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문화답사
*국립광주박물관봉사자
김영옥, 양정아, 김호순, 베버남순, 정추미.
국립광주박물관 금요봉사자 3차 답사로 보성을 갔다.
세상은 쉬지 않고 색깔이 바뀐다. 하늘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하늘' 이란 낱말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다.(우리 글도 뜻글이 있다.)
'하' 는 '하 많은' 할 때의 크다, 넓다 의 뜻이고, '늘' 은 늘상, 쉼 없이 의 움직임을 뜻하는
순 우리말로, 바람 구름 태양 달 별 등이 쉬지 않고 변화를 일으키는 드넓은 우주의 공간을 말한다.
이렇게 하늘이 변할진대 지상의 만물이 가만 있겠는가.
그 자연의 변화는 색상이 쉽게 알려준다.
지금 산야는 연두빛으로 물들고 하루해가 지는 동안 얼마를 발걸음하는지 들녘 나락은 고개가 무거워진다.
자연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제자리가 있기나 할까, 아니면 그냥 환環의 운동, 순환일까...
즉 멈춤이 없는, 싹 트고 피고 맺고 지고 스러지고.......
회색 도심에 스스로 갇혀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모내기가 엇그제였는데 "아-- 벌써---" 할 뿐이다.
너릿재를 넘어나와 이양을 지나면 양팽손 학포당을 만나고 쌍봉사에 도착한다.
자그마한 절집, 목탑같기도 한 대웅전, 고만고만한 작은 전각들이 고개를 맞대고 있어
조선의 어느 대갓집에 온듯 친근한 맛이 발걸음을 편하게 한다.
일주문도 불이문도 사천왕문도 없는, 누구나 거리낌 없이 들어와도 된다는 듯
부처님의 너그러움이 느티나무 아래 돌방석과 와상에 널려있다.
지금의 사방 한 칸의 단촐한 삼층 대웅전은 10여 년 전 불탄 후 다시 복원한 건물로 귀여운 맛이 난다.
쌍봉사에 오면 뭐니뭐니해도 절 뒷편의 철감선사 부도를 봐야한다.
(철감선사 호가 쌍봉이어서 쌍봉사라 한다.)
연곡사 동부도와 함께 우리나라 부도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걸작품으로
그 생김새의 비례나 조각의 솜씨가 볼수록 탄성을 지르게 한다.
특히 손톱만한 수막새 끝면의 또렸한 연꽃무늬는 물론 다른 어느 부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석공의 예술적, 여기적 기법은 상대석 양련 꽃잎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눈이 있어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한다.
똑같은 연잎이 한 바퀴를 돌다가 어느 곳에서 연잎 끝 하나를 살짝 비틀어 파격을 일으켜 놓았다.
이것으로 천 년 전 석공의 멋과 예술의 감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부도 전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옆 선사님의 징소탑비의 귀부와 이수도 보면 볼수록 마음을 잡아 끈다.
귀부의 네 발의 발톱의 움직임과 꼴랑지가 넙덕지에 강단지게 꼬여 붙어 있는 모양은
극히 역동적인 모습으로 그 육중한 돌덩어리가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지금은 부도의 상륜부와 징소비의 비신이 없어 아쉽기는 하나 어쩌면
그 없음이 오히려 이 명품들을 더 아끼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지도 모른다.
*모두 뭘 찾고 있나요? 지풀님이 알아맞췄나요?
*꼴랑지가 용 쓰고 있나요? 앞으로 움직임도 보입니까? 비신 없음이 아쉽네요....
더 있고 싶어도 갈곳이 기다려 우리는 다시 보성 읍내를 지나
조성면 '조성CC' 골프장 안에 위치한 '우종 미술관' 에 도착한다.
보성군 조성면은 城자가 두 개 겹첩다 해서 우일성又一城, 즉 성이 겹쳤다는 곳이다.
조성은 나의 탯자리 내 고향이다.
산 중턱에 자리한 골프장 안의 미술관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내 놀던 고향마을이 보이고
그 너머로 아스라한 간척지들녘을 지나 바다가 보인다.
고향 떠난지가 오래되고 가끔은 살던 동네만 오갈뿐 여기에,
이런 시골에 숨은듯 진주같은 미술관이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처음으로 와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여러 박물관 미술관을 섭렵한 우리 회원들도 감탄을 한다.
미술관 위치나 건물로 인한 감탄이 아니라 그 작품내용에 눈이 휘둥글해지고 말았다.
우종미술관은 박용하 회장(관장의 남편)의 선대로부터 시작된
미술품 사랑과 수집이 오늘에 이르러 꽃을 피워, 천백여점의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정시기 특정국가, 특정작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 외를 넘나드는 폭넓은 수집으로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란다. 1층과 2층은 다양한 소장품과 기획전을 위한 전시실이며,
3층은 고미술품과 일본 근현대 도자기들을 전시할 박물관실로 구성되어있다.
