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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비내길을 찾았던 날 비가 내렸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내린 비는 비내길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산천은 유구할 수 있지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내길은 산길과 강길로 이루어진 길입니다.
그래서 걷다보면 두가지 풍광을 한꺼번에 맛볼수 있습니다.
충주시 앙성면 앙성온천 뒷길로 올라가면 '송이산'이 나옵니다.
산이라야 해발 190m밖에 안되는 동네 뒷산 정도의 아담한 산입니다.
하지만 송이산 임도와 오솔길은 단풍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져 가을을 만끽하며 산책하기 딱 좋은 거리입니다.
소슬바람에 단풍잎이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광경을 보기는 흔치않습니다.
고갯길에서 낙엽이 흩날리며 머리위로 떨어질때 작은 감동을 느낍니다.
강길은 비내마을을 지나 비내섬에서 시작됩니다.
남한강 비내섬은 갈대밭으로 제법 알려졌습니다.
비오는날 광활하게 펼쳐진 갈대밭은 스산하고 황량합니다.
충주출신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신경림은 남한강을 소재로 멋진 시를
많이 남겼습니다.
신경림의 시가 아니더라도 비내길과 남한강변을 걷다보면
문재(文才)가 젼혀 없는 사람도 시상(詩想)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비내섬에서 나오니 예전에 없던 강변길을 새로 냈습니다.
섬 동쪽끝에 설치해놓았던 부교(浮橋)를 해체하면서 이를 대체할 길을 만든것입니다.
빽빽히 심어놓은 버드나무군락과 남한강 사이에 낸 길은 아직 도보꾼들의
발길로 다져놓지 않아 신작로처럼 투박하지만 풍광은 그림처럼 살아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철새전망대 방향으로 이어진 길은 좁은 돌길로 조성됐습니다.
남한강의 거친 바람을 맞으며 자란 오래된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길을
따라 남한강을 바라보며 걸으면 운무(雲霧)가 강위에서 춤추듯이 피어오릅니다.
물이 바랜듯한 단풍나무만 보다가 새삼스럽게 산뜻한 단풍잎들이
지천에 깔린 철새전망대를 지나면 출발지점인 앙성온천과 연결된
시골의 '뚝방길'로 이어집니다.
개울옆에 좁은길은 코스모스와 고마리, 물봉선등 가을들꽃이 풍성하게
피어 길게 뻗은 먼길이 가깝게 느껴집니다.
충주비내길은 중간에 간식을 먹고 쉬엄쉬엄 걸으면 3시간정도 소요됩니다.
거리는 대략 10km지만 멀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산길, 강길, 들길이 펼쳐지는 비내길은 가을에 좋은사람들과 대화하고
때론 홀로 사색하며 걷기에 참 좋은길입니다.
첫댓글 사진과 곁들인 설명을 보니 다시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기회되면 풍운회 친구들과 함께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