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자전거 액세서리
장갑
장갑도 중요한 액세서리 중 하나이다. 손바닥에 땀이 나더라도 핸들바를 잡은 손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 장갑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자전거 장갑은 손바닥에 완충물질이 든 쿠션이 장착되어서 손바닥에 오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넘어질 때 손을 보호하는 것도 장갑의 중요한 기능이다.
자전거에서 넘어질 때 손을 뻗어 땅을 짚으면 팔이 부러지거나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대개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짚게 되어있지만 부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팔은 몸에 가까이 감은채 몸을 둥글게 만들어 구르는 것이라고 한다. 산악자전거와 도로자전거는 상황이 다른 경우가 많지만 안전하게 넘어지는 방법은 실전 연습은 못하더라도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도 해두는 것이 좋겠다.
손등을 햇볕으로부터 막아주는 것도 장갑이 하는 일이다. 여름에는 손가락이 나오는 장갑을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장갑을 벗지 않은 채로 전화기도 조작할 수 있고 공구도 만질 수 있다. 겨울에는 손이 시리지 않도록 보온성을 고려해야 한다. 기온이 많이 낮지 않은 날에도 자전거를 타면서 바람을 맞으면 손이 시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손가락을 덮는 장갑이 필요하다.
방풍자켓, 팔 다리 워머(warmer)
고도가 100미터 상승할 때마다 기온이 0.7도씩 낮아진다. 자전거로 1,000미터 등반을 한 다음의 기온은 시작점에 비하여 7도나 낮다. 쾌적한 섭씨 20도에서 출발하여 1,000미터를 등반했다면 섭씨 13도의 쌀쌀한 날씨를 만나게 된다. 예측못할 산날씨에 바람불고 비까지 뿌리는 상황을 만나면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는 저체온증(hypothermia) 위험 상황이 된다. 올라오는 동안은 열이 나서 추운 줄 몰랐지만 땀이 식은 뒤 내려가는 길은 고통스러운 것을 둘째치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때에 대비해서 배낭에는 방풍자켓과 팔다리 워머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자전거용 방풍의는 저지 뒷주머니에 들어갈만큼 가볍고 부피가 적다. 토시나 스타킹처럼 팔과 다리에 끼우는 워머 역시 무게와 부피 대비해서 긴요한 역할을 하는 장비이다.
캐멀백 (Camelbak)
도로 자전거를 탈 때는 저지 뒷주머니에 단촐하게 전화기와 크레딧 카드만 꽂고 다녀도 만사형통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크레딧카드 투어링이라는 자전거 여행의 한 종목이 생겨났을 정도이다. 그러나 산악 트레일에서는 가장 쓸모없는 것이 크레딧 카드이다.
산에서 필요한 것은 갈증을 해소할 물과 허기를 채워줄 식량과 체온을 유지해줄 옷과 혹시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고쳐줄 스패어 튜브와 공구와 체인링크같은 것들이다. 캐멀백에는 2-3리터짜리 물주머니 말고도 담아가야 할 물건이 많이 있다.
자전거로 시냇물을 몇번 건너고 나면 체인오일이 씻겨나가서 이른바 체인썩(chain suck)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우기에 멀리 갈 때는 작은 크기의 체인오일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당일 라이드로 60킬로미터 코스를 잡아서 30킬로미터를 들어갔는데 체인이 끊어지거나 바퀴가 망가져서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된다면 문명세계까지 30킬로미터를 되짚어 걸어서 나와야 한다. 비상식량은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어두워지면 헤드램프가 요긴하다. 혹시 산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면 플라스틱에 알루니늄 코팅이되어 복사열 손실을 막아주는 비상용 홑이불이 필요할 것이고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키트가 필요할 것이다.
혹시 넘어져 다치기라도 했다면 소독약과 붕대와 항생제 연고같은 응급처치 키트가 필요하다. GPS도 배터리가 떨어지면 쓸모없는 짐이 될 뿐이다. 이 때는 종이 지도와 콤파스가 훨씬 요긴하다.
비상상황이 아니더라도 더운 날씨나 과도한 체력소모 때문에 가져간 물이 동나서 샘이나 시냇물이나 호수나 말구유의 물이라도 마셔야 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세균과 아메바를 걸러낼 수 있는 펌프 정수 필터가 있어야 한다.
