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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두 평행론 문제에 대한 연구: 그 해법과 그 한계를 중심으로
이혁주(Hyouk Ju Lee), 철학연구회, 철학연구, 112권. 2016 pp.31-54.
* 이 논문은 학위논문(2015)의 일부분, 1.1, 2.2, 2.4, 3.1, 3.4.의 재구성 수정 보완이다.
데카르트 이후의 합리론자들이 영혼과 신체 사이의 속성-양태 면에서 평행론을 한정할 경우에, 이원론 또는 평행론이라는 표현은 정합성과 대응성을 먼저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이런 염두는 논리주의 또는 형식주의에 물든 것 같다. 그런데 영혼과 신체를 속성으로 표현하게 하는 자연의 자기원인의 작동은 이 둘만이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이 중에 두 개의 속성이 수동성이라기보다 능동성이며, 어쩌면 둘 사이에 대응도 정합도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끔 나는, 사유(사고가 아니라)와 운동(행위가 아니라 작동) 사이에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대응(평행)있다는 생각이 마치 과거의 추억들이 과거의 두뇌(신체) 활동에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본다. 둘 사이가 거의 무한하다고 해서 대응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럿셀의 자연수와 짝수와 대응한다고 하는 논리주의의 방식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럿셀의 두 무한사이의 대응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둘은 같은 단위라는 것을 먼저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기억(memoire)과 작동(acte)은 서로 방향이 다른 활동성기제(dynamique)라고 나는 생각한다. 개념으로 등장하기 전에 표상으로 등장은 개념과 표상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은 기의와 기표 사이에 대응도 정합도 없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나로서는 생명체에서 관념 또는 개념이 먼저인 것이 아니라 작동이 먼저이다. 생명체는 우선 작동한다. 그리고 반사(반성)와 더불어 축적된 추억들이 작동에 침투하고 또한 확장된 작동이 추억들을 중첩시키며 생장한다. 이 생장의 과정이 작동과 더불어(거의 동시적으로) 중첩의 효과로서 표상(또는 개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소위 실천과 더불어 이론이 생산되는 과정이다. 한 시대가 같은 반복을 하는 것 같지만, 미세한 변이와 더불어 새로운 반복을 거듭하다가 중첩의 농도가 짙어지면서 새로운 반복을 형성할 것이다. 그 형성과정이 400여년 기계화의 과정의 발달보다 더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나로서는 걱정거리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새로운 반복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생명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
(49P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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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노자의 두 평행론 문제에 대한 연구: 그 해법과 그 한계를 중심으로, 2016」
1.
스피노자의 ‘평행론’은 상이한 속성의 양태들과 그 각각의 질서 및 연관 간에 상응성, 독립성, 동일성이 성립한다는 이론이라고 약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주석가들이 지적했듯이 ‘평행론’(parallelismus)이라는 용어는 스피노자가 고안한 것이 아니다. (32)
「편지 63」(Lettre 63 Georg Hermann Schuller à Spinoza, 25 juillet 1675).
「편지 65」(Lettre 65 Ehrenfried Walther von Tschirnhaus à Spinoza, 12 août 1675),
「편지 70」(Lettre 70 Georg Hermann Schuller à Spinoza, 14 novembre 1675).
20세기에 들어 치른하우스(Tschirnhaus, 1651-1708)가 제기한 문제를 “표현 체계의 심장부”(coeur du système de l'expression, Deleuze, 1963, 100/157)에 있는 난점을 감지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하며 두 평행론 정식의 상이성을 해명해야 할 스피노자 철학의 주요과제로 만든 이는 들뢰즈(Deleuze, 1968)였다. 게루(Gueroult, I, II) 또한 들뢰즈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의 경우 평행론의 논점을 “인식 내적(intra-cogitatif) 평행론”, “인식 외적(extra-cogitatif) 평행론”, “보편(universel) 평행론”으로 세분화하여 논구하는 방식을 택하긴 하지만, 그가 평행론에서 따라 나오는 문제들로 제시하는 것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그 또한 윤리학 내 두 평행론을 의식하고 그것으로부터 따라 나오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3-34)
2.
들뢰즈는 제1평행론을 “인식론적(épistémologue) 평행론”(Deleuze, 1968, 99/155)이라 명명 한다. (36)
그래서 들뢰즈는 제2평행론을 “존재론적(ontologique) 평행론”이라 부른다(Deleuze, 1968, 99/155) 단일한 신/실체가 무한하게 많은 속성들로 표현되듯이 하나이자 동일한 실재[실재성]가 사유와 연장 및 그 외 무한하게 속성으로 표현된다. (37)
3.
