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에듀케이션 독서지도사 최지혜, 최희정님을 만나다>
봉사활동을 매주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봉사하며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지혜 그래도 작년 보다는 괜찮아졌어요. 올해는 명덕초엔 정희숙 선생님이 총대를 메고 이끌어 주시고 최선을 다해주시고 계시거든요. 희숙샘이 보육교사 선생님이여서 프로그램 짜는 것, 준비하는 것부터 엄청 잘해주셔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다사랑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아무래도 1년 넘게 하다가보니 애들과 친분관계가 있어서 아이들이 말을 귀기울여주고 저도 이제 아이들에 대해 좀 정보가 있으니 아이를 이해하기가 쉬워서 수업이 매끄러운 편이에요.
처음엔 센터장님께서도 ‘오셨어요?’ 하면서 대면대면 했는데, 이제 선생님들 가면 먼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도 건내주시고요.
저같은 경우에는 처음 봉사 갔을 때 단체로 아이를 가르쳐보는 경험이 없어서그런지 정신이 없었거든요. 힘들기도 했죠. 교재도 없이 그때그때 아이디어를 짜서 매주 준비를 해야 하니 힘에 부치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논어 몇 달 공부한 걸로 아이들을 가르쳐야하니 고민도 많이 했고요. 혹시 아이들을 잘못 가르칠까봐 걱정 되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는 게 그 지점인 것 같아요. 내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뭔가 지식적으로 풍부하게 전달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은데요.
지혜 네. 저도 솔직히 이야기하면 봉사를 처음 대하는 마음이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난 괜찮은 사람이야’ 하며 교양 있는 척을 했어요. 그런데 가서 만난 아이들에게 정말 큰 걸 배웠죠. 아이들은 어려운 형편인데도 하나같이 정말 밝더라고요. 결혼하기 초에 굉장히 힘들 시절이 있었는데 거기서 만난 아이들에 비하면 내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반성도 하게 되고요. 나는 지금껏 엄살 부리며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이 살아내는 생명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온 마음으로 깨달았어요. 이래서 존재 그대로 사랑 받아야 된다고 하는 구나, 라는 게 활자가 아니라 마음 깊이 와닿은 거죠.
봉사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삶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되신 거네요.
지혜 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우리 애들한테도 그대로 적용 돼서 ‘내가 우리 애들이 시험 백점 맞고 내 말 잘 들을 때만 좋아했었구나. 애들은 그냥 우리 엄마라서 그냥 좋아하는데 나는 내 아들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시험 백점 맞고 내 말 잘 들을 때만 좋아했구나.’ 생각도 들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봉사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깨지고 모든 존재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그 때 배웠어요.
희정 제가 대학교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치르고 첫 발령을 받은 곳이 남자 중학교였어요. 44명이 모여 있는 교실의 담임이 되었죠. 그리고 저는 아들도 세 명이고 지금은 장애가 있는 특수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가르치는 걸 어렵지 않게 생각했고 장애학생들을 대하면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 언어로 설명해주는 것을 잘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봉사활동을 나가는 것도 사실 시간 내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했지 가르치는 것 자체를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정말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남자 중학생 1,2,3학년이 모두 모여 있는 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 아이들은 제가 알려주는 걸 받고 싶지도 않아 했고, 그런 마음을 가질 생각조차 없어 보였죠. 준비도 미흡했지만 그보다 힘들었던 건 아이들이 이 봉사를 받을 마음 없이 없는데 내가 무언가를 준다는 건 불가능 한거구나. 하는 절망감이었어요. 아무리 다이아몬드가 제 손에 있어도 아이들이 ‘아 싫어’하면 그만이잖아요.
그래서 깨달았어요. ‘교육은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같이 존재하는 거구나, 같이 사는 거구나, 그리고 같이 꿈을 꾸는 거구나.’하고요. 이 아이들이 ‘나 저 선생님이라 같이 꿈을 꾸고 싶어, 선생님이라면 나의 삶을 이야기해도 되겠어. 선생님이라면 한 시간 정도는 같이 있어도 되겠어.’ 라는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이것이 교육이 아니라 나 혼자 떠들고 오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은 거죠. 아이의 삶 속에 같이 존재하고 같이 꿈을 꾸는 것, 그 것이 참교육이기 때문에 교육은 정말 힘든 것임을 봉사를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학교에 가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에 책을 보는 대신 오롯이 아이를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고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교재를 만드는 것에 좀 더 시간을 쓰게 된 거에요.