내려가면서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중이어서 맘이 불안했다. 그러나
마침 귀한 손님들을 위한 특별전시 준비로 휴관중이었음에도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왔다하니
귀부인처럼 보이는 베레모 관장님이 특별히 큐레이터를 시켜 안내를 하며 설명해주어
좋은 감상을 했다. 어디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작가들의 작품은 눈을 휘둥그렇게 했다.
일본의 중진 거장들 구사마 야요이, 무라까미 타카시, 타나다 고지, 요시하라 지로,
야마구찌 타게오, 오카 노부타카, 호리에 슈우사이 등등,
또 놀라운 것은 샤갈의 작품이다. 모두 다 눈이 휘떱게 된다.
우리 작가로는 권옥연의 풍경, 김인승의 누드, 김홍식의 나리꽃, 김환기의 Morning star,
도상봉의 정물, 박고석의 산, 박수근의 귀로` 여인과 소녀들, 변시지의 태풍,
오지호의 풍경, 이대원의 농원, 이인성의 나부, 이중섭의 호박, 천경자, 최영림,
하인두 등등 유명 명화 진품들이 즐비했다. 헌데 시골에 외따로 떨어져 있으니
하루에 서너명이 찾아줄 뿐이어서 안타까워했고 우리에게 많은 홍보를 부탁한다.
우린 흔쾌히 홍부한다고 약속했다. 정말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가보기 바란다.
작가 작품들이 너무 귀하고 좋은 것들이니...
*우종미술관의 아름다움, 골프장 안에 위치해 있어 주위가 아름답고 전망이 끝내준다. 조성면 소재지에서 10분거리.
점심시간이 됐다.
뭐니뭐니해도 먹는 즐거움이니 우린 조성과 예당 앞 바닷가 수문포 횟집으로 갔다.
멀리 섬 너머 녹동, 소록도가 있을 가늠을 하며 바다를 안아보고 난 후,
제철음식 전어무침을 시켰는데 전어보다도 무웃잎물김치, 파김치, 고구마줄기무침,
삶은 돈부, 참게장 등등 쥔아줌마의 손맛이 밴 음석에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양을 채운다.
(음식 맛을 맛볼 줄 아는 식도락가는 여기 중수문포 청OO횟집을 한 번 와보시길....)
다시 갈대밭을 지나 득량 공룡알 화석지를 둘러본 후 보성차밭을 일별하고 광주로 오는 길에
일제시대의 독립신문 발행과 민족의식 고양을 위해 일생을 바친 서재필 박사의 기념관을 둘러보고
대원사 입구 백민미술관에 들렀다. 조규일 관장님의 기증으로 이루어진,
국내 국 공립미술관 8개소중 유일하게 최초의 군립미술관이다. (93년 개관)
2층은 자연채광 전시관으로 조선시대 김상헌, 신위, 노옥계, 지암, 송운회, 백범 김구의 병풍 등과
러시아 작품이 소장 전시되고 있다. 그러나 군의 지원이 열악했던지 환풍이 안되어
작품액자에 곰팡이가 끼고 작품에까지 먹어들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도로나 4대강살리기등 토목사업엔 수 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아끼고 보호해야 할 문화예술에는 물건너 불보듯 등한히 하는 정부가 그렇게도 무식할 수가...........
다시 그림같은 주암호를 끼고 오는 길에 다산미술관에 들렀다.
입구부터 박이 주렁주렁 터널을 이룬 특이한 미술관으로
다산 이판석님이 건립한 전남도지정 3호 미술관이다.
서화 외에도 박공예작품과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문화체험프로그램이 자주 열리는 미술관으로 향토 문화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단다.
답사를 다니다보면 우리는 항시 고마움과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씁쓸함에 젖는다.
오늘 답사를 통해 내가 가장 기쁜점은 내고향 조성에 그렇게도 귀한 작품을 소장한
우종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하고 그것이 꼭 내 미술관인양
내 고향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커다란 흡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하루내내 운전을 맡아 준 양정아 조장님과 사진 촬영에 수고 해 준 정추미님,
그리고 함께 웃어준 김호순님, 베버 남순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알에서 마악 나오는 어른공룡 호순이..... 이뿐이 공순이.....
*뒤의 건물은 '문립독' 입니다. ............... ㅎ ㅎ ㅎ ㅋ ㅋ ㅋ....... 누가 그랬지?????????????
첫댓글 너무 잼있었겠다. 아! 나도 끼고 싶다. 글도너무잘 쓰셧어요.. 꼴랑지란말도 너무 재밌고...미인들 속에 청일점으로 20년은 젊어지셨겠네요.^.^
선생님맛깔스런 글이 그날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네요...함께했던 순간들이 오늘도 절 행복하게 만들어 주시네요 고맙구요 ♣함께해주셨던 정아샘영옥샘호순샘,배버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