들뢰즈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첫째 해법의 골자는 “속성들의 동등성”과 “역량의 동등성”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그에 의하면 “역량과 속성 간 구별은 스피노자주의에서 본질적인 중요성을 갖는다”(Deleuze 1968, 103/161) (38) )
유의할 것은 신의 형상적 본질과 표상적 본질이 신의 단일한 본질이 신의 단일한 본질의 두 측면인 것처럼 신의 두 역량 또한 동등하다는 점이다(역량들의 동등성). 그렇게 때문에 “신의 절대적 본질은 그것이 형상적으로는 실존 및 행위 역량인 것처럼 표상적으로는 사유 및 인식 역량”(Deleuze 1968, 106/164-165)이라는 정식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39)
들뢰즈의 경우 이는 양태들의 “응집성”(consistance)[일관성]과 “종별성”(spécificité) 이론을 통해 해명된다.(Deleuze 1968, 113/174) 이 이론은 두 평행론 문제가 본젹적으로 다뤄지는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7장 말미에 등장하는 것으로 두 평행론 문제에 대한 들뢰즈의 해법의 알속이다. (42)
4.
그래서 들뢰즈는 변양을 실체처럼 “속성을 달리하는 양태들의 자기 자신 안에 있는 존재자(être en soi)”(Deleuze 1968, 98/152-153)라는 식으로 정의하며, 그것을 “실제적 변양”이라 명명했던 것이다. (47)
“그러므로 신은 무한한 속성으로 구성되는 한에서 실제로 자기 자신 안에 그 자체로 존재하는 대로의 실재들의(rerum, ut in se sunt) 원인이다. 지금으로서는 이를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Gueroult II 90; Curley, I 452) (48)
“따라서 속성들 또는 상이한 속성들의 양태들 간의 실재적-형상적 구별과 등가적인 관념들 간의 표상적 구별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관념들 간의 이 구별 자체는 우리가 그것을 관념들 자체의 형상적 존재에 관계시키는 한 표상적-형상적일 것이다.”(Deleuze 1968, 110/170) (50)
“따라서 사유에는 하나의 동일한 속성이 속하면서도 양태적으로가 아니라 형성적 또는 실재적으로 구별되는 양태들이 있을 것이다.”(Deleuze 1968, 110/170) (51)
선행 주석가들의 해석을 원전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이러한 난점들 때문이다. 제2평행론을 중심으로 제1평행론을 견합하려는 그들의 시도는 무수한 속성들이 신 안에서 부정을 함축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의 본질을 표현한다는 스피노자의 속성이론을 구제하려는 것이었겠으나(Ethika, I, 정의 6. 해명), 그 필요조건이 속성들의 수평적 평행성 내지 일대일 대응은 아닐 것이다. (51) [견합(牽合): 서로 끌어당겨서 합쳐짐. 또는 합침. 서로 끌어서 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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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알리즌(Henry Edward Allison, 1937-), Benedict de Spinoza: An Introduction, 1987
아킬라(Richard Emil Aquila, 1944-), 「스피노자에서 사고와 대상의 동일성(The identity of thought and object in Spinoza)」, in Journal of the History of Philosophy, 16 (3):271-288 (1978) .
커리(Edwin Curley, 1937-) 미국 근대철학 연구자. 스피노자의 형이상학(Spinoza's Metaphysics, 1969),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 프랑스 철학자.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Spinoza et le problème de l'expression, 1968)(이진경역, 2002. 영역: Expressionism in Philosophy: Spinoza, by Martin Joughin.)
게루(Martial Gueroult, 1891-1976), 스피노자(Spinoza(tome 1: Dieu (Éthique, livre I), 1968). 스피노자(Spinoza(tome 2 : L'Âme (Éthique, livre II), 1974).
마슈레(Pierre Macherey, 1938-), 스피노자 윤리학 입문(Introduction à l’Éthique de Spinoza(5 volumes, PUF, 1994-1998.)
멜라미드(Yitzhak Melamed, 1971?-), "The Metaphysics of Substance and the Metaphysics of Thought in Spinoza"(2005). 스피노자의 형이상학(Spinoza’s Metaphysics: Substance and Thought, 2013), 스피노자와 독일 이데올로기(Spinoza and German Idealism, 2012)
네이들러(Steven Nadler 1958-), 스피노자 윤리학 입문(Spinoza's Ethics: An Introduction, 2006).
라몽(Charles Ramond, 1957-), Dictionnaire Spinoza, 2007.
반 분쥬(Wiep van Bunge, Henri Krop, Piet Steenbakkers, Jeroen van de Ven (eds.), 스피노자의 연속적 동반자(The Continuum Companion to Spinoza, 2011) [분쥬(Wiep van Bunge, 1960-)]
로카(Michael Della Rocca, 1965-), 스피노자에서 표상과 심신이론(Representation and the Mind-Body Problem in Spinoza, 1996,
*** # 인명
알리즌(Henry Edward Allison, 1937-) 뉴욕태생, 예일에서 학사, 콜럼비아 석사, 1963년 박사학위, Kant's Transcendental Idealism: An Interpretation and Defense, 1983), Benedict de Spinoza: An Introduction, 1987
아킬라(Richard Emil Aquila, 1944-), 미국 칸트 전공, 현상학 공부. 1968년 노스웨스턴 대학 박사학위, 테네시 대학교수. 「스피노자에서 사고와 대상의 동일성(The identity of thought and object in Spinoza」, in Journal of the History of Philosophy, 16 (3):271-288 (1978) .
