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9일 목요일
“선생님, 토론 언제 해요?”
“아, 토론하고 싶다.”
지난주에 토론하는 도덕 시간에 과학보결이 있어 한 주 못했고 그 전주에는 1대1대표 토론으로 넷만 토론에 참가하고 다른 아이들은 배심원을 봤으니 토론이 하고 싶은 게다. 그러니 토론하자는 아이들이 많다. 오늘도 어김없이 묻는다.
“선생님, 오늘은 토론해요.”
“응. 그런데 이야기 좀 나누고.”
“그럼 어떻게 하는데요? 맞짱이요? 맞짱으로 하면 좋은데.”
1대1토론을 맞짱 토론이라 한다.
“그래? 민철(밥친구)이는 전체토론이 좋은가 보구나.
“전 전체토론이 더 좋아요.”
이렇게 하고픈 것도 다르다. 뭐든 모두가 같지 않고 다르다. 그러니 어느 하나만 할 게 아니라 이것저것 두루 겪어보도록 해야 한다.
도덕시간.
잘 쓴 일기 소개하고서, 소희 갈등 상황을 이야기로 풀고 나니 15분이 남았다. 두 주 전 대표로 보였지만 1대1토론을 했으니 오늘은 학급전체토론이다.
“자, 오늘은 1대1토론을 할게요.”
아이들을 두 편으로 나눈다. 3개 분단(참, 사랑, 땀 분단)에서 2분단을 반으로 나눠서 두 편으로 한다. 그러고서 가장 앞에 앉은 수정이와 승찬이에게 동전을 보이며, “자, 동전을 던제 이 면이 나오는 편이 식육센터로 할게요.” 한다.
오늘 토론할 논제는 ‘[찬성] P짱은 식육센터로 보내야 한다. [반대] P짱은 3학년이 기르도록 해야 한다.’이다. 수정이 편이 식육센터로, 승찬이 편이 3학년으로 나왔다.
“오늘 토론 형식은 교차질의를 넣을게요. 찬성 편에서 한 사람이 주장을 펼치고, 이어서 반대 편에서도 바로 한 사람이 주장을 펼칠게요. 그러고서 서로 묻고 답하기를 할게요. 묻고답하기에는 아무나 참여가 가능하니 상대 편에서 주장을 펼 때 질문거리를 만들며 듣도록 하세요.”
시간을 보니 두 판을 할 수 있겠다. 찬성에서 한 판, 반대에서 한 판.
“자, 그럼 ‘3학년이 길러야 한다’는 편부터 주장 펼 사람 손 들어주세요.”
이렇게 3학년에서 키우게 하자는 주장을 편다. 이어서 식육센터로 보내자는 주장도 편다. 주장을 마치고서는 묻고 답하는 시간으로 ‘전원교차질의’를 한다. 묻고 답하기를 조금 더 치열하게 하기 위해 손을 들지 않고서 누구든 말하도록 했다.(그래도 손을 들고서 차례를 정하는 아이들이라 서로 말하려고 욕심부리거나 말이 섞이는 일은 없었다)
주고받는 말이 깊이는 비슷하지만 다른 때보다 치열하다. 많은 아이들이 참여한다. 나는 진행(여럿이 한꺼번에 말할 때 차례를 정해주거나, 한 사람이 너무 오래 질문을 주고받을 때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을 도우면서 사진을 찍는데 내 관심은 묻고 답하기에 잘 참여하지 않는 한두 아이라도 더 참여시켜보려고 애쓴다.
“잠시만, 혜원이가 할 말이 있나 봐.”
“수진이가 질문할 게 있나 본데.” 하며.
시간관계로 한 판만 하고서는 역할을 바로 바꿨다. 식육센터가 3학년으로, 3학년이 식육센터로 역할을 바꿨다. 그렇다고 자리까지 옮기는 건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주장하는 편만 바뀐다. 형식은 앞 판과 마찬가지다.
사진 찍으러 다니던 나도 비어 있는 자리에 슬쩍 앉았다. 3학년이 키우자는 자리 쪽이다. 주장을 두 아이가 펼치고서는 묻고 답하기가 이어질 때 나도 함께 끼어 질문을 해 본다.
“3학년 아이들도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요?” 하고 내가 묻는다. “왜 그렇죠?” 하는 아이들이면, “그렇잖아요. 3학년 아이들은 키우고 싶어 했는데 이렇게 6학년들이 못 키운다고 결정하고 알려주면.” 하며 나도 끼어본다. “그건 아니죠.…” 하며 내 말에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아니 더 적극 참여한다. 내 말에는 반대 편 모두가 대답하는 것 같다.
“야, 하영아, 좀 도와줘 봐.” 하는 말에, “하하하. 야, 선생님이 하영이에게 도와달래. 하하하.” 하며 우리 편인 주상이가 더 웃는다.
이렇게 즐겼다. 정말 신나게 웃으며 토론했다.
“자 이것으로 토론마치면서 여러분 의견을 들어볼게요. 내가 만일 P짱을 키우는 교실 학생이었다면 식육센터와 3학년에서 어디에 투표했을까요? 여러분 생각이 궁금해요. 먼저 식육센터 손들어볼래요.”
열 정도가 손을 든다.
“그럼 3학년이 키우자.”
열다섯 정도다.
아이들은 3학년이 P짱을 키우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 토론할 때는 양쪽에서 모두 치열하게 주장을 폈지만 자기 나름으로 가진 생각이 이렇게 있다.
즐기는 토론, 이번 전체토론에서 얻은 가치다.
(서울토론모임에서 강연자로 오신 박종호 선생님께서 초등학교 토론에서는 논리를 강조하기보다 아이들이 토론 자체를 즐기면 좋겠다는 말씀에 즐기는 토론으로 이끌어보았다. 진지함과 웃음이 함께 한 토론 시간이었다.)
첫댓글 한 표의 중요성 다시 한번 느끼고 갑니다. 점심먹고 온 가족이 출동하여 투표하러 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