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바람직한 교사상
1. 교사의 중요성
유태인의 탈무드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한 랍비가 마을을 지나가다가 마을 사람에게 물었다.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마을 사람은 답하기를 "아, 경찰서장을 찾으시는군요." 랍비가 다시 말했다. "아니요, 저는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아, 수비대장 말씀이십니까?" 이 말을 듣고 랍비는 다시 말하였다.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바로 이 마을의 선생님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게 되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이나, '한 사람의 생애를 망치기 위해서는 단 한 명의 교사면 족하다'는 말은 모두 교사의 중요성을 간명하게 나타낸 말이다.
<사례1>
만화가 이현세 씨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사용한 공책에는 낙서와 만화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우연히 수업시간에 현세의 공책에 그려있는 그림을 보시게 되었다. 꾸중을 들을까 걱정하고 있는 어린 현세에게 담임 선생님은 오히려 "너, 그림을 참 잘 그리는구나. 만화가가 되면 좋겠다."고 칭찬을 하시며 환경부장을 시켜 주셨다.
<사례2>
소설가이자 생화학자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고등학교 때 작문선생님으로부터 엄청난 수모를 당했다. 첫 수필을 발표하던 날 그 선생님은 낭독을 중단시키고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썩어빠진 문구만 나열했다"며 그의 글을 조롱했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던 아시모프는 몇 달 후 글을 하나 썼고 작문 선생님은 이 글을 교지에 실어주었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글이 활자화된 기쁨에 아시모프는 작문선생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 선생님은 "교지를 편집하려면 내용과 상관없이 짤막한 글이 필요해서 실었을 뿐이니 너무 좋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70세 때 쓴 자서전에서 아시모프는 "나는 사람을 미워해 본 적이 없지만 그 선생만은 증오한다"고 적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어린 시절에 선생님에게 받은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고 있다. 교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 역할의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으며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구별된다.
첫째, 교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한다. 물론 다른 직업도 인간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인간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기 보다는 신체적인 혹은 정신적인 기능의 일부나 법률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교사는 인간의 부분적인 기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全人)으로서의 인간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
둘째, 교사는 인간 중에서도 미성숙자, 즉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서 미성숙(未成熟)의 '미(未)'는 Dewey가 언급한 것처럼 부족함이나 불충분함을 의미한다기보다는 가소성(可塑性-plasticity)으로서의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는 현재의 미성숙한, 그렇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청소년이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다.
셋째, 교사가 수행하는 역할은 사회 발전과 국가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교사는 인류가 축적해온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동시에 보다 나은 문화를 창조하고 미래를 건설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교사는 개인적으로는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도움을 주지만, 국가적인 면에서 보면 국가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각 나라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세워 교육에 투자하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의 길은 외롭고 험난하다. 이러한 외로움과 험난함은 단지 우리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적 추세이다.
그러나 교사는 과거에도 존재하였고, 현재에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이는 사회적 인 여러 악조건 하에서도 이에 버금 할 만한 장점이 교사직에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교육이라는 사명감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자기 충족을 시킬 수 있다. 교사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일깨워주는 기쁨이 있고, 누가 뭐래도 생의 기본적 문제에 관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교사는 무엇인가 만들어 낸다는 성취감이 있다. 올바르게 가르치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그가 떠난 지 백 년 천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우리의 가슴속에 훈훈하게 전수되고 있다.
2. 교사의 역할과 전문성
퓰리아스(E. V. Pullias)와 영(J. D. Young)은 저서 "A Teacher Is Many Things"에서 교사의 다양한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즉, 교사는 안내자, 가르치는 자, 근대화의 역군, 모범을 보이는 자, 탐구자, 상담자, 권위자,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 과업을 수행하는 사람,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 평가자 등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직업이다.
또한 리들(F. Reedle)과 바텐버그(W. W. Watenberg)는 교사는 사회의 대표자, 판단자. 선택하는 자, 지식의 원천자, 학습과정의 조력자, 심판자, 훈육자, 학생의 동일시 대상, 불안의 제거자, 자아 옹호자, 집단 인도자, 부모를 대리하는 감독자, 적대 감정의 표적, 친구로서의 역할, 애정을 받아주는 상대자의 역할 등을 모두 담당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역할을 모두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교직을 전문직이라고 하는데, 정우현은 교직이 성공적으로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인으로,
첫째, 교사는 머리로 일해야 되고 또 자기가 일감을 찾아서 하는 직업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직업을 역할수행의 내용에 따라 구별하여 본다면, 노동직으로부터 전문직까지 다양하게 퍼져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구분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이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데 하나는 그 직업에서 바라는 역할의 내용이 손발의 사용을 더 많이 바라게 되느냐 혹은 머리의 사용을 더 많이 바라게 되느냐 하는 것과 또 하나는 맡겨진 일만 수행하면 되느냐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느냐의 갈래이다. 물론 실제에 있어서는 이 두 구분이 모호한 점도 있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전문직이라는 이름이 붙는 직업은 머리를 더 많이 쓰도록 요구하고 있고 또 자신의 일감을 자신이 찾아서 하는 직종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전문직으로서의 교사는 혁신적이고 동시에 현실성을 감안하여야 한다는 양극적인 상황을 조화있게 타개하여 가는 열의와 기교가 요구된다.
