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선언’에 참가하신 여러 선생님들께
이곳 서울 구치소에도 어김없이 계절의 봄은 왔습니다. 쓸쓸하고 황량해 보였던 관악산, 청계산이 조금씩 푸른빛을 띠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봄이 되니 저 역시 봄에 맞는 몸이 되고픈지 식욕이 팍팍 늘어나고 운동량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니 축구장 같은 아담한 운동장을 뛰면서 ‘더 굳세게’, ‘더 힘차게’를 되뇌어 봅니다.
어제(3/27) 위원장님께서 암행어사 출두하는 것처럼 갑자기 구치소에 나타나셔서 이번 건과 관련하여 기자회견과 신문광고 말씀을 해 주시더군요. ‘속으로 몇 분이 하셨을까?’ 참 궁금했는데, 이렇게 크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름 모를 수많은 조합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년 교사 생활과 13년 통일교사의 삶이 한순간 날아갈 듯 한 현실을 보면서 그동안 제 머리 속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소용들이 쳤습니다.
첫째는 제가 전교조 조합원이란게 엄청나게 큰 힘이 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마자 분회 선생님들과 학생, 학부모님들이 내일처럼 나서주셨고 지회에서는 ‘구출위’를 구성하여 온갖 힘겨운 일들을 소리없이 해나가고 계시고 본부 지부에서는 대책위를 꾸려 전체 흐름을 이끌어 나가고 계시지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조합원 샘들이 격려해주시고 작은 실천을 찾아 해 주시고 계십니다. 더우기 민변 회장이셨던 최병모 변호사님을 비롯한 젊은 이원구, 설창일 변호사님들이 저희들의 변론을 맡고 계십니다. 제가 조합원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 크나큰 복입니다.
둘째로 ‘전교조’와 ‘통일위원회’를 짓누르려는 불의한 냉전수구세력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의 시작과 재판 과정을 생각해보면 한나라당과 수구보수언론, 공안기관이 삼위일체가 되어 분단법인 국가보안법을 들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전교조와 통일위원회를 ‘친북반미’로 맹폭을 가했으며 서울지부 전 통일위원장인 저희 두 사람을 구속시키는 폭거를 자행하였습니다.
이는 북핵으로 인한 통일정세의 악화와 올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견되면서 그동안 눈에 가시와 같은 조직인 전교조를 완전히 침몰시키고 6.15선언 이후 그 어느 단체보다 열성적으로 통일 활동을 펼쳐온 서울지부 통일위원회를 ‘친북반미’로 몰아 기존의 통일활동의 성과를 무효화시키려는 반통일적 행위 그 자체였습니다.
공안기관들은 사회의 보수화 바람에 편승하여 국가기관이란 합법적인 틀을 덮어쓰고 무지막지한 힘의 논리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켜 왔습니다. 저들은 현 정부의 통일정책마저 부인하고 있는 겻을 보면 국가의 이익보다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앞장서 뚫어내는 존재임을 스스로 드러내었습니다.
세째는 우리 전교조가 공안 먹구름을 거두어들이고 국보법 폐지의 불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우리 민족의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통일의 대상인 북한을 적으로만 규정하고 있는 국보법은 남쪽 통일운동의 독자성을 부인하고 있으며 통일의 이정표라 불리는 6.15선언을 북한을 추종하는 내용이라며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국보법이 존재하면 사회 진보-개혁 운동의 전진을 가로막으며 사상의 자유와 학문연구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국민의 기본권이 언제 어느 때라도 훼손될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합니다. 이제 한반도 정세는 분단 62년의 그 엄혹했던 민족의 수난을 뒤로하고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정상회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체결 등으로 화해와 평화, 통일의 결정적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자 불려온 한나라당마저 동물적 감각으로 대북적대정책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 조금씩 공안기관이 코너에 몰려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를 마음껏 짓눌렀던 공안기관의 반통일적 행태와 부도덕한 수사 방식에 대해 대대적으로 알려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통일을 바라는 제 세력과 함께 힘을 모아 국보법을 폐지하는 그날까지 힘차게 전진했으면 합니다.
지금 저희들은 국보법위반이란 죄명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 조합원 선생님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와 격려를 어깨에 지고 열심히 재판에 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재판에서 전교조 통일 활동의 정당성을 당당히 밝혀 나가겠습니다. 하여 다시 해맑은 아이들 앞에 서서 수업을 할 그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 선생님들의 ‘교사 선언’에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전교조 화이팅 !
통일위 화이팅 !
2007. 3.28 서울구치소에서 최화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