: 물건의 값), 물질(物質: 물건의 본바탕)이 좋은 용례이다.
지난 12월 성탄절 크리스마스 예배에 참석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구순(九旬)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막내야, 오늘 혼자 집에 있는데 네가 와 줄 수 있겠니? ’라고 하신다. 잠시 멈칫, 마음이 흔들렸다. 교회에 가서 성탄 예배를 드릴 것인가, 어머니에게 갈 것인가를 망설이다가 이내 생각을 바꾸어 어머니께 가기로 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홀로 계시는 노모를 찾아뵙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것이라 믿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고속도로를 달려 기장 어머니 댁으로 갔다. 문밖에까지 나와 반겨주시는 어머니, 막내아들 왔다며 함박웃음을 지으신다. 내가 좋아하는 갈치 조림으로 푸짐한 점심을 차려주셨다. “요 며칠 감기 기운으로 고생했는데, 우리 아들을 보니 감기가 싹 다 나은 것 같다” 하시며 연신 입가에 미소를 지으신다. 그렇게 모자는 즐거운 성탄절을 보냈다. 영어에서는‘present'를 선물이라는 뜻으로 자주 쓴다. present를 발음할 때 주의할 점은 첫음절에 강세를 줘서‘프레즌트'로 발음한다는 것이다.‘프리젠트'로 두 번째 음절에 강세를 주면 ‘증정하다',‘보여 주다'라는 뜻으로 동사가 된다. present는 선물이라는 뜻 말고도 ‘현재',‘참석한'이라는 의미도 있다.
어머니랑 현재라는 성탄절에 어머니 댁에 참석한 아들이 어머니에겐 제일 좋은 선물이 된 것이다. 몇 달 전, 어머니께 선물로 드린 란타나 꽃이 베란다에서 활짝 피어서 홀로 계신 어머님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아들을 보듯 꽃을 본다고 하신다. 선물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연결고리이다. 어머니를 자주 찾아 뵈어야겠다.
| 膳 | = | 月=肉 | + | 善(艹+羊+口) |
| 반찬 선 |
| 육달월 육(고기 육) |
| 착할 선(풀초, 양 양, 입 구) |
| 物 | = | 牛 | + | 勿 |
| 물건 물 |
| 소 우 |
| 말 물 |
첫댓글 좋은 일을 한 지인에게 큰 박수 보냅니다. 선물 같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
네, 감사합니다. 선물 같은 하루 하루 잘 보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탁월한 선택을 하셨네요. 예수님도 칭찬하실 거에요. 저의 오늘은 아픈 형제에게 선물하고자 합니다. 연일 선물하느라 동화공부는 미루고 있지만 선생님이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채임 님, 감사합니다. 하루의 삶을 아픈 형제에게 선물하는 것 참 보람 있죠. 늘 평온한 삶 속에서 좋은 선물 많이 받으시는 삶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