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24.12.09
일엽초
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단 하나의 잎과 뿌리를 가진 일엽초는 겨울이 오면 잎이 구부러지며 색도 바래 말라 죽은 것처럼 보여요(위 사진). 하지만 봄이 오면 다시 싱싱하게 살아난답니다(아래 사진). /차윤정 산림생태학자
단 하나의 잎과 뿌리를 가진 식물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일엽초'인데요. 일엽초는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입니다. 대개 일엽초는 홀로 자라지 않고 무리로 피어납니다. 옆으로 뻗는 뿌리는 갈색 털로 덮여 있으며, 짧은 줄기를 가진 잎은 가죽처럼 다소 뻣뻣합니다.
양치식물은 지구 식물 역사에서 혁신적인 '업적'을 이룬 식물이에요. 약 4억3000만 년 전, 바다에서 자라던 식물들은 육지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식물이 육지로 나오기 위해서는 땅에서 물을 흡수하는 기관과 흡수한 물을 이동시키는 수송관이 필요하지요.
양치식물은 물관과 체관으로 이루어진 관다발 조직을 발달시킨 최초의 식물 무리입니다. 뿌리가 흡수한 물은 물관을 통해 잎으로 전달되고,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영양분은 체관을 타고 뿌리로 전달됩니다. 일엽초의 짧은 줄기에는 이런 관다발이 지나고 있습니다. 관다발 체계가 복잡하게 발달하고, 관다발이 지나는 줄기가 더욱 단단하고 굵어지면서 지구 곳곳에 아주 크게 자라는 다양한 나무들도 생겨났지요.
하지만 양치식물에는 씨앗을 만드는 꽃이 없습니다. 양치식물은 씨앗이 아닌 포자로 번식해요. 일엽초가 성숙하면 잎 뒷면에 여러 개의 포자 주머니가 만들어지고, 그 속에 수많은 포자가 생성됩니다. 성숙한 포자가 발아하면 5㎜ 정도의 납작한 잎이 심장 모양으로 핍니다. 이를 전엽체라고 하는데, 원시적인 꽃이라 생각하면 된답니다.
꽃의 암술과 수술에서 각각의 생식세포가 만들어지듯, 전엽체에서는 암컷 생식세포와 수컷 생식세포가 만들어집니다. 물을 따라 이동하는 수컷 생식세포가 암컷 생식세포를 만나 수정을 하고 이 수정세포에서 새로운 일엽초가 싹을 틔웁니다. 이때 전엽체는 시들어 사라지지요.
포자가 발아하고 수컷 생식세포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엽초를 포함한 양치식물들은 물기가 있는 축축한 곳에서 잘 자랍니다. 특히 이끼가 자라는 큰 나무줄기는 일엽초의 포자가 발아하기에 좋은 곳이에요. 나무줄기는 땅에서 자라는 것에 비해 햇빛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다른 식물들과 경쟁도 피할 수 있습니다. 일엽초는 나무줄기를 타고 흐르는 물이나 공기 중의 물기를 흡수한답니다. 거대한 나무줄기에 무성하게 자란 일엽초를 볼 수 있는데, 마치 원시 지구의 숲을 보는 듯하죠.
요즘처럼 춥고 건조한 겨울이 오면 일엽초는 잎의 가장자리가 뒤로 구부러지며 색도 바래 마치 말라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죽은 것이 아니에요. 봄이 오고 비가 오면 다시 싱싱하게 살아납니다.
일엽초를 포함한 양치식물은 고대 식물입니다. 일엽초는 지구상에 공룡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자라기 시작해서 공룡이 멸종한 이후에도 살아남았습니다. 일엽초의 잎에 식물 진화의 역사가 담겨 있는 것이지요.
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차윤정 산림생태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