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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05
전쟁과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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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병대 장병들이 1950년 9월 15일 인천 해안에 상륙하기 위해 방조제를 오르는 모습이에요. /미 해군 역사유산 사령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첨단 장비·병력·정보 등도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되는 것이 있답니다. 바로 날씨예요. 비가 내리면 적군이 움직이는 발소리가 잘 안 들리고, 안개가 끼면 가시거리가 짧아져 청각에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미국 전 대통령이자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이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장군은 날씨를 아는 장군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오늘은 기상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볼게요.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날씨는 '전선'의 영향을 크게 받았어요. 전선이란 온도와 밀도 등 성질이 다른 두 공기 덩어리가 만나는 경계면을 말해요.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장의 기상을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날씨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당시 기상학자들은 공기 덩어리가 만나는 것이 마치 전쟁에서 서로 충돌하는 군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군사 용어인 '전선'이라고 이름을 붙였답니다.
상륙 예정일이었던 1944년 6월 5일. 당시 대서양을 지나가는 저기압에 동반된 한랭전선이 폭우와 강풍을 몰고 와 작전을 펼치기 어려워졌어요. 연합군의 기상학자들은 한랭전선이 지나간 6월 6일 새벽에 일시적으로 기상 상태가 안정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결국 상륙을 다음 날로 연기하죠.
반면 상대편이었던 독일군은 악천후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연합군의 상륙 가능성을 낮게 보고 방어 태세도 소홀해진 것이죠. 대망의 '디데이'(D-day)에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구름이 일부 걷히며 파도가 잦아들었고, 연합군은 기습 상륙에 성공했습니다. 정확한 기상 정보가 작전 성공을 이끈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날씨는 전쟁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어요. 고려 말, 요동 지역을 정벌하라는 왕의 지시에 이성계는 네 가지 이유를 들며 반대했어요. 그중 두 가지가 날씨와 관련된 것이었어요. 날씨가 더운 여름이라 군사를 움직이기 어렵고, 장마가 찾아오면 활에 붙어 있는 아교가 녹는다는 것이죠.
6·25 전쟁 당시 인천 상륙작전도 정확한 기상 예측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당시 연합군은 바람과 파고 등을 분석해서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1950년 9월 15일을 작전일로 정했는데, 작전 직전에 태풍이 한반도 근처를 지나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때 한 장교가 태풍의 좌측 부분에 들어가면 항해가 가능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태풍 좌측의 풍향은 태풍 진행 방향의 반대라서 바람과 파도가 약했기 때문이었죠. 그의 말을 따라 연합군은 비교적 안전하게 항해하며 작전 지역으로 접근했고, 태풍이 지나간 후 상륙을 실행했어요. 반면 북한군은 태풍 때문에 해상 작전이 어려울 거라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방어 태세도 부족했죠.
정확한 기상 분석은 미래에도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거예요.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지만, 기상 상황을 알고 전쟁을 대비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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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