지혜 한 가지 더 말씀 드리면 봉사 할 곳을 찾다보니 센터 사정에 많이 맞추게 돼요. 제가 가는 곳은 거리는 가까웠으나 시간이 늦었는데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 챙겨야하는 시간과 봉사하는 시간이 겹쳐지다보니 뭐가 먼전지 고민이 많았어요. 내 아이들 두고 남 아이들 보러 가는 게 맞나라는 고민을 1년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지? 고민하며 봉사활동을 다니다보니 센터장님과 친분을 쌓게 되었는데요. 제가 먼저 센터에 필요한 게 보이면 미술쌤이 필요하다고 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할 수 있는 봉사 쌤도 구해주고, 선생님들을 몇 분 보내드리니 센터장님이 마음이 풀리시면서 제가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되도록 들어주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여섯시에 오기엔 우리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 제가 좀 더 일찍 올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 물어보니, 중학생들이 봉사 때마다 놀고 있어서. 여자 중학생들은 모여서 뭐라도 하는데 남자 중학생들을 센터에서 왔다갔다만 거린다고 하시길래 그 남학생 두 명을 제가 할 수 없냐고 여쭤보았죠. 그런식으로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변화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삶의 전반적인 부분이나 교육과 봉사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셨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지혜 먼저 가족들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는 1년 동안 ‘우리 애들하고 센터 애들하고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해결되었어요. 1년을 꾸준히 다니다 보니 이제 우리 아이들이 먼저 친구들이 놀러오면 ‘우리엄마 선생님이다? 우리 엄마 봉사 간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엄마 오늘 어디 가는 날 아니야? 다사랑인가? 거기 교육봉사 가잖아!.’ 이러면서 엄청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딸에게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센터 가서 내가 뭔가를 나누러 갔다고 생각 했는데, 많은 걸 받아 오는 것도 감사한데 정말 가족한테까지도 받을 수 없었던 작은 배려들을 받게 되니 감동적일 때가 많아요.
얼마전에는 우리 딸이 생일 선물로 필통하고 공책하고, 머리끈하고 귀마개를 주더라고요. 제가 집중할 때 다른 소리가 들리면 집중이 잘 안 되어서 이어폰을 꽂고 있었거든요. 우리 딸이 듣더니 ‘노래가 안 나오는데?’ 이러기에 텔레비전 소리가 너무 커서 이걸 꽂았다라고 얘기했는데 생일날 귀마개를 사준 거죠. 참 마음이 예쁘죠?
사회적으로 성취했던 점이 있다면 ‘나이 40부터 시작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서 폴레폴레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폴레활동을 시작하면서 인문고전교육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더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지금의 차이가 생기고, 독서지도사 과정까지 오게 되었어요.
집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 막연하게 떠올리는 내 모습이 있었어요. ‘저 이렇게 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언제부터라도 열심히 사시면 저처럼 남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하고 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런 막연한 생각이 스쳐갔던거죠. 그런데 선생님들하고 같이 활동하다보니 그때 그렸던 꿈이 현실이 되었네요.
어떤 부분이 실화되었는지 이야기해주신다면요?
지혜 앞으로는 이렇게 활동하면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부모 교육쪽에 더 관심을 기울이려고 해요. 원래는 부모교육 강사로 고민 있는 것 보다는 부모가 어떻게 해야 된다는 본질적인 고민이 더 많았는데요. 그때 대표님이 취재 끝나고 몇 달 뒤 연락이 와서 학부형 취재가 필요한데 혹시 해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 때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직접 사람책이 되어보라고 해서 사람책도 되었고, 그게 또 인연이 되어서 달서구청 드림스타트에 부모 강사로 초청이 되기도 했었어요. 더 나아가서는 희정샘한테 소개를 받아서 대구 영화학교(청각장애특수학교)에 방과 후 교실에 독서지도사로 활동하고 있고요.
모든 것의 시작은 폴레폴레였죠. 이렇게 해야지라고 치열하게 R=VD는 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사니 연결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내가 열심히 꿈을 안 꾸어도 이렇게 되는데 이제 제대로 목표를 갖고 제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제가 열심히 노력만 한다고 모든 것이 되지는 않았을 거에요.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이고 그것보다 같이 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혼자 노력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부분들도 함께 노력하면서 선생님들한테 긍정적인 지지를 받고 자신감을 얻고 하면서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죠.
희정 지혜쌤이 담당하는 방과 후 교실 아이들 중에 학교에 밥만 먹으러 오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단기간에 확 바뀌더라고요. 일단 등교시간에 등교를 하고, 수업시간에 안 자고 수업을 들어요. 그런 변화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 봉사활동의 영향도 크다고 보거든요. 그런 게 감사하죠. 그 아이가 점심 먹으러 학교에 와서 최지혜 선생님 수업을 듣고 조금씩 변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등교시간 지키고 수업시간에 국어사전을 찾으면서 ‘이게 이 뜻 맞아요? 제대로 찾은 거 맞아요? 수화를 하면 뭐에요? 이게 맞아요?’ 이렇게 열심히 질문을 합니다.
