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 베스트 자치마을 부영1차 아파트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살기 좋은 아파트로 거듭나다!

2007 베스트 자치마을로 선정된 부영1차 아파트를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김승현 아파트관리소장. 그는 명예퇴직 후 주택관리사 시험에 합격한 뒤 제2의 인생을 이곳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아파트 관리의 시작은 ‘서로 인사하기’라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처음엔 관리소장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고, 엘리베이터에서 주민들과 마주쳐도 누구 하나 인사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사는 내가 먼저 합시다’라고 표어도 붙여봤지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잘하자’라는 어깨띠를 매고 학생들 통학로에 서서 직접 인사를 하면서 두 달간 캠페인을 펼쳤다고 한다. 그러자 한명 두명 인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서로에게 인사를 하게 되었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 간의 친근감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런 자그마한 실천을 통해 부영1차 아파트는 콘크리트 건물속의 딱딱함을 벗고 주민 모두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함께하는 지역공동체로 조금씩 변모해 나가기 시작했다.
“베스트 자치마을이란 영예와 함께, 주민간 화합이 잘되고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살기좋은 아파트란 소문이 퍼지면서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파트 가격도 2~3천만원 가량 올랐습니다.”라고 한다. 실로 그 효과가 대단한 것 같았다.
이러한 주민들의 마음은 태극기를 게양하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예전에는 국경일에 국기가 걸려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체 가구의 80% 이상이 국기를 게양한다고 한다. “국경일에 우리 아파트에 오시면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이 아주 장관입니다.”라며 웃는다.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것은 국기가 없는 아파트를 직접 보고 반성하고, 국기게양 홍보에 앞장선 통․반장들의 노력이 있었다. 자전거21 제주지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면서 태극기 달기 홍보도 펼쳤다.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은 아파트주민들의 삶에 맛과 멋을 주었다.
“어린이와 어머니들이 같이 하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라며 도자기체험, 동화작가, 법률가, EM활동가 등 전문가를 초청하여 교양강좌를 운영했다고 한다.

특히 해병 92대대 장병들의 도움으로 매주 2시간씩 진행되는 중국어와 영어 무료강좌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과정에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지역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찾아가는 음악회의 경우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많이 참여했는데, 부영1차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특히 그 호응도가 높았다고 하면서 올해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아파트 곳곳에서 발상의 전환이 엿보이는 걸 보니 베스트 특화마을로 선정될 만 했다. 외부사람이 아파트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면, 대부분 꺼리는 게 사람의 마음이건만, 부영아파트에선 이를 반겼다. 화장실 청결에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외부사람들이나 택시기사들이 사용하고 나서 좋은 곳이라고 홍보해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근 한라초등학교와도 기막힌 협상을 했다. 낮에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차를 아파트에 세우고, 밤에는 아파트 거주자의 차들을 학교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교차점을 찾아 제시함으로써 양쪽의 주차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김소장은 한 장의 그림을 꺼내 보여주었다. 작은 산과 호수가 있고 나무가 우거져 있는 소공원이다. 작년 베스트 특화마을로 선정되어 수상한 사업비 2천만원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그림처럼 느낌이 좋은, 정말로 살고 싶은 아파트가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