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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7일 금요일 맑음
수학여행 인솔 3일차이다.
아침 6시도 채 되지 않아 눈이 떠 져서 잠이 오지 않는다.
저녁에 울트라 마라톤 출전때문에 걱정하느라 잠도 푹 자지 못한것 같다.
단순히 마라톤만 출전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부상이 어떤 변수로 작용을 할지가 관건이다.
어찌되었건 내 일은 다 하고 출전을 해야 하기에 어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부딛혀 보기로 맘을 먹었다.
오전에는 권금성코스이다.
물론 케이블카다고 가지만 권금성까지는 산길을 걸어 이동해야 한다.
권금성 바위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고 싶지만 저녁때 달릴것을 대비하여 그냥 참았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려니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였다.
내려와서는 바로 위쪽의 신원사 사찰을 보고 내려와 버스타고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였다.
여행이라고 하여도 내 맘대로 놀러가서 그런게 아니라 무척 피곤하지만 쉬지 못하고 바로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잠깐 눈 좀 붙이려하니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등으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이것도 불안한 요인이다.
미리 챙겨간 가방에 필요한 것을 챙겨넣고, 준비하느라 퇴근하고도 30분도 더 넘어서 대회장인 명동성당으로 향한다.
미사시각이 6시 30분이라고 했는데 바삐가면 참여할 수 있을것 같았다.
지하철을 몇번 갈아타느니 을지로 3가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부지런히 걸어서 미사시간 맞추겠다는 일념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명동성당 건물이 보여 들어가서 일단 먼저 채비한 다음 가방 맡기고 미사 들어가려고 보니 이런~ 여긴 명동성당이 아니란다.
건축양식이 비슷해서 그런지 알았더니..
다시 부랴부랴 나와 보니 저 위에 명동성당 뾰족한 지붕이 보이네...
후다닥 달리다시피와서 번호타고 마침 병직이성이 있어 대신 짐 맡겨두고 미사참례했다.
강론중이라 조용히 뒤쪽에 앉아 나머지 시간을 충실히 보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무사완주도 빌어본다.
미사후 반가운 얼굴들 만나 인사하고 같이 출전하는 쥐띠 친구들과도 한컷...
오늘 출전은 왕주, 근중, 신옥, 광연, 영근이와 그리고 나까지 6명이다.
원래 태흠이도 신청을 했으나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하였고, 6명만 출전하기로 한 것이다.
윤철이와 삼천이, 서희가 출발전 찾아와서 힘을 보태주고 간다.
어김없이 시간은 다가오고 출발은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명동성당을 떠난다.
작년에는 선두 인솔 봉사자가 무지 빨리 치고 나갔는데 올해는 다 같이 갈 수 있도록 천천히 가서 무리하지 않고 갈 수 있었다.
출발부터 용인이성이 어찌나 재미있게 하는지 웃느라 달리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게 갔다.
모든 주자들이 함께 우르르 달려가니 길거리 시내 사람들이 뭔 일인가 하고 다들 쳐다보는가 하면 전혀 무관심한 사람도 있다.
밤에 그것도 앞 주자 인솔자를 따라가니 도데체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어찌 가다보니 서소문성지가 나온다.
작년에 이 근방 성당에서 결혼식이 있어 가 본적이 있지만 명동성당에서 이리로 오는건 또 어찌 오는지 잘 모르겠다.
명동 성당에 이어 두 번째 성지인 서소문에서 다시 선형들의 순교를 생각하면서 성호를 그어 기도도 바칠 틈도 없이 바로 다음 성지로 향하는 인솔자를 따라 당고개 성지를 향한다.
당고개 성지 직전에서 봉사자의 안내 잘못으로 약간의 알바(?)를 하여주고, 다시 내려와 진짜 성지로 가서 역시 성호 한 번 그어 눈도장까지 찍고, 새남터로 향했다.
새남터 성지 도착즉시 다시 발길을 돌려 한강변으로 나와 자전거길로 원효, 마포, 서강대교를 지나 어둠속에서 강변북로 건너편의 절두산 성지를 바라보면서 성호긋고 당산철교를 지나 양화대교를 건너간다.
이제는 올림픽대로 옆 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데 이 길은 여의도에서 출발하는 대부분의 말라톤 코스의 일부분이 되었다.
한강에서 풀코스대회를 치루지 못하게 됨에 따라 한강변에서 안양천으로 빠졋다가 오는 코스를 만들다 보니 그리 된 것이다.