지혜 맞아요. 갑자기 그 애가 벌떡 일어나서 깜짝 놀랐는데, 사전을 가져와서 찾아보는 것을 보고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방과 후 교실은 그냥 집에 가도 되는데 아이들이 안 가고 와서 함께 수업에 참여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희정 일단 1년 전보다 일상이 감사하고 행복하고 기뻐요. 실제 일은 너무 많아지고 바빠졌는데, 마음의 여유는 더 생겼어요. 살아있는 것이 기쁘고 가족이 건강하고 별탈이 없는 것 자체가가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감사하단 생각을 매일 하죠. 너무 사소한 것까지도 감사하다고 느끼는 걸 보면서 ‘죽을 때가 되었나?’ 생각 할 정도로요. (웃음)
특히 책 읽는 것의 행복을 알았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참 감사한 일인데요. 책 읽으면 그저 재미있고, 감동받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재미나 감동을 넘어서 읽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느껴요. 책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도 많죠.
센터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하고,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이상한 것을 질문하는데 그렇게 질문이 시작되면 금새 토론으로 이어져요. 그럼 또 그게 재미있고요. 아이들이 이제 저를 향해 웃어주고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다 말해줘요. 원래 이 중학생 아이들이 몇 개월동안 수업시간에 아무것도 안하고 공차고 안오고 폰게임만 했었거든요. 정말 큰 변화죠. 집에서도 작년까지는 봉사를 간다고 하면 굉장히 싫어했는데 올해는 이번 달엔 언제가냐고 물어보고 준비를 도와주더라고요.
지혜 맞아요. 가족들의 도움이 정말 커요. 선생님들 잘 만난 것도 복이지만 가족이 많이 도와주었어요. 안 도와주었으면 못했을거에요. 반찬이 허술해도 먹어주고(웃음) 책 읽는다고 우리 아이들 신경 못 쓴 적도 많았는데 우연히 아이들 감사 일기를 봤거든요. ‘생각할 줄 아는 거에 대해 감사하고, 가족과 화목해서 감사하다. ’라고 썼더라고요. 정말 놀랐죠. ‘수신제가’라고 해서 내가 먼저 행복해져보자 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이런 주변의 변화들이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희정쌤께서는 원래 교육을 전공하셨었잖아요. 전공자로서 차이에듀케이션의 활동을 함께 하시면서 느낀 점이 남다를 것 같아요.
희정 맞아요. 저는 초,중,고,대학교 심지어 대학원에서도 교육을 전공했지만, 삶이 변하진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제대로 읽기, 봉사를 위한 논어스터디와 강독, 교육봉사의 시간을 거치면서 일상이 감사와 기쁨으로 변했어요. 정말 대단한 거죠. 올해부터 학교에 출근하면서 틈틈이 읽을 책을 들고 가는 대신, 아침밥 못 먹고 오는 아이들 먹을 것을 챙겨가요. 아이들 읽을 책 사주고 아이들과 더 많이 소통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집에서도 아이랑 더 많이 놀아요. 아이가 책 읽어달라고 할 때는 기쁘게 행복하게 읽어주고요. 차이에듀케이션의 활동을 함께하면서 교육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 것이 가징 큰 변화에요.
차이 독서지도사 자격증 과정은 단순히 "책" 전문가가 되는 코스가 아니었어요. 제 "삶"을 변화시켜 성숙하게 만들어준 최고의 과정이었어요. 많은 돈을 들인 대학과 대학원보다 더 알차고 빡센(웃음)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만큼 수료 자체도 엄청난 거라 생각하고요.
