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장을 받아볼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라틴어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내 차례요, 내일은 네 차례
최근 동료 수도자들을 줄줄이 떠나보내면서 느끼는 점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평소 살아오신 모습 그대로 세상을 떠나신다는 것입니다.
살아생전에 항상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와 감사의 삶을 살아오신 분들은 떠나시는 모습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기에 두렵고 떨릴 만도 한데, 본인보다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모습에 정녕 눈물겨웠습니다.
평소 배려와 친절의 삶을 산 사람들은 병상에서도, 죽음의 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족에게 털끝만큼의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미리미리 연명 치료 거부 사전 의향서를 작성하시더군요
일찌감치 장기 및 시신 기증 각서에 사인을 하시고, 그 어떤 유산보다도 소중하고 품격 있는 유언서도 작성하셨습니다.
이름하여 착한 죽음의 연습입니다.
돌아보니 그 어느 것 하나 선물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파릇파릇한 청춘도 선물이지만 저물어 가는 노년ㄴ기도 선물입니다.
충만한 기쁨의 삶도 선물이지만, 혹독한 고통도 우리를 성숙에로 초대하는 선물입니다.
삶도 선물이지만 죽음도 선물입니다.
위령 성월을 지내면서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섬광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죽음을 좀 더 잘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가장 좋은 준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한 기도와 적극적인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