아무튼 익숙한 코스를 달리다보니 대략 내 페이스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 서울 시내에서 페이스를 워낙 늦췄기 때문이지 여기서는 6분주는 충분히 나오는 것 같다.
작년에는 초반 페이스를 너무 빨리하여 중 후반에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올해는 그런 실패를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왔는데 올해는 그럴 필요도 없이 초반에 워밍업겸해서 왔고, 지금은 충분히 더 페이스를 올려도 될 시점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페이스를 올려보려했지만 좀체로 발이 나가지 않고, 오른쪽 정강이 양 옆으로 근육이 땡기면서 심상치가 않은게 아닌가?
에이~ 이러다 말겠지...
항상 달리다 보면 여기 저기 신호를 보내는 곳이 많은데 또 달리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져서 괜한 기우였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오늘도 그러다 말겠지 하고 위안을 해 보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많이 이상하다.
작년에 비해 기온이 많이 낮은 것 같고 채비는 작년과 비슷하게 했어도 땀이 거의 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작년에 비해 빨리 달리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맘과 달리 속도는 전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초반이니까 그리고 초반에 무리하면 안되니까 하고 위안을 하면서 이대로만 꾸준히 가도 별 무리없이 완주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는데 왠지 뭔가 불안감이 엄습하는 이유는 뭘까?
30km지점에서 음료를 준비했다고 했는데 가도 가도 왜 이리 멀고 먼지...
배도 고프다. 그도 그럴 것이 속초에서 12시가 조금 넘어 점심 먹고, 오면서 견과류를 많이 먹어두면 좋을 것 같아 마침 준비된 것을 먹고 오다보니 저녁이 되어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 먹지 않았다.
학교 도착하여 준비하고 명동성당 오기도 바빠 그 틈에 식당을 들릴 시간도 없을뿐 아니라 먹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어 그랬는데 이제 배가 고파지니 큰일이다.
근중이와 광연이 함께 안양천을 달리는데 페이스가 제법 맞는다.
원래 광연이는 초반에 더 살살 간다고 하는데 초반에 너무 느리게 가도 안된다고 우리랑 같이 페이스 맞추자고 하여 25km지점까지는 같이 오다 근중이는 화장실 들러 온다고 하여 우리끼리 먼저 갔다.
11시 30분이 넘어서야 30km지점에 도착했다.
마침 쵸코파이가 있어 한 개 먹고 또 한개를 먹으려는데 내 놓은게 없다.
나중에 알고보니 많이 준비하지 않아 1개씩만 먹으라는 뜻이었는데 그 후 내 놓은 것을 낼름 하나 더 먹었으니...ㅎㅎ
허겁지겁 먹고 광연이와 함께 뚝방길로 다시 출발...
바로 뒤에 신옥이가 따라오는데 같이 가자고 하여 광연이랑 셋이 안양쪽으로 하여 시내를 거쳐 병목안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보니 성윤이형이다.
쥐띠 친구 엄순희의 남편이기도 하고 우리 광화문의 선배이기도 한데 준비해온 토마토 갈은것과 칡즙을 주어 맛있게 마시고 있는 사이 근중이가 뒤따라오면서 같이 합류하여 수리산 성지로 동행했다.
2013년 4월 28일 토요일 맑음
수리산 성지는 작년보다도 1시간이 더 걸린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 도착하였고, 여기서 떡 몇개 주었으나 배가 고프지 않고 아까 허겁지겁 먹은 쵸코파이가 속을 어지럽혔는지 벌써 속이 더부룩하여 먹지 않고 가방 측면의 수납망에 넣어두고, 잠시 쉬었다가 수리산을 올라간다.
작년 돌산이라는 기억이었는데 올해는 산길을 좀 정리를 했나보다.
나무 계단도 놓여져 있고, 작년 엄청 힘들게 올라간 것 보다는 올해는 한결 수월한 느낌이었다.
밤 산행길이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올라가니 힘도 안드는 느낌이다.
작년에는 금새 올라간것 같은데 꽤 긴 거리를 올라가서 계속되느 이야기 꽃이 그래도 지루하지만은 않다.
근중이와 한참 이야기하고 가는중 뒤에서 엉뚱한 목소리가 들리고, 뒤를 돌아보니 다른 사람이 아닌가?