많은 분들이 이 과정을 하며 ‘쫓기면서 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중간에 많이 그만 두셨어요. 끝까지 마친 두 분께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지혜 ‘본인의 선택이다.’ 라는 데는 변함이 없어요. 시간을 낼 수 없고 과정이 부담스러우면 못하는 거고 억지로 참고 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40년 쯤 살아보니 ‘때’ 라는 게 있더라구요. 학이시습지에서 말한 ‘시’- 알맞은 때, 그게 아직 아닌 걸로 여기고 조금 여유가 생기고 마음에 그 때가 찾아오면 그 때 열과 성의를 다해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근데 만약 그게 아니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면서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스터디든 봉사든 처음 시작했을 때, 또는 시작하려고 했을 때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내가 제대로 읽기를 왜 시작했는지? 내가 봉사 왜 하려고 하는지? 에 대해 처음에 가졌던 초심을 돌아보는 것,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즉 하고 있는,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본질을 되새겨 보는 거죠. 저는 그 본질이 ‘절실함’이었어요. 다시는 예전처럼 살고 싶지 않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절실함 말이에요,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족을 위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지나고 나서 보니 ‘폭력’에 가까운 게 많았더라고요. 이런 상황이면 가족들이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다 보니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었죠. 죽어라 노력은 하는데 노력하면 할수록 늪에 빠지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절실했어요. 쪼이고 부담스럽고 이런 건 이 때 느낀 절망감에 비하면 사치였죠. 앞에서 말한 ‘때가 안 됐다’는 말과 연결되기도 하는데, 아마 전 20대에 차이 프로그램을 만났더라면 이렇게 못해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지도 모르는 일(제대로 읽기나 봉사)을 시작했으니 꾹 참고 해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내 삶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힘들 때마다 처음 마음을 떠올리면서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희정 저는 마흔이 넘어서 제대로 된 책읽기를 시작해서 늦게 출발을 해서 쫓기는 느낌은 없었어요. 내가 관심 분야가 아닌 책은 읽기 힘들다라는 느낌은 있었지만요.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느끼는 ‘잘하고 싶다, 잘해내야지’ 이런 생각에 쫓기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저는 책을 못 읽고 제대로 읽기를 가면 사람들 의견을 듣고, 나서서 서기를 한다음 폴레 카페에 올리고 그랬거든요. 그 것도 즐거웠으니까요. 완벽하게 미션을 해내야지라는 생각보다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좋은 방향성이 아닐까 해요.
같은 팀원 중에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 남의 말을 자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어느 조직에서든 있잖아요. 그 분이 계속 참여하다보면 이 분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남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시각이 생기고 그렇게 변하겠지. 그런 마음이 들어요. 나이에서 오는 여유라고 할 수도 있겠죠? 간혹 스터디에 이런 분들이 있어서 포기하거나 싫고 짜증난다라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전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아요.
봉사에 대한 부담은 가르치는 거에 대한 부담보다는 시간을 내야한다는 것이 더 힘들었어요. 직장에서 바쁘고 아이도 3명이고 야근도 많고. 그런데 봉사활동을 내 스케쥴에 딱 넣고 나니 봉사 위주로 시간을 조정하게 되고 다 소화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일단 해야지하고 플래너에 적는 순간 나머지 시간들이 조정되더라고요. 해보기 전에는 걱정과 부담이 엄청 되었는데 막상 해보니 부담이 없었어요. 해보지 않아서 걱정과 부담이 되었던 거죠. 생각만하고 부딪히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혜 저도 봉사건 제대로 읽기건 이게 가장 우선순위였어요. 남편한테도 두 달에 10만원인데 본전은 뽑아야지. 1년만 도와달라고 부탁했죠. 그래서 가끔은 짜증 낼 때도 있었지만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부담이나 느낌이 달라지는 것엔 동의해요.
희정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거에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기 전에 봉사자 특강이 서울에 있었는데 서울 가서 들었는데 들으면서도 부담스러웠고 고민 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고민하고 있을 때 시작하지 않으면 더 늙어서 힘들겠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죠.
* 마지막으로 시작하고 있는 분들, 시작 예정인 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희정 자기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사실 대부분이 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내가 엄마가 되었으면 몰랐을 것들. 애도 하나를 키울 때, 둘을 키울 때, 셋을 키울 때 다 달랐거든요.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을 때 절대 알 수 없는 것들. 제대로 읽기, 봉사, 논어 스터디 전부 그런 것 같아요. 그 과정 과정들이 기쁠 때도 힘들 때도 있지만, 끝냈을 때 그 기쁨과 성취. 그리고 내가 변화하는 것들이 내가 해보지 않았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어떻게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한 번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지혜 저는 세상에 그냥 얻어 지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과정이 힘들지만 그래도 해낸다면 거기서 얻어지는 자부심이 컸기에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저 스스로에 대해서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니 다른 것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고요. 내가 나가서 하는 일들이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서 그런지 주위에서 반응도 달라졌고, 내가 먼저 행복하고 자존감이 높아지니 주변도 바뀌더라고요. 저는 몇 년 전에 독서지도사를 다른 기관에서 취득했는데요. 차이에듀케이션의 과정이 훨씬 어려웠지만 그만큼 더 자부심이 있어요. 1년 동안 100권도 읽고 아이들도 직접 가르쳐보고 많은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무언가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고 좋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마음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첫댓글 좋은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도 어서 시작하고 싶네요..
항상 멋진 희정쌤과 지혜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_+
두분의 사랑을 잘 느끼고 공부하여 봉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