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스파이더맨 ‘모세’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날이 지난 지 얼마 안된 1999년 5월11일 밤 11시30분께 `따르릉' 전화벨 소리에 아기집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런 깊은 밤에 걸려오는 전화는 분명히 어딘가에 버려진 아기가 있다는 걸 암시하죠.
아니나 다를까 전화의 주인공은 이웃집 아주머니라며 아기집 대문 앞에 아기가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부리나케 나가보니 파란색 포대기에 이제 갓 한달 정도 됐을까 싶은
남자 아기가 곤히 자고 있더군요. 포대기 안에는 엄마가 쓴 것처럼 보이는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태어난 아기를 수술해 키울 능력이 없어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하루 벌어 살면서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네요. 못난 제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포대기 안의 아기는 아주 심한 구개순열이었습니다. 아기를 안고 들어오면서 소중한
자신의 아기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아기 엄마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더군요.
이렇게 모세와의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모세는 두 돌이 지난 지금까지 세차례 수술을 했습니다. 앞으로 적어도 두번은 더 수술을 해야 하고요. 까맣고 숱이 많은 머리카락에 피부 또한 까무잡잡한 모세는 유달리
키가 작아 `땅콩'이라고 불린답니다. 하지만 몸의 민첩성은 어느 누구도 따라오질 못한답니다. 조그마한 체구에 달리기도 얼마나 잘하는지 야무지게 달리다 넘어져도 오뚜기처럼 바로 일어나 다시 후다닥! 그리고 자기 키보다 더 높은 창 밖도 얼마나 잘 내다보는지 몰라요. 밑에 의자나 물건을 놓고 보는 거 아니냐구요? 천만의 말씀! 모세는
두 팔로 안전창살을 붙잡고 암벽 타듯이 벽을 타고 올라가 창 밖을 내다본답니다. 작은 체구며, 힘센 팔이며, 유연한 몸이며 정말 모세는 이 다음에 커서 우리나라에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할 인재랍니다. 담당 선생님은 벌써부터 모세가 커서 유명한 체조 선수가 되면 펜클럽 회장을 하겠다고 벼르는 정도랍니다.
다만 수술을 했어도 완전히 다 끝나지 않아서인지 발음이 정확하질 않지요. 아직 어리기도 하고 또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많은 연습을 하면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더욱 바라는 것은 우리 모세와 함께 할 가정,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엄마 아빠가
생기는 것입니다.
정혜원/대전 늘사랑아기집 총무(bbomany.zoa.to) (042)634-0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