곧 오겠지 하면서 거의 안양시내쪽 다 온다음 벤치에서 앉아 기다리는데 10분이 넘게 있어도 오지 않아 친구들 이름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어 할 수 없이 그냥 혼자 길을 떠났다.
작년에 현충탑부근에서 내려와 어디로 가야 할지 한참을 헤메었는데 이번에는 봉사자들이 와서 주로 안내를 해 주고 있었다.
새벽이라 차량통행이 없어 달리기는 편하고 좋은 가운데 저녁 식사를 하고 가라는 신당동 떡복이 집에 갈까 말까 하다 입맛이 없어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지나쳐서 비산대교를 건너 학의천으로 내려섰다.
앞서 두 사람이 달려가는 가운데 한사람이 운동화 끈이 풀렸는지 갓길로 나오는 가운데 앞선 사람과 합류하여 인사를 나누고 옆에서 동반으로 달리다보니 서로 주력이 비슷하여 말을 건네본다.
제천 시청 조끼를 걸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공무원인 것 같고, 나보다는 연배인듯 싶은데 거의 5km이상을 한 번도 쉬지 않고 같이 동반주하여 달려가다보니 이상한 동지애를 느껴 이후 같이 동반주 하자고 제의를 했다.
바닥에 표시되어 있는 거리표지를 보고 시간을 체크해보니 거의 7분주로 달리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힘은 있는데 자꾸 오른쪽 정강이 뼈 양쪽 근육에 통증이 온다.
그렇다고 못달릴 정도는 아니지만 속도를 내면 낼 수록 더욱 통증은 심해져서 빨리 달릴 수가 없다.
백운호수를 지나 학현터널을 지나면서 작년의 감회를 떠올린다.
학의천부근에서 알바하고 있을때 순임누님을 만나 여기를 같이 지나갔던 곳이고 이후 탄천까지 동반주로 갔던 곳이기도 하다.
오르막길은 그런대로 정강이 근육이 받쳐주는데 힘이 떨어져 빨리 못가고, 내려가는 곳은 속도는 받쳐주는데 통증이와서 빨리 달리지 못하고 정말 이건 양수겹장이라 해야 하나?
아마도 왼쪽 발목이 좋지 않아 오른쪽으로 부하가 많이 걸리다 보니 근육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
벌써 포기하기는 너무 이른 것 같고, 일단 남한 산성까지는 가보자는 생각이었지만 결코 포기는 없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큰길을 우회전하여 조금만 올라가면 봉사자들을 만날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꽤 많이 올라가서 봉사자를 만나고, 여기서 토끼굴로 상대편길로 나가는 쪽에 쉼터가 있었고 여기서 근중이 부인이 주는 따뜻한 꿀차 하나 마시니 정신이 좀 드는데 다리 통증은 점점 심해지기만 하는 가운데 이제부터는 하우현 성당을 지나 산행길이 진행된다.
작년 순임이 누님따라 열심히 올라갔어도 그리 길거나 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엄청 가파르고 많이 올라가는 것 같다.
산의 특성이 그러듯 저기가 봉우리인가 하면 또 나타나고 하기를 몇 번을 거친다음 내려가는 길목에 둔토리 루도비꼬 성지부근에 CP가 마련되어 있었다.
잠시 약간 아래있는 야트마한 동굴의 루도비꼬 신부님이 잠시 피하시면서 기거했던 성지를 다녀와서 컵라면을 한 그릇 맛있게 국물 한 방울 비우지 않고 가는 길을 재촉한다.
그나저나 이 산속까지 물이며 컵라면 등을 운반해오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봉사자들에 대한 감동이 아직까지도 가슴에 깊이 새겨 자리잡고 있다.
산길을 내려와 연구원교를 넘어 지금은 구길이 되어 차량통행이 없는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간다.
아래쪽은 새로 4차선 도로가 나서 터널을 통과하여 차들이 신나게 달리는데 여기 길은 이제 차가 한 대도 없는 길이 된 것 같다.
같이 동반주하는 김영진씨가 고갯길을 엄청 힘들어 하면서 오르더니 나더러 먼저 가라고 하였지만 나도 혼자 가기는 싫어 조금 기다렸다가 같이 내리막길을 천천히 달려 내려가서 조금 쉬었다가 가자고 하였다.
정강이쪽 근육이 더 통증이 와서 한참을 맛사지를 하니 조금 나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무작정 걸어 갈 수는 없고, 살살 달래가면서 달려가야지...
달리면 통증이 오고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손골성지에는 7시 30분이 넘어서 도착했다.
