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의 이론적 배경
1. 핵 에너지의 근원은 질량 결손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은 에너지 덩어리이다. 이것은 1905년에 Einstein이 발표한 유명한 특수상대성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신비스럽게도 어떤 물질이든 그 질량 자체를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 (m)에 의해 생성된 에너지 (E)는 너무나 유명한 Einstein 공식, E = mc2 (c는 빛의 속도)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질량을 에너지로 변환시켜 이용하느냐는 것이다. 가능한 방법은 자연적 또는 인공적으로 핵반응이 일어나게해서 반응 전과 후에 나타나는 질량차에 의한 질량결손 에너지를 얻으면 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핵에너지라고 부른다.
세상 만물은 한 가지 또는 몇 가지의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고, 원소는 다시 중심에 양전기를 띤 원자핵이 있고 그 둘레에 음전기를 띤 전자들이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원자의 결합력을 끊고 다른 종류의 원자들 사이에 전자들의 재배치가 일어나는 것이 화학반응이다. 이 때에도 질량결손에 의한 화학반응 에너지가 관계된다. 예를 들면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이 연소할 때 석탄의 주성분인 탄소가 공기중의 산소와 화학반응을 하여 탄산가스로 변하면서 반응에너지인 열을 발생하여 보일러의 물을 끓인다.
원자핵은 다시 핵자라고 불리우는 양성자들과 중성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양전기를 띤 양성자들 사이의 전기적 반발력보다 훨씬 강력한 인력을 가지고 있는 핵력에 의해서 뭉쳐져 있다. 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원소는 원자핵 속의 양성자 수인 원자번호에 따라 그 이름이 붙여져 있다. 원자핵 속의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의 합을 우리는 질량수라 부르고, 같은 원자번호를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 다른 질량수를 가진 원소들을 동위원소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원자번호가 1인 수소(H)의 동위원소에는 질량수가 2인 중수소(D), 3인 삼중수소(T)가 있으며, 원자번호 92인 천연우라늄(U)에는 질량수가 각각 234, 235, 238인 세 가지 우라늄 동위원소가 있다.
질량결손에 의한 핵에너지 방출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핵자들의 재배치에 의해서 일어난다. 즉, 자연적이든 또는 인공적이든 핵자들의 구성을 변화시키는 핵반응을 일으켜서 반응 전후에 나타나는 질량차에 해당하는 핵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핵자의 질량이 전자의 질량보다 약 1840배 크므로 전자의 재배치에 의한 화학반응 에너지보다 핵자의 재구성으로 일어나는 핵에너지가 훨씬 크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 핵분열과 핵융합 에너지의 차이
원자핵의 질량은 그 원자핵을 구성하고 있는 핵자들이 각자 떨어져 있을 때 질량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작다. 즉, 핵자들이 떨어진 채 흩어져 있다가 이들이 모두 결합되어 하나의 원자핵으로 변하면 더 가벼워진다. 이 핵자들의 결합에너지인 질량결손 에너지는 원소의 종류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다. 그림 2에서 질량수에 따라 핵자당 질량결손 에너지 크기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볼 수 있다. 질량수 60 근처의 철, 코발트, 니켈과 같은 금속을 경계로 가벼운 원소들과 무거운 원소들이 서로 다른 추세의 질량결손 에너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그림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질량결손에 의한 핵에너지를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1) 무거운 원소를 쪼개어 가벼운 원소로 분열시키면 질량 결손이
나타나고 이 결과로 핵분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이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것으로, 우라늄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두 개의 핵분열 생성물로 쪼개지고 몇 개의 중성자들이 튀어나오면서 핵분열 에너지가 방출된다. 1 g의 우라늄 235를 핵연료로 사용하였을 때,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질량결손에너지는 석유 약 2톤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맞먹으며, 23,000 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2) 가벼운 원소들을 합쳐서 그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원소로 융합시키면 질량결손에 의한 핵융합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태양에서의 에너지 생성은 바로 이러한 핵융합 반응의 결과로 수소가 합쳐져 헬리움(He)으로 변하면서 나타나는 질량결손 에너지이다. 1 g의 수소가 헬리움으로 변할 때 0.7 % (0.007 g)의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된다. 이것을 Einstein 공식에 넣어 에너지로 환산하면 석유 약 15톤의 에너지에 해당하며 16만 k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태양은 지금까지 50억년간 매초 4백만톤에 이르는 물질을 소모하여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100억 년은 더 계속되리라는 계산이다.
3. 실용 가능한 핵융합 반응
태양이나 별에서는 수소끼리 일어나는 자연적인 핵융합 반응이지만, 지구상에서 인공적으로 일으키려고 하는 핵융합 반응의 대상은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핵융합 반응은 표 1과 같다.
<표 1> 대표적인 핵융합 반응
(1) 중수소-삼중수소(D-T) 반응 D + T -> 4He + n + 17.6 MeV (2)중수소-중수소(D-D) 반응 D + D -> 3He + n + 3.2 MeV D + D -> T + H + 4.0 MeV |
여기서 MeV는 백만 전자볼트 (eV)로 에너지 단위이다. 1 eV는 1 볼트(V)의 전위차 속에서 전자를 가속시켜 얻는 에너지로 약 4.5 × 10-26 kWh의 전기 에너지에 해당하며, 섭씨 약 1만 1천도의 온도로 유지되는 그릇속에서 움직이는 입자의 열운동 에너지와 같다.
D-T 반응은 D-D 반응에 비해 방출에너지도 많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위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가 훨씬 쉽다. 핵융합
로를 개발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우선 D-T 반응의 실현을 목표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수소는 바다물로부터 무진장 끌어낼 수 있으나, 불행히도 삼중수소는 약간의 방사능을 띠고 있고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아, 역시 지하자원인 리치움(Li)에다 중성자를 때려 인공적으로 생산해내야 하는 제약이 있다. 그러나 리치움은 지각중에 풍부히 매장되어 있어 적어도 1000년은 걱정없이 쓸 수 있는 양이 있으므로 이 안에 중수소만을 연료로 쓰는 D-D 반응의 핵융합로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 번의 D-T 핵융합 반응에서 얻는 17.6 MeV 에너지는 U-235를 사용한 핵분열 반응시의 약 200 MeV 보다 작은 듯이 보인다. 그러나 수소 동위원소와 우라늄의 큰 질량차 때문에 한 번의 핵반응에서 소모되는 핵연료의 무게는 우라늄이 약 47배나 크므로, 결과적으로 같은 무게의 핵연료를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양은 D-T 핵융합이 U 핵분열보다 약 4배가 많게 된다. 예를 들면 중수소-삼중수소 혼합 연료 1 g을 사용하여 핵융합 반응을 시키면 석유 약 8톤, 전력으로는 약 10만 kWh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림 3에 핵융합과 핵분열을 도식화하여 비교하여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