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⑦]
종로구 지방자치 30년사
“종로 지방자치 주도 세력 변천”
이 병기(정치학 박사)
종로구 풀뿌리 정치문화의 새로운 형성
주민 참여, 선택의 평등과 자유를 증진
지방자치에서의 주도 세력 형성과 변천은 순전히 지역 풀뿌리 정치의 산물이다. 지방자치의 전면적 실시 속에서 나온 지역정치가 소위 풀뿌리 정치인데 이러한 풀뿌리 정치의 생성은 지역의 새로운 주도 세력을 형성하고 그러한 분위기와 정서에 편승된 주민 의식과 이해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점진적인 민주화로 앞당긴 것이다. 그럼에도 지방자치에서의 지역 정치의 생성이 갖는 의미를 간과하면서 지역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가 왜곡 시 되고있는 현실은 아쉽다 못해 안타까운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지역의 풀뿌리 지역 정치를 생성하면서 지역의 새로운 자치 세력을 형성하고 또 일면에서는 야당의 정치세력을 키우면서 중앙정치 권력의 정권교체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풀뿌리 지역 정치는 주민의 참여와 주민의 선택이라는 지방자치의 민주주의적 실천원리 속에서 생성된 것이 주된 요체다. 그리고 풀뿌리 지역 정치는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자치 세력을 형성하여 지역의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것이 핵심적 가치이다.
따라서 풀뿌리 정치는 민초들이 정치의 주체라는 성격을 띄고 있다. 고대 플라톤의 철인정치와 중세의 군주정치 및 귀족정치 그리고 근대 이후 시민정치와 같은 정치 주체 측면에서의 개념처럼 풀뿌리 정치는 지역의 민초들이(glasses roots) 직접 정치의 주체로 나서서 주역이 되는 것이다. 주민의 참여라는 ‘평등적 가치’와 주민의 선택이라는 ‘자유적 사실’이 실천되는 ‘사실과 가치’ 측면의 정치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주민자치 시행 속에서 나타나는 풀뿌리 지역 정치를 생활 정치로 거론하며 연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풀뿌리 지역 정치는 생활 정치의 개념과 연장선상에 있기는 하지만 그 범위와 차원을 뛰어 넘는다. 생활 정치의 핵심 개념이 생활밀착형 정책과 같은 의제 차원의 개념으로 통한다면 풀뿌리 지역 정치는 주민의 참여와 선택이라는 ‘사실과 가치’ 차원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의제’가 수단이라면 ‘가치’는 목표인 것이다.
물론 생활 정치 역시 지방자치에서의 ‘자치’ 또는 ‘주체’라는 개념으로 기성 중앙정치 즉 체제정치와 구별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정치 의제와 내용 측면을 강조하면서 불명확한 범주 속에서 거론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풀뿌리 정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풀뿌리 지역 정치는 정치의 주체인 주민이 자발적인 참여와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민주주의 실천원리 속에서 이뤄지는 지역의 민초 정치를 일컫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생활 정치는 각 개인들이 자아 성찰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는 삶의 결정에 관한 정치”라고 규정하여 정치 철학적인 관념을 드러냈는데, 풀뿌리 정치는 주민의 참여와 선택이라는 현실적 삶의 가치 차원에서 만들어진 실제적 개념이다.
풀뿌리 정치인은 따라서, 그동안 체제정치 개념에서의 정치행위자인 기성정치인 또는 중앙정치인과 비교된다. 기성정치인 또는 중앙정치인은 국가의 정치 권력과 체제상의 권력을 지향한다면, 지역의 풀뿌리 정치는 지역의 민초들이 정치 행위의 주체자가 되어 자신을 비롯한 지역과 관련된 일들을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의 정치 권력과 이념적 갈등에서 파생된 권위주의 시대 종속적 지역 정치와 달리 풀뿌리 정치는 지방자치 선거 속에서 주민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새로운 자치 세력을 형성하고 그에 따른 정치문화를 만들며, 지역의 민주화를 자생적으로 창출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주민의 평등한 정치 참여와 주민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풀뿌리 정치의 대표자를 선택하는 풀뿌리 지역 정치는 중앙정치에 종속된 형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역 특성의 지역 민주주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민주주의는 그동안 중앙의 민주주의 정치 프레임 속에서 명목상으로만 이뤄진 반면 실질적인 측면에서는 기형적이었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중앙정치 권력에 종속된 관변세력 위주의 주도계층들만 그들의 특권과 권위 의식 아래 형식적 민주주의를 이루면서 중앙으로부터 지역으로의 ‘상의하달식’ 민주주의를 진행한 것이었다.
풀뿌리 지역 정치는 그러나 주민의 참여와 주민의 선택이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실천을 통해 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민주화를 달성하는 개념이며 이는 ‘하의상달식’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소중한 가치를 담겨있는 것이다.
특히 풀뿌리 정치는 주민의 평등한 참여라는 가치를 낳고, 주민의 선택이라는 자유의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지역의 화합과 발전을 달성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원리를 담고 있다. 민주주의의 자유와 평등의 개념이 지역사회에도 그대로 전파되면서 명실상부하게 민초들에 의한 민초들의 민주화를 이뤄내는 것이 풀뿌리 지역 정치의 근본적 성격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풀뿌리 정치의 성격은 지역사회 주도 세력의 형성과 변천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 진화를 보이는 것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