작년에 비하면 2시간여가량 더 늦게 온것인데 이게 부상때문인 것 같다.
여기까지가 73.62km지점인데 11시간 30분을 보냈으니 이제 갈길이 바쁘게 생겼다.
남한산성이 101km지점이니 약 25km를 적어도 12시 안에 들어가려면 시간당 6km이상을 가야하는데 만만치가 않다.
아침겸해서 무엇이라도 먹어야 하겠지만 힘들게 왔기에 아무것도 먹기가 싫지만 김밥은 안먹고 오뎅만 건더기로 좀 먹었다.
잠시 쉬는 동안 정강이근육에 스프레이파스라도 뿌리려했지만 준비한 게 없다고 하여 실망하는데 한 분이 맨소래담이 차에 있다고 하여 가지고 와서 맨소래담 바르고, 압박붕대로 감았다.
그래서 그런지 다리가 한결 편해보여 손골에서 탄천까지는 달려 내려갈 수 있었다.
탄천으로 내려섰는데 갑자기 응아가 마렵기 시작하여 마침 공사중이어서 노깡을 쌓아둔 뒤쪽이 가려져 있어 영진씨는 먼저 가라고하고 해결하러 가서 휴지를 꺼내려 보니 어제 저녁에 먹으라고 준 칡즙이 새서 여기저기 난리이다.
휴지도 많이 가져오지 않았는데 이거 닦아내지 않으면 안되어 닦아내고, 물휴지로 뒷처리 하고 나니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영진씨는 갔겠지 하고 보니 저 만치 천천히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미안함과 반가움에 달려가서 왜 먼저 가지 않았냐고 하니 같이 가자고 하였다.
뒤에서 탁탁탁 발소리와 함께 광화문의 수옥씨가 씩씩하게 달려오고 있다.
나더러 오늘은 왜 이리 늦냐고 하니 할 말이 없지만 부상이니 어쩌랴...
이후 지루한 탄천길을 걷다 뛰다를 반복하여 가는데 다행인 것은 작년과는 달리 기온이 높지 않고 해도 강렬하지 않아 다행이다.
토요일 오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없고 자전거도 간간이 다닐뿐 한가해서 좋긴 하였지만 지루함은 어쩔 수가 없다.
10시가 거의 다 되어 탄천을 탈출할 수 있었고 탈출직전 봉사자들이 준비한 빵과 음료를 먹어야 하는데 다는 못 먹고 빵을 반쪽만 먹고 이제 남한산성을 향해 지루한 시내길을 올라가고 또 올라간다.
10시가 넘으면서 기온도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거의 걷다시피 가기 때문에 땀은 나지 않고 지루함만 지속되고 있다.
남한산성 입구에서 남한산성 CP까지는 거의 4km되는 거리인데 여기가 정말 깔딱고개이다.
산성까지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올라 가다보니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날 정도이지만 그래도 여기가면 좀 쉬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힘들어도 참고 묵묵히 올라간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주말을 맞아 등산차림으로 슬렁 슬렁 가는데 우리는 삐질 삐질 비지땀 흘리면서 밤새 달려오느라 몰골도 말이 아닌 사람들이 가고 있으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당연한 것...
입구에서 CP까지는 1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그래도 12시 5분전에 들어간게 참 다행이다고 생각하면서 여기서 점심 먹고, 맛사지 받고 푹 쉬었다가 1시쯤 출발하자고 하니 영진씨는 그냥 혼자 먼저 간다고 한다.
내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으니 안쓰럽기도 하고, 같이 가다보면 자기도 부담스러울 것 같아 그런 것 같지만 그러시라고 하고 있는차에 쥐띠 친구들이 막 들어오고 있었다.
어차피 오늘은 시간 써가면서 채우고 가야 할 형편이고, 혼자 길을 외로이 떠나느니 말동무도 있어야 하겠기에 이 친구들 기다렸다가 가기로 마음먹고, 기다린다고 하였다.
그래도 쉬는 동안 맛사지 받으면서 정강이쪽 근육을 풀어주라고 했더니 많이 풀린 것 같았다.
친구들 점심먹는 동안 이도 닦고 바세린도 더 바르고, 앉아서 좀 쉬었다가 1시10분쯤 출발하였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
가파르지만 조심조심하며 내려가는데 그럴줄은 알았지만 차량이 정말 많이 다닌다.
