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거운 세금일 것이다. 증여세 최고 세율이 50%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증여세는 재산이 무상 이전되는 경우 과세되는 세금이다. 어차피 자녀든 배우자든 줘야 할 재산이라면 세금을 적게 내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근 상담을 하다 보면 예전보다는 증여세에 대한 반감이 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내 재산을 자식에게 주는 데 무슨 세금이 그리 많으냐며 따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기꺼이 낼 수 있다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사실 증여세 한푼 안 내고 내 재산을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분명 같은 가치의 재산을 증여하면서 남보다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또한 세금을 내면서 줘야 수증인도 그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자금출처로 사용할 수 있다.
10년 기간 활용해야 효과적
증여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10~50%의 누진세율로 과세된다. 따라서 증여는 나눠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세법에서는 나눠서 증여함으로써 세금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0년간 증여한 것은 합산해 과세한다. 또한 가족관계에 따라 공제받을 수 있는 증여공제(배우자간 3억 원, 부모자식간 3천만 원 등)도 10년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증여는 최대한 빨리 시작해 10년이라는 기간을 여러 번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부동산을 증여하는 경우 당해 부동산에 대한 평가문제가 발생한다. 세법에서는 증여시 부동산의 재산평가를 원칙적으로 시가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 부동산의 시가를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보충적 평가방법인 기준시가에 의해 평가한다.
토지는 개별 공시지가, 건물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기준시가, 주택은 개별주택 공시가격 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기준시가는 해마다 고시되는데 매년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기준시가가 고시되기 전에 증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은 매년 4월 30일에 고시하며, 토지는 매년 5월 30일에 고시한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아파트의 경우 매매사례 가격 등 시가를 확인하기 용이하므로 기준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또한 보유세를 줄이고자 증여하는 것이라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증여해야 한다.
법인의 대표라면 사업승계의 일환으로 비상장주식을 증여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비상장주식은 1주당 순손익가치와 1주당 순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한 가액으로 구한다. 순손익가치란 최근 3년간 법인의 각 사업연도 순손익액을 가중평균해 국세청 고시이자율(10%)로 나눠 구한 값이다. 따라서 법인의 순손익이 크지 않거나 결손인 상태에서 비상장주식을 증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만약 법인이 대출을 받아 대규모 설비투자를 한 상태라면 순자산가치가 높지 않을 것이고 대출이자 등으로 순손익가치도 낮은 상태일 것이므로 이런 시기에 비상장주식을 증여하면 사업승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증여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여러 가지다. 현금, 채권, 주식, 예금, 적금, 부동산, 골동품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재산에는 증여의 순서가 있다. 증여 대상의 판단순서는 당연히 세법상 평가기준이 가장 낮은 것부터 선택해야 한다.
증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재산의 1순위는 단연 부동산이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부동산의 평가기준은 일반적으로 기준시가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시가 대비 기준시가가 낮은 토지나 상가건물 같은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모든 토지와 상가건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는 시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상가건물의 경우도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나오는 수익성 부동산을 증여대상으로 삼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증여방법이다. 이는 기준시가가 낮을 뿐만 아니라 임대료가 수증자에게 귀속되므로 이중의 증여효과를 볼 수 있다. 임대료는 수증자의 자금출처가 되므로 훗날 자녀가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사업을 할 때 증여세 부담 없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임대료를 통해 자녀에게 자금출처를 마련해주고자 하는 것이 증여의 목적이라면 토지를 제외한 건물 부분만 증여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사실 건물을 평가해보면 거의 70~90%가 토지가액이다. 그러므로 약간의 증여세만 부담하고 건물을 증여해줄 수 있고,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는 자녀에게 귀속된다. 물론 토지 사용료는 세법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금액 이상을 토지 소유주인 부모에게 지불해야 한다.
여러 명에게 나눠줘야 절세
재산을 증여할 경우 자녀가 여러 명이라면 한 명에게 하는 것보다는 여러 명에게 나눠주는 것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증여세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10~50% 누진세율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9억 원인 부동산을 1명의 자녀에게 증여했을 경우에는 1억8천90만 원의 증여세가 나오지만, 3명의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각각 3천9백60만 원씩 총 1억1천8백80만 원이 나온다. 한 명에게 증여했을 경우에는 30%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세 명으로 나눠 증여할 경우에는 20%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양도소득세도 9~36% 누진세율 구조이므로 훗날 매각할 때 양도세를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재산을 나눠서 증여할 경우에는 다음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첫째, 주택을 여러 명의 자녀에게 나눠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한 채의 주택을 여러 자녀가 공유지분으로 소유할 경우 자녀들 각각 한 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유지분으로 갖고 있는 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2주택자로서 중과세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주택청약을 할 때도 다주택자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상가를 증여할 경우 증여 전에 구분등기를 해서는 안 된다. 상가를 여러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관리의 편의상 층별 또는 호별로 구분등기를 하기도 한다. 관리 차원에서는 유리할지 모르나 세금 측면에서는 엄청난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상가의 경우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기준시가로 평가하지만, 임대차계약이 돼 있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부동산의 경우에는 ‘1년간 임대료÷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율(18%)+임대보증금’과 비교해 둘 중 큰 금액으로 기준시가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 가액은 각각의 부동산을 각각의 단위로 해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부동산이 호수별로 구분등기가 안 된 경우에는 전체를 한 단위로 해 평가하고, 호수별로 구분등기를 해서 소유 구분이 가능한 경우에는 각 호를 별개의 부동산으로 보고 평가한다.
전체를 한 단위로 평가한다면 전체를 기준으로 둘 중 큰 금액을 계산하면 되지만, 구분등기가 된 경우에는 각 호별로 둘 중 큰 금액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가 더 커진다. 특히 상가의 1층은 다른 층보다 임대료가 높다. 이 때문에 기준시가 평가액보다 임대료 환산금액이 높게 평가돼 증여세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구분등기를 하려면 증여 후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필자)
구동훈 푸르덴셜생명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