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minton & People-동호인클럽] 행신클럽 자체 체육관 가지다
이화여자대학교 옆의 신촌역에서 문산행 기차를 탔다. 행신역, 약속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하여 작은 역사와 주변에 핀 꽃들이 있는 작은 공원을 보며 걷기 시작했다. 배드민턴클럽이라면 산 쪽에 있으리라는 생각에 무심코 산 쪽으로 걷다가 약속한 장소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802동 앞을 찾아가다 보니 그곳은 조금은 번화한 상가지역이었다. 건물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어색한 건물 그곳이 행신클럽의 체육관인 것이다. 도저히 체육관이 있을 수 없는 장소였다.
1996 년 일산의 야외 공터에 코트 2면으로 클럽은 시작했다. 시유지(市有地)인 그곳에서 동호인들은 비,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배드민턴을 매일 즐길 수 있을 텐데…’라는 간절한 바램을 가졌다. 간절함이 깊으면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시유지 땅에 건물을 짓기 위해 이곳 저곳의 관공서를 뛰어다니며 허락을 얻게 된다. 11명의 동호인이 힘을 합쳐 건물을 짓는데 그 공사비만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이쯤이야’라며 건물을 98년 4월 완공을 하기에 이른다. 공공사업으로 만든 체육관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배드민턴을 하기에 적합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그리고 국가나 기관이 만든 공간이 아닌 동호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배드민턴 체육관을 완공하고 행신클럽 동호인들은 모두 축제의 도가니에 빠졌다. 아파트 단지 앞의 작은 배드민턴 천국에서 동호인들은 언제나 기쁨에 배드민턴을 즐기며 서로의 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배드민턴을 즐기지 않는 아파트 주민들은 천막에서 무엇을 하는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꼭 장례치르는 모습 같다는 주민들의 진정과 고발에 시달려야 했다. 진정을 낸 주민에게 찾아가 설명을 하고 사과도 해보았지만 마음의 문을 닫아둔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이해시키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코트를 지을 때 고양시(市)가 땅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돌려주고 철거도 클럽 동호인들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고양시에서 체육관 땅의 반환을 요구하자 힘들게 일궈낸 배드민턴의 장인 그들의 천국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체육관을 정당하게 사용하며 배드민턴을 즐기고자 시유지 땅을 사기로 마음 먹는다. 그것은 큰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상업지역이라 사람들이 건물을 지어 생업에 뛰어들 장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육관 주변으로 지하철이 들어올꺼라고 말한다. 그런 곳을 체육관으로 사용하다니… 그곳은 시가로 평당 4백 만원이 조금 안되는 곳이다. 220평이면 자그마치 7억 5천 만원. 땅값만으로도 실로 천문학적이다. 자신을 위해 돈을 쓴다고 해도 선뜻 내기 힘들다. 또한, 그 큰 돈을 만드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현 김청기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힘을 합쳐 형편이 닿는 대로 땅을 샀다. 드디어, 올해 4월 20일. 그들의 220평 체육관이 완벽한 행신클럽의 소유가 된 것이다.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그들은 배드민턴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칠 사람들이다.
행신클럽 소유라고 체육관부지 구입에 참여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계속 열린 공간으로 지역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새벽에는 동네 노인들이 주로 체육관을 찾고 아침에는 남편을 출근시키고 주부들이 모인다고 한다. 그리고 점심 즈음에는 택시기사들이 한가한 시간에 와서 배드민턴을 즐기며, 오후에는 학생들이 학교를 파하고 체육관으로 오며 저녁에는 많은 직장인들이 온다고 한다. 노인들이나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을 즐기다가 다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체육관 바닥을 폭신한 소재로 깔았다. 그것도 회원들의 정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무려 이천만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시공하는 사람을 사서하기보다는 동호인들이 삼삼오오 시간 나는 대로 모여 완성했다고 하니 체육관을 구두를 신은채 들어온 기자에게 밟지 말아달라고 애원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체육관을 들어 올때는 체육관 전용 운동화를 꼭 신고 들어와야 한다. 모두들 꼭 배드민턴화가 아니더라도 체육관 전용 운동화가 따로 있었다. 체육관은 행신클럽 동호인 모두가 주인인 것이다.
행신클럽이 자랑하는 것은 회원이 400여 명이라는 것도, 주3회 클럽 내 배드민턴 강습이 있다는 것도 아니고 배드민턴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점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시점에서 오직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남들과 함께 나누는 자세로 살아가는 이곳 행신클럽의 동호인들을 만나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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