광지원삼거리직전에 근중이네 식구가 사온 시원한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광지원초교를 지나 국도변을 갓길로 달려내려가 농로길로 빠져 나가니 도마치 고개길이 나온다.
봉사자가 여기서 나누어주는 폴라포를 시원하게 빨고 가는데 속에서 찬 것을 거부하면서 조금 먹다가 그냥 버리고 고갯길을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올라가니 지루함이 사라진다.
이후 내리막부터는 다시 달리기 모드로 가는데 또 다시 오른쪽 정강이쪽에서 신호가 오면서 앞사람 속도를 맞추지 못하겠다.
공연히 나 때문에 모두들 늦어지는게 아닌가하는 마음에서 미안함이 묻어나고 먼저 가라고 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지만 여기서 나만 홀로 떨어지면 더욱 내가 힘들어질까봐 악착같이 따라가겠다고 생각하면서 간격이 벌어지면 또 따라붙고 하기를 여러차례 하다보니 부상은 점 점 깊어지기만 하고, 이에 따른 체력소모는 배가 된다.
어찌 어찌 가다보니 천진암의 큰 십자가가 눈에 들어오는데 어찌나 반가운지 눈물이 왈칵 나올뻔 했다.
이제 여기서 부터는 간단히 요기하고 산길을 걸어가야 하니 다리근육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게 훨씬 좋다.
5시 15분쯤 천진암을 떠나 앵자봉을 향하여 가는데 다들 느긋하게 느릿느릿 올라오고 있는데 나는 마음이 조급했지만 내가 다른 곳에서 힘을 쓰지 못하겠기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오는대로 가는대로 그저 지켜보아야 할 뿐이다.
앵자봉 산길은 작년에 그리 어렵지 않게 갔던 기억이어서 별로 힘들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기는 봉우리다 싶으면 나타나고, 또 가면 또 나타나기를 10번도 더 넘게 그러는 것 같다.
앵자봉코스는 거의 5km정도 되는 것 같은데 시간은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 같았다.
임도길은 자갈이 많아 불편하였지만 어두워지기전에 산을 내려와야 하겠다는 일념에 모두 달리기시작하여 약 3km를 달려서 내려오니 이제 마을 입구에 도착하여 봉사자를 만나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후 마을입구까지 내려와 지정된 식당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자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우리도 식사를 시켜두고, 20분후에 깨워주라고 하고 바로 자리에 누웠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잠은 오지 않는 가운데 비몽사몽으로 잠깐 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는 가운데 밥 먹으라는 소리에 일어나 내키지 않는 입맛이나 억지로 청국장에 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이제 양평까지 차도로 밤길을 가야 하는데 여기서 양근대교까지는 약 13km쯤 된다.
주말이라 그런지 차량통행이 많지 않은 길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식당에서 한 숨 자려고 할 때는 오지 않더니 주로에 나오니 잠이 쏟아지니...
신옥이 역시 그런가보다. 그래도 나는 어찌 어찌 참을만 한데 어느새 보니 신옥이가 보이지 않다가 한참후에 나타나 물어보니 잠깐 2~3분 누워있다가 온다고 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비몽 사몽 가다가 친구들이 편의점 들어간 사이 화단조성하려고 만든 벽돌위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있으니 역시 완전 꿈속에서 잔건지 만건지 모를 요상한 상태에서 가자고 하는 소리에 일어나서 길을 가는데 잠은 달아난 것 같다.
참 희안한 것이 친구들이 쉬는 약 5분사이에 누워서 분명 잠을 자지 않고 편의점에서 친구들 이야기 소리 다 들었는데 또 어찌보면 잠깐 잠이 들은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이상하기는 이상하다.
아무튼 잠시동안 누워있다 일어나니 한기는 들었지만 잠은 달아나서 다행이다.
작년에는 훤할때 여기를 지나가서 주변 마을이랑 풍광도 다 보고 갔는데 지금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양근대교를 건너서도 한참을 달려간뒤에 양근성지가 나왔다.
막판에 친구들이 어찌나 달려가던지 뒤쳐지지 않고 가려고 악착같이 가느라 무척 힘들었다.
양근성지에서 마재성지까지는 약 22km로 새벽 3시 전후로 들어가자고 한다.
그 때 시각이 11시 30분쯤 되었는데 좀 많이 달려야 하기에 나는 정말 힘들것 같아 먼저가라고 하고 싶어도 그 지리하고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갈 생각을 하니 끔찍하여 찍소리 하지 않고 따라가기로 하였다.