드로퍼 싯 포스트 (Dropper Seatpost)
드로퍼 싯포스트는 핸들바에 달린 레버 조작으로 안장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든 싯포스트이다. 산악자전거 타는데 이만큼 요긴한 것이 없다. 오르막에서는 안장의 높이를 높이는 것이 페달을 돌리는 운동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안장이 높은 것이 오르막에서 체중을 앞으로 이동시키는데도 효과적이다. 저속에서는 자전거와 신체의 무게중심을 높게 하는 것이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내리막에서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체중을 뒤로 옮겨야 한다. 안장이 높게 고정이 되어있다면 안장에 걸려서 몸을 뒤로 빼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드로퍼 시트이다. 레버를 당기면 안장이 털썩 내려앉으면서 엉덩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안장이 낮아지면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발이 쉽게 땅에 닿게 되기 때문에 내리막에서의 무서움도 줄어들고 혹시 넘어지더라도 충격이 줄어든다,
여러가지 종류가 시장에 나와있는데 크랭크 브라더스의 조플린 (Joplin)이 초기부터 나와있던 모델이다. 다른 제품은 써보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으나 크랭크 브라더스의 조플린은 되도록이면 회피해야 할 제품이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기능은 흠잡을 곳이 없지만 안장을 고정하는 클램프가 조악하게 만들어져서 안장각도 조절이 어렵고 어렵사리 각도를 고정한 뒤에도 사소한 충격에 안장의 각도가 틀어지기 일쑤이다. 괜찮은 제품을 찾는다면 MTBR의 사용자 리뷰를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http://www.mtbr.com/cat/controls/dropperseatpost/pls_6764_913crx.aspx#productlisting)
클립리스 페달(clipless pedal)과 자전거 신발
클립리스(clipless) 페달은 발을 페달에 클립-인(clip-in)하기 위해 쓰는 페달이다. 클립하려고 클립리스 페달을 쓰는 역설이 생기게 된 것은 자전거 페달의 역사때문이다.
예전의 자전거는 발을 페달에 고정하기 위해서 평페달 위에 앞꿈치 클립(toe clip)과 스트랩(strap)을 달아서 사용했고 이것을 앞꿈치 클립 페달(toe clip pedal)이라고 불렀다. 클립이 없이도 발을 페달에 고정시킬 수 있게 한 발명품이 클립리스 페달이다.
발을 페달에 고정하는 이유는 두가지이다. 운동의 효율성과, 라이드 안정성이다.
평페달을 쓰면 다리는 계단을 밟듯이 페달을 눌러서 자전거에 동력을 전달한다. 그런데 한쪽 발이 페달에 밟는 동안 반대편 발은 페달과의 접촉을 유지하기 반대방향으로 페달을 누르게 된다.
발이 페달에 고정되게 되면 훈련을 통해 반대방향으로 페달을 눌러서 다른 다리의 운동을 방해하는 현상은 없앨 수 있다. 나아가서는 페달이 12시 방향에 오기 전부터 발을 앞으로 차는 동작도 추진력에 보탤 수 있고 6시 방향을 지난 다음에도 발을 뒤로 채는 동작을 보탤 수 있다. 평페달에서는 발의 수직운동만 자전거에 전달되지만 클립리스 페달을 쓰면 발의 회전운동을 전달할 수 있다. 더 많은 다리의 근육과 동작을 활용함으로써 근육의 피로도를 줄이고 추진력을 높이는 것이 클립리스 페달의 기능이다.
또 한가지 장점은 발이 항상 같은 위치에서 페달을 딛고 있고 험한 길을 갈 때에도 발이 페달에서 털려나가지 않는 다는 점이다. 클립리스 페달을 쓰면 바인딩을 통해 스키를 신은 것처럼 자전거를 신은 것과 같이 몸과 자전거가 일체화되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장점은 가끔 자전거를 신은 채로 넘어져야 한다는 단점에 의해 상쇄된다.
산악자전거의 클립리스 페달은 적어도 미국시장에서는 시마노의 SPD 페달과 크랭크 브라더스의 에그비터 (egg beater) 페달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시마노 페달은 페달 자체도 조금 무겁고 페달에 끼워지는 클릿(cleat)도 두껍고 무겁다. 시마노 페달의 장점은 견고하다는 점, 페달이 클릿을 물어주는 장력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 긴급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발을 잡아 뜯어도 클릿이 페달에서 빠질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점이다.
시마노 페달이 클릿을 물어주는 부분은 두꺼운 판금(sheet metal)을 프레스로 성형하여 만든 것으로 바위를 긁고 지나가더라도 어지간해서는 부러지거나 변형되는 일이 없다. 클릿을 무는 장력도 육각렌치를 써서 세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다.
