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나 ‘돈’ 같은 비법정 계량 단위를 사용하면 과태료를 물리는 개정 계량법이 7월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시장에서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평은 아파트와 땅 등 부동산 시장에서 사실상 공식 단위로 정착된 터라, 소비자들이 적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1961년부터 계량법에 따라 법정 계량 단위의 사용이 의무화돼 있었다. 계량법은 평·마지기·에이커(넓이), 자·리·피트·야드(길이), 홉·되·말(부피), 근·관·돈·온스(무게) 등 비법정 단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에 달라지는 것은 이를 어길 경우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정부가 본격적으로 단속을 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상거래 규모가 30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1%의 계량 단위 오차만 생겨도 3조원의 부정확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
산업자원부는 비법정 단위 가운데 1단계로 평과 돈의 사용부터 단속하고 그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평의 경우 일단 대기업과 공기업을 단속하고, 중소 건설사와 부동산 중개업소,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정착 여부를 좀더 지켜본 뒤 단속할 방침이다. 돈은 일반 금은방이 모두 단속 대상이다. 그러나 상거래와 관계없이 일상 생활에서 평이나 돈을 쓰는 것은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정부는 특히 평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평’은 일본이 1900년대 초 우리나라 땅의 면적을 재려고 들여온 단위다. 개정 계량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최근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기존의 평형과 비슷한 ‘형’과 ‘타입’을 쓰고 있는데, 산자부는 이것도 단속하기로 했다. 다만 시행 초기 혼란을 피하기 위해 광고 본문 하단에 ‘100㎡는 과거 30평형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주석을 다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올해 초부터 관인계약서에서 ‘평’ 단위를 삭제했다. 인터넷 부동산 정보업체들도 다음달부터 단위를 ㎡로 바꾸기로 했다. 부동산 정보업체는 건축물관리대장과 등기부 등 자료를 근거로 평을 ㎡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달 초 인터넷상의 모든 면적 표기를 ㎡로 바꿀 계획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평이 쓰여온 관행 탓에, 단속 대상이 아닌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평을 계속 쓸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평과 ㎡가 혼용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홍보가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산자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라디오 광고를 하고, 학교와 행정기관 등에 책자 및 유인물을 배포한 게 전부다.
또 홍보가 부족했는데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반 업체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정상을 참작해 50%를 가감할 수 있다.
산자부는 주의장과 경고장 발부를 거쳐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영국은 2001년부터 야드와 파운드를 완전히 못 쓰게 하면서 1천만원 가까운 벌금을 물렸고, 일본은 400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물린다.
1961년에 계량법 제정하고 수차례 정비내년 7월부터는 토지·아파트·건물 등의 넓이는 ‘평’ 대신 반드시 제곱미터(㎡)를, 금·은 등 귀금속과 육류·곡물·과일 등의 무게는 ‘근’ 대신 반드시 그램(g)이나 킬로그램(kg)을 써야 한다.
공식 법정 계량단위를 쓰지 않고 평·근 등 비법정 계량단위를 계약서나 광고, 상품 등에 사용하면 처벌받게 된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국무회의에 보고한 ‘법정 계량단위 사용 정착 방안’에서 내년 6월까지 홍보한 뒤 7월부터 단속을 벌여 법정 계량단위를 쓰지 않는 업소나 기업에는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평’ ‘근’을 못 쓰게 하고 왜 혼란스럽게 하냐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정부가 느닷없이 계량단위를 새로 도입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건 아니다. 정부는 이미 1961년에 계량법을 제정해 국제계량단위(SI·이른바 미터법)를 채택하고 재래 단위인 척관단위(관·근·돈·평·리 등) 사용을 금지시켰다. 단, 당시에 ‘평’은 제외되었다. 등기부등본이 토지·건물을 평으로 기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 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1983년에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이 ㎡ 단위로 모두 정비되어 평 단위 사용까지 금지되었다. 그러나 국가의 법이라는 것이 본디 가을 서릿발 같지만 유독 ‘계량에 관한 법률’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찬밥 대접을 받았고, 국민들은 지금까지 ‘평’ ‘근’ ‘돈’을 일상생활에서 평온하게 사용해왔다. 물론 60년대 이래 비법정 계량단위를 쓴다고 처벌받은 사례도 없다.
정부는 2000∼2001년에 평·근·돈을 못 쓰도록 하고, 미터법에 의한 법정 계량단위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금 보증서에는 ‘돈’ 단위와 g을 함께 표기하도록 하고, 등기부등본과 부동산 매매계약서·입주자 공고문에 ‘평’ 단위와 ㎡를 병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금 가격은 g 단위 단독고시로 바꾸고, 금의 거래 단위도 2g, 4g, 6g 등 짝수 정수로 유도하기로 했다.
EU, 2010년 1월부터 미터법 전면시행
배경정보
미터법지침은 미터법 계량단위를 유럽연합 내의 모든 생활분야에서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일된 계량단위제도의 사용은 공중보건, 안전 및 무역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유럽위원회는 생각하고 있다.
미·영식 계량단위 사용은 불법화
아시아와 오스트랄라시아 기업들은 앞으로 3년도 안 되는 기간 후에는 유럽연합(EU) 내에서 미국과 영국의 계량단위를 미터법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영국도량형위원회(BWMA)는 많은 국제기업들이 이러한 실정을 모르거나, 혹은 유럽위원회(EC)가 이 문제에 대해 업계에 요청하는 의견제시 기간이 3주 후에는 마감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 내에서 활동중인 기업들은 모든 경제목적 (제품포장, 웹사이트, 카탈로그 등)을 위해 미국이나 영국의 계량단위를 미터법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지침 EC Directive 80/181에 따라 2010년 1월부터는 유럽연합 내에서 추가적인 계량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미국과 그 밖의 계량단위를 미터법과 병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 조치가 실시될 경우, 아시아와 오스트랄라시아 업계는 미터법을 사용하는 시장과 이를 사용하지 않는 시장을 위해 하나의 생산공정을 더 이상 함께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유럽과 국제시장에 상품을 판매할 때 생산공정을 2원화 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 계량단위의 사용금지조치는 영국과 미국기업들은 물론, 세계 다른 지역의 기업들도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시장과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 이들 계량단위에 의존해 오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 금지조치는 모든 제품, 포장, 광고, 설명서, 브로셔, 잡지, 서적, 전자상거래, 인터넷 사이트, 국제사업활동, 카탈로그 등에 적용된다. 어떤 산업도 금지조치에서 예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