내 다리만 정상이라면 얼마든지 갈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속도를 내면 낼 수록 통증이 더해지고, 그로 인한 체력도 소모가 많이 되어 이제 기력도 떨어져간다.
무리가 되면 나타나는 헛구역질 증상이 심해지면서 엄청 힘들지만 그래도 악착같이 따라가야한다.
이렇게 주로에서 힘들게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로 넘어간다.
2013년 4월 28일 일요일 흐림
여전히 다리의 통증은 심해지고 기려마져 떨어져 달릴 힘도 없어진다.
속도를 내지 못해 한참을 달려가다보면 앞선 친구와 거리가 상당히 벌어지고, 그러면 다시 친구들 걷는 사이 또 따라붙기를 여러번 하다보니 그 지루한 자전거길도 드디어 예상보다 조금 늦은 3시 20분경에 마재성지에 도착하면서 끝이난다.
여기서 4시까지 눈좀 붙이고 가자고 하고 나는 밥이고 뭐고 필요없이 방에 들어가보니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어찌 어찌 비집고 들어가 칼잠을 청해보지만 역시 잠이 올리 만무...
누군지 신경질적으로 내 발을 치우지만 쳐다볼 힘도 없다.
그도 그럴것이 꼬랑내 나는 발을 얼굴가까이 들이대니 누군들 좋으리...ㅋㅋ
그렇게 누워 엎치락 뒤치닥 하다보니 금새 4시가 되었다고 한다.
봉사자에게 부탁을 했어도 봉사자도 햇갈리나 보다.
나는 깨어 있기에 4시라고 하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친구들은 아직 안 일어나 좀 있으니 신옥이가 일어나고 나는 누룽지라도 먹어야 하겠다고 누룽지 먹는 사이에 근중이가 일어나 미역국을 먹은후 4시 20분쯤 나와 팔당대교쪽을 향하는데 또 잠이 쏟아진다.
참 요상도 하지 자라고 할 때는 안자고 꼭 잠자리 벗어나 주로에 나오면 잠이 쏟아질게 뭐람?
그렇게 비몽사몽 길을 재촉하여 자전거길로 들어서는데 태흠이가 자가봉사로 나와 있어 따뜻한 것을 권하지만 나는 속이 좋지 않아 안먹고 돗자리깔고 좀 누웠다.
먼저 가라고 하고 여기서 좀 누웠다 갈까 하다가 그래도 친구들 갈때 같이 가는게 좋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맞바람과 함께 잠이 조금 달아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팔당대교를 건너가는데 바람이 엄청세어 걱정했는데 다행이 둔치로 내려서니 걱정했던 대로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런데 팔당대교에서 왼쪽으로 내려와 삥 돌아 가는게 정코스인데 오른쪽으로 내려가서 질러가는게 주로이탈 아닌지 모르지만 그렇게 가는 사람이 많다고 하였다. 내가 보기엔 1km이상 차이가 날 것 같던데...
어떤이는 왼쪽으로 내려왔어도 바로 뚝 밑으로 가건만 아무튼 우리는 정코스를 고집하고 덕풍교를 지나 미사리 솟대길이라고 하는 뚝방길을 가는데 이제는 체력도 바닥이 나서 도저히 뛰지를 못하겠고, 앞에가는 친구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런 가운데 앞서 달린 친구들이 저 멀리 사라져간다.
엎친데 겹친데 뒤까지 마려운데 마침 야외 화장실이 보여 여기서 근중이에게 전화해서 먼저들 가라고 하고 차분하게 일보고 걸어서가기로 하였다.
혼자가니 외롭기는 하지만 마음의 부담은 없어서 좋다.
쓸쓸하게 혼자 길을 찾아 구산성지에 도착하니 앞서 갔던 친구들도 있었다.
컵라면 한 그릇씩 먹고 먼저 간다고 하여 보내고 나도 컵라면을 한 그릇 다 먹었다.
작년과는 달리 주변이 개발지역이 되었는지 온통 공사판이어서 길을 찾아가기가 만만치가 않아 앞서 가는 사람들 따라갔다.
작년에는 구산성당에서 나와 금새 한강자전거도로로 진입한 것 같았는데 올해는 한참을 돌아 주로에 들어서니 이제 한강 자전거길이 시작되는데 여기서부터 여의도까지가 28km, 우리가 진입하는 잠수교까지는 여의도 7km지점이니까 딱 하프거리이다.
