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야행성 생활은 현대사회가 유발한 심각한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지난달 초 국내에서 출간된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의
일본인 저자 사이쇼 히로시(52)의 주장이다.
이 책은 ‘정신 집중이 잘 되는 아침을 잠으로 보내지 말라’
‘역사적인 인물들은 대부분 아침형 인간이었다’는 등
다소 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 데도
한 달이 넘도록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현대인들은 왜 이토록 아침을 찾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아침을 일찍 맞는 종달새형 인간이 되는
노하우는 돈으로 사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가.
반대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인간들은 모두 무능력한 족속들일까.
둘 중 어떤 것이 더 건강한 삶일까….
●올빼미는 열등생인가
영국의 마케팅 컨설턴트 레온 크라이츠먼은
저서 ‘24시간 사회’(2001년)에서
영국의 성인 가운데 42%가 스스로를 종달새형,
34%가 올빼미형으로 여기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하지만 농촌과 도시간 차이가 컸다.
농촌 인구의 58%가 종달새형이라고 답한 반면
도시인의 경우 31%에 불과했다.
또 중년 이하 도시 거주자 가운데 올빼미형이 많았다.
밤낮 없이 돌아가는 ‘24시간 사회’는 야간 근무자를 필요로 하고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올빼미형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아침형 인간’의 저자 사이쇼씨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인의 평균 기상 시간은 1960년 오전 6시2분에서 2000년 6시52분으로
매년 1분 이상씩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11시에 잠들어 오전 5시에 일어나는 수면 패턴을 권장하면서
아침 출근 시간 전, 2시간의 여유를 갖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설파한다.
반대로 또 다른 책 ‘잠꾸러기 건강법’(2001년)을 보자.
독일인 공동 저자 페터 악스트(건강연구학자)와 미하엘라 악스트-가더만(의사)
은 “오전 7시20분 이전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말라”고 말한다.
이들은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아침마다 7시20분 이전에 일어나야 하는 사람들의 타입은
더 늦게 일어나는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수치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말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만 한다는 강박관념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들처럼 산다면…
풀무원 녹즙 최인 대표이사(51)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오후 11시쯤 잠자리에 드는 전형적인 종달새형이다.
평생 한 번도 기억에 남을 만한 선명한 꿈을 꿔 본 적 없을 정도로 숙면하는 편.
아침에는 집 근처 약수터에서 산책을 한 뒤 돌아와 한식 식단으로 아침을 먹는다.
출근은 오전 8시 경, 퇴근은 오후 7시 경이다.
“아침에 주로 아이디어가 많이 생각나요.
휴대 전화가 없을 때는 운전하다 좋은 생각이 나면 잊어버릴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릅니다.
요즘은 전화로 직원을 찾아 ‘받아 적으라’고 하죠.”
지난 달 중순 이 업체의 냉장 생식 신제품의 사내 이름 공모에서 1등으로
당선된 ‘좋은 아침’도 최 이사가 아침 출근 직후 즉석에서 떠올린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최 이사와는 거의 반대의 수면 패턴이다.
그는 보통 오전 4시쯤 잠이 들어 8∼9시쯤 눈을 뜬다.
“밤이 주는 도취감이라는 것이 있어요. 왠지 이때 다양하고
또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가 샘솟는답니다.
같은 물건을 봐도 영감이 많이 떠오르죠.
수십년간 이렇게 살았지만 잠이 모자라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의 아침 식사는 약간의 과일.
9시 반에서 10시 사이 사무실로 나와 오전 시간 동안 주로 사무실 업무를 본다.
약속은 모두 점심 식사 이후.
60대인 그는 패션쇼 준비, 홈쇼핑 사업, 아트북 제작 등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인테리어 사업에까지 손을 댔다.
두 사람은 모두 “나의 수면 패턴에 만족하며 현재 건강하다”고 말한다.
