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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콩나물·시금치 등 각종 나물과 밥에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고 있다. 그는 “나물이나 전 요리엔 오크통에 숙성하지 않은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최기웅 기자
“나물이나 전 요리가 오크를 쓰지 않은 가벼운 화이트 와인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아세요? 직화구이는 묵직하고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이랑 좋죠!”
이번 추석 음식과 곁들일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에밀리아 가토(65)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눈을 반짝이며 설명했다. 로마 사피엔차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가토 대사는 태국 방콕·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프랑스 파리 등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2023년 주한 이탈리아 대사로 취임했다. ‘1지망’으로 한국을 지원했다는 가토 대사는 스스로 ‘한식 러버’라고 소개한다.
가토 대사는 대사관 인스타그램에 릴스도 자주 찍어 올린다. 보통 대사나 외교관 하면 넥타이 한 정장에 국기 배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멋의 나라’ 출신답게 릴스를 보면 안경·주얼리 등 패션 아이템도 남다르다. 그는 “사실은 부끄러움도 많고 남는 시간엔 혼자 있는다”면서도 “그래도 행사에서 사람들 만나는 건 좋아한다”며 웃었다. 22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광평’ ‘규반’ ‘서교난면방’을 비롯해 서울 수원 등 7개 도시의 유명 식당 31곳에서 다양한 이탈리아 와인을 페어링하는 행사 ‘비바 일 비노’를 이탈리아무역공사와 함께 열고 있는 가토 대사를 만났다. 인터뷰의 대부분은 한국어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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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강남구 하이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 만난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대사/최기웅 기자
“제가 경험한 한식은 ‘영혼을 살찌우는 음식’이에요. 음식 자체의 맛은 말할 것도 없고요. 식재료를 귀하게 여기는 데다 차리고 먹는 과정도 유쾌하죠. 저는 한상 차림이 특히 좋아요. 다양한 음식을 골라 먹어 보는 게 너무 좋거든요.” 한국 근무 3년째인 가토 대사는 매일같이 춘천·전주 등 전국 각지를 다니며 한식을 접했다. 재료를 존중하는 한식 문화는 이탈리안과도 닮았다고 느꼈다. 특히 시간을 녹여내는 발효의 철학은 느리게 만드는 와인 양조와 궤를 같이 했다.
이탈리아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늘 경쟁하지 않느냐고 묻자 가토 대사는 “프랑스 와인도 이탈리아와 같이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한다”면서도 “프랑스는 대규모 생산자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이탈리아는 가족 단위 소규모 생산자가 더 많다”고 했다. “한 병 한 병을 상품이 아니라 가족처럼 키워요.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앞으로도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출 계획도 없죠.” 이탈리아 와인은 병 목에 ‘DOC’ ‘DOCG’ 같은 마크가 있으면 지역의 여러 기준을 통과한 와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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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와 인터뷰 하는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대사./최기웅 기자
이탈리아인들은 세계인들이 스파게티 면을 부수고 냄비에 넣을 때 충격을 받는다고들 한다. 한국인들은 이탈리아인들이 먹는 ‘마르게리타 피자’나 ‘에스프레소’ 대신 ‘하와이안(파인애플) 피자’나 ‘아메리카노’ 같은 걸 즐기기도 하는데 가토 대사는 어떻게 봤을까. “뭐 어때요. 이탈리아인 걱정 안 해도 돼요” 하는 말을 하면서도 아메리카노와 파인애플 피자에는 제동을 걸었다. “한국에 정말 훌륭한 전통차도 많고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데, 왜 콜라나 설탕 가득하고 뿌리 없는 패스트푸드 같은 걸 즐길까요. 젊은 친구들 식습관이 너무 걱정돼요.” ‘요즘 애들’ 걱정하는 가토 대사는 불과 3년 만에 한국 어른들 처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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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 가토주한 이탈리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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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 기자
문화부에서 출판과 음식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먹고 마시고 읽는 일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제423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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