그 때 시각이 7시 40분이니까 걸어서 가면 약 4시간 소요 한다치면 11시 30분쯤 될 것 같고 잠수교에서 명동성당까지는 약 8km정도 되니 시내길이고 언덕길임을 감안하면 1시간 30분 내외로 1시 내외면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
시간이 그렇다는 이야기이지 실제로 그 길을 걸어가려치면 정말 지루한 길이고 여기서 부터는 친구도 없고 나 홀로 외로운 고행길이 될 것이지만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면서 또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치고 가면 좀 덜 외로울 것 같다.
길고 긴 한강주로를 따라 가는게 엄청 힘들지만 해가 구름에 가려있고 기온도 오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간간이 주로에서 연습중인 사람들이 화이팅을 외쳐주지만 걷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
좀 힘있게 달리면서 반갑게 인사해주고 싶지만 몸도 따라주지 않아 모기만한 소리로 손을 들어 화이팅으로 화답할 뿐이다.
가다보니 근중이가 뒤에서 나타난다. 중간에 밀어내기도 하고 쉬었다가 온다고 하면서 걸으면서도 이렇게 빨리 가냐고 한다.
이후 주로에서 3~4번을 더 뒤에서 나타나는걸 보았다.
난 거의 쉬지 않고 꾸준히 걸어서 왔기에 중간 중간 쉬었다가 오면 만나곤 하였던 것이다.
길고 긴 한강주로도 끝이 보이는 법...
한남대교에서 잠수교까지 그렇게 멀게 떨어져 있다는걸 처음 실감했다.
잠수교까지만 와도 다 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여성주자 황은희씨와 동반주하던 이만식씨가 같이 가고 있어 무조건 따라가기로 하였다.
남자도 힘든데 여자들은 정말 대단하다.
해방촌 입구에서 언덕을 올라 남산으로 남산에서 긴 내리막을 통해 명동성당으로 드디어 골인점을 향한다.
마침 대미사가 끝나는 시각이었나 싶게 많은 신자들이 내려오고 있는 틈바구니중 제일 오른쪽으로 하여 느리지만 폼 흐트러지지 않게 달려서 올라가보니 골인점이 보인다.
와~ 이제 다왔다 싶으니 나도 참 신기하다.
오른쪽 정강이쪽이 온통 빨갛게 부어올라 통통한 가운데 맛사지를 받으니 그 부근을 손도 대지 못하게 아프다.
밥을 먼저 먹고 싸우나를 갈 요량으로 식당에 들어서니 다들 축제분위기다.
입맛이 없지만 칼국수 한 국자 떠서 먹고 뒤늦게 온 상호랑 광연이가 있었지만 자꾸 눈이 감겨 먼저 싸우나로 갔다.
두 친구에게 미안했지만 정말 조금도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완주는 했지만 정말 이번같이 힘든 울트라는 처음이다.
왜 이렇게 힘들게 달렸을까 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1. 자만심 : 작년에 그다지 힘들지 않게 완주했고, 시간도 넉넉했다고 생각하여 너무 안일하게 대회를 참여했다.
2. 부상후유증무시 : 제주 울트라 200완주후 왼쪽 발목부상이 오고 오른쪽 등갈비쪽에 담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강행. 이로 인해 오른쪽 다리에 부하가 걸려 근육 통증이 더 심화되었을 것으로 생각됨.
3. 몸관리 실패 : 전주 토요일 풀 완주후 새벽까지 마시고, 일요일 고양마라톤후도 역시 폭음이후 수~금요일 대회출전직전까지 학생 수학여행 인솔하느라 쉬어주지 못하고, 저녁에도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함(첫째날은 새벽3시에 위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제대로 못자고 둘째날도 레크레이션 등이 늦게까지 있어 마치고 관리하고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대회일인데도 권금성갔다오고 차에서 시달리고...)
4. 식생활 관리 : 당일 점심먹고 중간에 견과류 좀 먹어 정작 저녁을 먹을 시간에 못 먹어서 힘을 못썼다. 이후에도 주로 간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에 더 큰 데미지를 입었음.
5. 기타 :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대회직전의 몸 관리를 철저히 못했다는 것이 제일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됨.
여러가지로 할 말이 없는 대회가 되어 버렸다.
완주는 하였지만 뭔가 좀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끼고 반성을 많이 하게된 대회였다.
최종기록 40시간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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