●어떤 것이 더 건강한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새벽잠이 없어졌거나
술 마시고 노느라고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것이 아니라,
앞의 두 사람처럼 건전하게 살고 있다면 도대체 어떤 타입이 더 건강한 것일까.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정도언 교수는
“어느 한 쪽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필요로 하는 특정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간대에는
수면 상태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체로 호르몬은 수면 상태에서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
KS병원 송금영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골격의 발달이나 키 크기 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성장호르몬은
오후 10시에서 오전 2시 사이에 활발히 분비되므로
어린이 청소년은 일찍 취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장 호르몬은 피부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CNP차앤박피부과 박연호 원장은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거나 건조해지고,
잡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은 생활 습관 때문에 종달새형이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드림클리닉 정현주 원장(가정의학전문의)는
“같은 음식물을 섭취하더라도 신체적 활동이 많은 낮에는
에너지로 빨리 소모되지만 밤은 속도가 늦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르몬의 분비도 인간의 생체시계가 오랜 시간을 거쳐
태양이 뜨고 지는 하루 주기에 맞게 적응돼 있는데다
워낙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나인 투 파이브’형 직종이 많아
종달새형이 더 적합하고 경쟁력 있게 느껴질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인체에서 특정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대가 있기는 하지만
인체가 올빼미형에 완전히 적응됐다면 이 마저 달라질 수 있다”며
“숙면을 취하고 다른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수면 패턴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공존을 위한 진화일까
한방에서는 사상의학에 따라 올빼미형과 종달새형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삼정한의원 김문호 원장은
“오전 10시가 넘어야 활기가 나는 소양인, 태양인은
순간 집중력이 강해 IT관련 업종, 디자인 등 창의적인 업종에 잘 맞고
소음인이나 태음인은 아침에 강하고 성격이 꼼꼼해
은행원, 기업 회계, 일반 사무직에 적합한 체질”이라고 설명했다.
6월에는 영국 서레이대 사이먼 아처 교수팀이 수면 패턴은
유전적 차이 때문에 달라진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과 늦잠꾸러기의 차이는 ‘Per3’라는
유전자의 길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
수면 패턴이 단순히 습관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보스톤글로브지는 최근
‘왜 사람들이 모두 종달새형 삶의 리듬에 맞춰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기사에서 사람들의 수면 패턴이 다양해진 것은
‘공존을 위한 진화’였다는 일본의 큐슈 공대 히로아키 다이도 교수의
연구 결과를 실었다.
그는 ‘수면 시간대가 사람마다 달라짐으로써 한정된
자원에 대한 경쟁을 분산시켰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에모리 대학의 인류학자 캐롤 워스맨은 이렇게 말한다.
“개인차 또는 나이차에 따라 다양한 수면 스케줄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항상 두 눈을 부릅뜨고 집단을 향한
위협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을 수 있다’면
‘늦게 일어난 새는 과일을 파먹으면 된다’는 것.
이들을 믿는다면 인간의 진화 방향 또한 서로 엇갈리는
‘시간차’를 극복해 공생하도록 고안됐을 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타입▼
1. 아침에 대개 어떤 상태인가?
①완전히 깨 출근할 준비가 돼 있다.
②졸린다. 하지만 일어난 지 10분 이상
지나거나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깬다.
③최악이다,
2. 중요한 시험이 있다. 시험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언제로?
①오전 8시에서 정오 사이
②늦은 아침시간(오전 10시∼정오)
③초저녁
3. 일하지 않는 날에는 언제 일어나는가?
①평소처럼 일찍. 왜 하루를 허비하나
②평소보다 1∼2시간 늦게
③점심때쯤
4. 모임이나 파티는 언제,
어떤 형태를 선호 하는가?
①오후의 티파티
②저녁 시간에 술 몇 잔 하는 것.
오전 1시 전까지는 꼭 귀가.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일하기 힘들다.
③저녁 늦게 시작해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것.
다음 날 뜨는 태양을 보며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파티가 아니다.
5. 수업이 오전 5시에 시작한다면….
①일어나서 수업을 들으러 간다.
②나중에 녹화 테이프를 본다.
③전날 밤을 새운 뒤 수업을 들으러 간다.
6. 언제 많이 졸리나?
①점심식사 후
②오후 10시 이후
③아침 내내
7. 내일은 쉬는 날이다.
오늘 몇 시에 잠자리에 들겠는가
①평소처럼
②평소보다 1∼2시간 늦게
③지쳐 쓰러질 때까지 깨어 있다.
8. 아침식사는 무엇으로?
①뭐든지 반드시 먹는다
②시리얼이나 토스트 정도
③거의 먹지 않거나 커피 한 잔
답변①이 가장 많은 경우=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 가장 기분이 좋고
오후 2시반경 가장 활발히 활동하며
아침 식사는 꼭 챙겨먹는 ‘종달새형’이다.
답변②가 가장 많은 경우=때에 따라
‘종달새형’또는 ‘올빼미형’
으로 변신할 수 있는 자.
수면-기상 패턴을 규칙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애써야 할 부류다.
오후에 피곤해지기 쉬우므로
점심을 되도록 가볍게 먹은 후 10분간 운동한다.
답변③이 가장 많은 경우=오후 8시부터 10시 사이 기분이
가장 좋아지며 저녁식사를 가장 잘 챙겨먹는 ‘올빼미형’.
아침에 늦게 일어나 게을러 보이지만 지적,
예술적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으며 ‘종달새형’보다
해외여행시 시차 극복이 빠르다.
체크 리스트:영국 ‘스코티시 데일리 레코드’
(출처:동아일보)
첫댓글 자연의 리듬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 생활, 님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