커리(Edwin Curley, 1937-) 미국 근대철학 연구자. 스피노자의 형이상학(Spinoza's Metaphysics, 1969), 기하학적 방법의 뒷면(Behind the Geometrical Method, 1988) 회의론에 반대한 데카르트(Descartes Against the Skeptics, 1978 Hobbes' Leviathan, 1994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 프랑스 철학자.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Spinoza et le problème de l'expression, 1968)(이진경역, 2002. 영역: Expressionism in Philosophy: Spinoza, by Martin Joughin.)
프리드만(Georges Friedmann 1902-1977) 프랑스 사회학자. 1923년 ENS 입학, 라이프니쯔와 스피노자(Leibniz et Spinoza, 1946), 권능과 지혜(La Puissance et la Sagesse, 1970)
게루(Martial Gueroult, 1891-1976), 1912년 ENS 입학, 1914년 징병, 1차 대전에서 포로, 1919년 학업 계속, 교수자격 포기, 프랑스 철학자, 철학사가. 1922년 박사학위논문 제출 1930년 논문 통과. 소르본을 거쳐 꼴레쥬드 프랑스 교수, 스피노자(Spinoza(tome 1: Dieu (Éthique, livre I), 1968). 스피노자(Spinoza(tome 2 : L'Âme (Éthique, livre II), 1974).
마슈레(Pierre Macherey, 1938-) 프랑스 철학자, 스피노자 전공, 1958-1963년 ENS 강의를 듣다. 1962년 교수자격 통과, 알뛰세 제자. 스피노자 윤리학 입문(Introduction à l’Éthique de Spinoza(5 volumes, PUF, 1994-1998.)
멜라미드(Yitzhak Melamed, 1971?-) 이스라엘 텔라비브 대학(1990sus), 학사 및 석사(1996년), 예일대 박사학위 논문(2005년) "The Metaphysics of Substance and the Metaphysics of Thought in Spinoza"(2005). 스피노자의 형이상학(Spinoza’s Metaphysics: Substance and Thought, 2013) 스피노자와 독일 이데올로기(Spinoza and German Idealism, 2012)
네이들러(Steven Nadler 1958-) 1986년 콜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 Arnauld and the Cartesian Philosophy of Ideas, 1989, Spinoza's Heresy: Immortality and the Jewish Mind, 2002, 스피노자 윤리학 입문(Spinoza's Ethics: An Introduction, 2006).
라몽(Charles Ramond, 1957-), ENS출신, 철학 교수자격(1983), 철학 박사학위(1992), 파리 8대학교수 스피노자 철학에서 질과 양(Qualité et Quantité dans la Philosophie de Spinoza. 1995), 사전 스피노자(Dictionnaire Spinoza, 2007, 들뢰즈 정치학(Deleuze Politique , 2009)
반 분쥬(Wiep van Bunge, Henri Krop, Piet Steenbakkers, Jeroen van de Ven (eds.), 스피노자의 연속적 동반자(The Continuum Companion to Spinoza, 2011) [분쥬(Wiep van Bunge, 1960-), 미국 철학교수, 1990년 철학박사. 스피노자 과거와 현재(Spinoza Past and Present. Essays on Spinoza, Spinozism, and Spinoza Scholarship, 2012) / 크로프(Henri Krop, 1954-), 네델란드 교수, Spinoza. Een paradoxale icoon van Nederland. 2014 / 스텐베커스(Piet Steenbakkers, 1951-) 네델란드 유트레이트 철학 종교 교수. / 드 벤(Jeroen M.M. van de Ven, 1962-) 1999년 석사, 2003년 박사. 후기 중세부터 계몽기 역사 전공, 암스테르담 경제학교수
로카(Michael Della Rocca, 1965-) 미국 철학자. 1991년 철학 박사학위, 스피노자에서 표상과 심신이론(Representation and the Mind-Body Problem in Spinoza, 1996, 스피노자(Spinoza 2008) .
슐러(Georg Hermann Schuller, s.d.) (1651–1679)[24살?], 네델란드 물리학자, 연금술사. 스피노자와 편지교환자. 그는 철학과 의학을 공부한 부브메스터(Johannes Bouwmeester 1630-1680)와 스피노자 작품 출판을 기획하였고, 아마도 스피노자의 유고전집(Opera posthuma, 1677) 편집에 관여했을 것이라 한다.
치른하우스(Ehrenfried Walther von Tschirnhaus, 1651-1708) 독일 수학자, 물리학자. 귀족이며 부유한 가정출신이다. Medicina corporis, 1686 Medicina mentis,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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