클릿을 페달에 물릴 때는 발로 꾹 누르면 딸깍소리가 나면서 클립이 되고, 뺄 때는 발을 15도 정도 비틀어서 빼도록 되어 있었다. 자전거가 당장 넘어지는 숨가쁜 상황에서 발을 15도 바깥쪽으로 비튼 다음 발을 빼고 땅을 집는 것은 어지간한 고수, 또는 어지간히 많이 넘어져봐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 회로가 굳어지기 전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시마노 페달은 급할 때 잡아 뜯으면 떨어진다는 장점때문에 초보자들에게 어느정도 위안이 되어서 보급률에 기여를 한 것 같은데 시마노에서 기존의 SH-51 클릿에 추가하여 최근에 SH-56이라는 멀티 디렉셔날(muti-directional)클릿디자인을 들고 나섰다. 정확히 15도를 틀지 않아도 위나 옆이나 아니면 중간방향으로라도 대충 빠진다는 것이 이 클릿의 마케팅 포인트이다.
스키에서도 고수들은 험한 턴을 할 때 바인딩이 빠질까봐 걱정하고 초보들은 넘어질때 바인딩이 빠지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자전거도 비슷하다. 험한 라이딩 도중에 페달이 빠질까봐 걱정하는 고수들과는 달리 초보는 넘어질 때 발이 빠지지 않을까봐 걱정을 한다.
클립리스 페달은 초보자가 한번 입문을 해서 익숙해진 다음에는 어지간하면 평생 같은 모델을 쓰게 된다. 고객 로얄티가 평생가는 것이 클립리스 페달의 특성이다. 초보자의 진입장벽을 낮춰준 시마노의 마케팅에 점수를 주고 싶다.
반면 크랭크 브라더스의 에그비터 (Egg beater) 페달은 달걀젓는 주방용품같은 단순한 디자인으로 시장에 어필했다. 이 페달의 장점은 정확이 옆으로 발을 비틀어 빼기 전에는 아무리 거친 라이드를 하더라도 발이 빠질 염려가 없다는 점이다. 신발이 진흙 투성이가 되더라도 페달이 클릿을 물어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주물로 만든 페달이 주행중 바위에 부딪히는 경우 쉽게 부러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평페달에서 클립리스 페달로 전향하려면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을 넘어야 한다. 신호등 빨간 불에 서면서 발을 빼는 것을 잊고 있다가 자전거를 신은 채 통나무처럼 옆으로 쓰러지는 경험을 한두번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식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발이 페달에서 빠지게 되려면 약 3번정도는 실제로 넘어지는 경험을 하고 약 12번정도는 넘어지기 직전까지 가서 화들짝 놀라는 경험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는 동안 페달에서 발을 비틀어 빼는 반사신경이 생겨난다.
걷는 상황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배려하지 않은 도로 자전거 신발과는 달리 산악자전거 신발은 걷는 것을 어느정도 배려하여 만들어져 있다. 도로 자전거에서 내려서 화장실이가도 가려면 앞꿈치에 돌출된 클릿 때문에 하이힐을 거꾸로 신은 것처럼 어기적 거리며 걸어야 하지만 산악자전거는 끌바(바이크를 끌고 가는 행위의 줄임말, 영어로는 hike-a-bike)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클릿을 신발가운데를 파고 안으로 집어넣어서 클릿이 달린 상태에서도 정상적인 걸음걸이와 비슷한 걸음을 흉내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다.
그러나 bike-n-hike와 같이 장시간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면 산악자전거 신발도 적당하지 않다. 자전거 신발은 기본적으로 페달을 밟는 동력전달의 효율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어서 뒷꿈치에서 앞꿈치까지 발바닥 전체가 딱딱한 통굽으로 되어있다. 등산화로 치자면 빙벽화와 같다. 빙벽화는 크램폰을 신고 빙벽에 찍은 앞발톱으로 버티고 서있을 수 있도록 바닥이 통굽으로 되어있다. 자전거 신발은 대신 뻣뻣한 발바닥으로도 걸을 수 있도록 앞꿈치가 둥글게 위로 말려 올라가 있다. 이걸 신고 걸으면 걷는 동작이 마치 작은 바퀴를 굴려서 앞으로 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신발을 신고 장거리를 걸으면 발목이 쉽게 피로해지고 뒷꿈치가 쓸려서 피부가 벗겨지거나 물집이 잡히기 쉽다. 더구나 자전거 신발은 발목의 자유로운 운동을 보장하기 위해 신발이 복사뼈보다 아래쪽까지만 덮어주므로 등산에 필수적인 발목보호 기능은 빵점이다.
바이크-앤-하이크를 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등산화를 신고 평페달로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하거나 등산화를 따로 짋어지고 가서 등산화로 갈아신고 하이킹을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