모든 전문직은 그 전문직 나름으로의 혁신성이 요구된다. 한편 교육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육의 과정에서는 실험이 있을 수 없다. 새로운 교육방법을 일상의 교육과정에서 적용시키다가 만일 실패하게 되면 여기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새로운 이론이 아니라, 그 방법의 적용을 받았던 학생이라는 데서 교육의 혁신성은 위험이 따르기도 하고 실천을 주저하게도 된다. 따라서 혁신성과 현실성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셋째, 교사는 미래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든다는 데에 초점을 두고 모든 교육과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교육이 갖는 기능은 쿰브스(Coombs)가 말하고 있듯이 기존 문화를 익히게 하고(to cath up), 그 문화를 유지시키며(keep up), 또한 새로운 문화를 창조(get ahead)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전문직을 의식하는 교사는 학생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 자신이 장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필요하다.
넷째, 교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직이다. 그러기에 교사는 전인적인 인격 형성을 교육의 최대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전문직으로서의 임무를 다하는 교사는 인간을 다루는 특출한 기교를 끊임없이 터득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기낫(Ginott)은 새로운 학생과 교사의 인간관계에 대한 기교를 풀이하여 말하기를 "말보다는 감정이,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상호소통이, 심층적인 분석보다는 현상적이고 상황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 보다 바람직한 기교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전문적인 지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가르치는 교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의 연마와 이를 가장 타당하게 학생에게 전수시키는 특유한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3. 학생들이 좋아하는 교사와 싫어하는 교사
일반적으로 중학생의 경우, 선견적이고 통찰력이 있는 교사, 위엄 있고 자기 극복을 하며 차분한 교사,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학생을 생각해주는 교사, 성실한 교사,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진 교사, 유머가 있고 사교성이 있는 교사를 좋아하고,
고등학생의 경우, 지역사회나 교직, 학생에 대한 흥미를 광범위하게 가진 교사, 통찰력과 선견지명이 있어 판단을 잘하는 교사, 엄숙하고 조용하며 자기 일을 열심히 해내는 교사, 자신감을 가진 지도력이 있는 교사,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결단력이 있는 교사, 지적 호기심이 있는 교사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Hart는 고등학교 학생 10,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교사와 가장 싫어하는 교사의 특성을 조사한 결과 좋아하는 교사로는
1위 : 공부에 도움이 되고 교과나 과제를 명료하게 설명하며 실례를 든다
2위 : 유쾌하고 행복스럽고 온순하며 유머가 있고 농담을 할 줄 안다.
3위 : 학교집단의 일원으로서 인간적이고, 사람을 잘 다루고 친절하다.
4위 :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해한다.
5위 : 공부를 흥미있게 만들고 공부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고 학습활동을 즐겁게 만든다. 등을 들었으며, 싫어하는 교사로는
1위 : 지나치게 빗나가고 짓궂고 까다롭고 웃음이 없으며 말이 많고 비꼬고 혼내고 자제하지 못한다.
2위 : 공부에 도움이 안되고 교수에 명백한 설명이 없고 작업은 계획이 없다.
3위 : 불공평하고 학생을 편애하며 착실한 학생의 흠을 잡는다.
4위 : 잘난 척하고 불손하며 건방지고 뽐내며 밖에서는 모르는 체 한다.
5위 : 초라하고 불합리하고 엄격하고 꿍하고 버릇없고 인생을 비참하게 만든다. 등을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검색한 내용 중 가장 좋은 인상이 깊었던 교사로 모든 일에 열성적인 교사,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박식한 교사, 무슨 일에나 협조적인 교사, 자기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 교사를 들었으며,
가장 좋지 못한 인상이 남는 교사로는 신경질적인 교사, 대중 앞에서 개인의 인격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교사, 비꼬는 교사, 교사 자신에게 이익이 있을 만한 특정 학생을 편애하는 교사 등을 들고 있다.
1941년 박스터(Baxter)의 연구에서는 갈등되는 여러 요구에 직면하여 자기억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교사, 침착하고 여러 개의 활동을 동시에 지도할 수 있는 능력있는 교사, 항상 조용하고 학생과의 관계에 있어서 친절한 교사, 소견을 펴는데 있어서 건설적이고 격려적인 교사, 학생과의 관계에 있어서 대화가 잘 통하고 우호적인 교사, 목소리나 행동에 독창성이 있고 흥미를 집중시킬 수 있는 장기가 있는 교사, 유머가 있는 교사, 어떤 일에나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교사, 가르치는 데 대해서 열심인 교사, 학생의 활동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는 교사, 학생을 돕고 학생 스스로가 자기 일을 해결하는 데 흥미를 갖는 교사를 유능한 교사로 들고 있어 시대나 지역을 망라하여 학생들이 좋아하는 유능한 교사는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4. 결론 - 21세기와 교사
정보화 사회, 무한 경쟁사회, 지식기반사회로 불리어지는 21세기 사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시하고 강조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교육이다.
특히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21세기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축으로서 단순한 기술적 변화뿐만 아니라 사고와 태도, 인식 등 우리 삶의 변화에 관여하게 되고 교육에 있어서도 교육의 목표와 방법,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인간을 기르기 위하여 무엇보다 창의적 사고, 유연성 있는 문제해결능력, 정보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이 강조된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이론을 통한 단순한 지식의 암기와 습득만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이러한 시대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지식과 학습에 대한 이론이 구성주의이다. 이에 따른 교육의 페러다임 전환은 교사 중심의 교육환경에서 학습자 중심의 교육환경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교사의 역할과 교수·학습 방법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북교육청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정직하고 창의적인 인간 육성'으로 21세기에 대비하고 있는 데, 그 성과는 전적으로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달려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교사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우현, 현대교사론, 배영사, 1998
한숙경, 신교사론, 학지사, 2003
김기태·조평호, 미래지향적 교사론, 교육과학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