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디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 '그것이 알고 싶다'의 2008년 방송 : 2008년 12월 27일(토) 밤 11:15
디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법의 정신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디케가 사용되기도 한다. 진실을 위해 두 눈을 가리고 공평무사하게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디케처럼 [그것이 알고싶다]도 올 한해 한국사회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 속의 진실을 찾기 위해 쉼 없이 노력했다. 2008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했던 큰 이야기는 물론 사회적 약자들이 겪어야 했던 작은 이야기들까지, 그곳에서 우리 사회의 진실과 희망을 찾고자 고민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08년을 정리하며 올 한해 [그것이]가 사회 곳곳에서 추적한 진실들을 다시 살펴보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진실 찾기의 뒷이야기들을 통해 새로 올 2009년의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디케가 풀지 못한 숙제 - 현실의 고민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은 소크라테스의 일화처럼 법의 모순은 우리 시대에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 어딘가 법의 그늘이 발생하다면 그런 현실의 안타까움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의문을 던지는 일은 여전히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9월 6일, 자백이 있어도 시체가 없는 살인혐의는 기소조차 할 수 없는 범죄사건을 다룬 ‘시신 없는 살인’편을 비롯해 간통죄, 사립탐정법, 흉악범 신상공개 논란 등 법의 잣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과 그 대안을 고민했다. 특히 그 중에 많은 생명을 살렸지만 무면허 의료행위로 법정에 선 103세 장병두 할아버지 사건으로 불거진 의료법 개정 논란은, 지난 추석 전국에 뜸 열풍을 일으킨 구당 김남수 옹에게 자격정지가 내려지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작진이 찾았던 지난 6월만 해도 아무런 문제없이 조그만 침술원에서 하루 종일 환자에게 침을 놓고 뜸을 떠주던 93세의 김남수 옹. 그러나 지금 그의 침술원은 문이 닫혀있다. 뜸 전도사로 알려질 만큼 뜸의 효능을 강조하던 김남수 옹에게 구사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뜸 진료행위는 불법이 되었기 때문이다. 뜸은 국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민간요법인데 그것을 의료인에게만 허락하는 현재의 의료법은 문제라는 구당과, 뜸은 의료인의 진단 없이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위험한 치료 방법이라고 설명하는 한의사들 사이의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환자 보호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같은 이유 아래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는 현실, 이는 누구를 위한 주장일까? 과연 디케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국회에서 ‘뜸 자율화 법안’ 발의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지금, 제도권 의학과 민중의술 사이의 화해를 허락하지 않는 의료법의 현실을 짚어본다.
디케의 법으로도 풀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아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목격한 2008년은 우리 시대의 아픔들이 많았다. 갑작스런 기름유출 사건으로 검은 재앙이 닥쳤던 태안반도. 더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로 인해 고통을 두 번 당해야 했던 태안 주민들의 현실을 함께 아파한 ‘검은 재앙, 누가 책임질 것인가’편을 시작으로, 메달로만 반짝 관심을 받는 비인기종목 ‘우생순’ 선수들의 설움, 88만원 세대의 절망을 온 몸으로 보여준 청년노숙자의 삶 등 우리 사회가 가진 법으로도 풀어낼 수 없었던 우리 이웃의 아픔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졌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든 아픔은 지구 반대편 캐나다에서 현대판 고려장을 당한 최씨 할아버지 부부의 이야기였다. 지난 4월 방송 후, 할아버지 부부는 현재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방송 후 성금이 모이고 후원자의 도움을 받았지만 최씨 할아버지 부부의 한국 생활은 여전히 녹녹치 않았다. 노부부가 마음 편히 거처할 보금자리를 구하는 일도 생계를 이어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자식만을 믿은 죄로 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생은 계속되어야 하는 걸까? 단순한 진리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물질적 도움 보다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 줄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일지도 모른다. 서울 구석의 작은 동네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이제 조금씩 웃음을 찾아가고 있는 최씨 할아버지 부부의 모습은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낯선 곳, 의지할 사람 없는 곳이 무섭다며 언제나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깊이 살피지 못하는 노인복지 문제를 고민해 본다.
디케, 미네르바에게 길을 묻다
올 한해도 어김없이 [그것이 알고싶다]는 한국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주목하며 국민들과 고민을 함께 나눴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남대문 화재, 대운하관련 논쟁, 촛불시위, 독도 문제 등을 [그것이 알고싶다]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많은 여운을 남겼다. 정부와 국민의 대결 구도가 유난히 두드러졌던 2008년, 정의의 여신 디케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진실이 힘을 발휘하고 약자가 보호받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디케는 미네르바에게 지혜를 빌려야 하지 않을까? 12월 현재, 전 세계에 닥친 경제 불황으로 2008년의 끝나지 않은 사건들은 우리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과거들 되돌아보며 그 속에서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지혜를 찾고 내년을 맞이할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타버린 남대문의 복원 과정은 우리에게 여전히 폐허를 딛고 일어설 힘이 있음을 보여 줄 수 있고, 우리 국민 모두가 가슴에 품은 독도가 제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관심과 애정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촛불 시위 이후 삶이 변했다는 촛불 소녀 연우, 그녀에게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지금보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디케의 저울질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발랄한 여고생 연우의 세상을 향한 열정과 다짐처럼 진실, 정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