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이네요. 처음은 항상 떨립니다. 저만 그런건 아니겠지요?
저는 작은 회사에서 임직원 교육을 담당하면서 인문학과 리더십/직무성과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사실은 맛난 음식과 커피 그리고 와인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소소한 그림이야기, 일상이갸기, 맛있는 것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첫 시작이니만큼 시작이란 단어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혹시 시작이라하면 떠오르는 그림이나 풍경이 있으신가요? 입학식의 풍경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실거고, 푸릇푸릇한 새싹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실거고, 새해의 다짐을 담은 일출을 떠올리는 분도 계실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시작의 순간들은 나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푸릇푸릇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새싹, 새해의 첫번째 일출은 그저 반복적인 자연의 순환에 인간이 의미를 부여한 순간일 뿐이고. 입학의 순간이나, 군입대의 순간들도 비슷합니다.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들이고 중요한 시작의 순간이지만, 이러한 순간들은 모두 사회적 합의나 분위기,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이미 정의되어서 나에게 주어진 순간에 불과합니다. 내 의지가 반영되어 새로운 시작의 순간으로 내가 정의한 것들이 아닙니다.
얼마전 아들래미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새 책가방을 사주고, 첫 등교인데 아침먹여보내야 한다면서 아침을 챙겨먹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그에게는 유치원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인 것이고, 그날 저녁에 아빠랑 같이 조립하기로 한, 입학선물로 받은 새로운 프라모델을 오픈하는게 더 중요한 시작의 순간인 듯 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 작은 케잌과 함께 하려던 조촐한 초등학교 입학파티도 생략했습니다. 왠지 학교의 입학을 새로운 시작의 순간으로 아이에게 강요하는 듯 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아이들은 매순간 순간들을 자신들의 의지로 매일 새로운 순간들을 만들어갑니다. 새로운 놀이방법들을 개발하고 누나와 한참을 싸우다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또 다시 놀이를 시작합니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순간들이 일상입니다. 오히려 우리들이 세상에 주어진 틀과 고정관념 속에서 일상을 반복하지요. 작은 이벤트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해서 기념도 해보고 새로운 계획도 세워보지만 다시 늘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매일매일이 같은 날들의 반복입니다.
그런데 이런 매일의 일상의 순간을 예술 작품으로 바꿔놓은 화가가 있습니다. 바로 모네입니다. 워낙 유명한 화가인지라 그림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인상파의 시작점에서 인상주의의 문을 활짝 연 인물입니다. 모네의 그림 ”인상_해돋이”에서 인상파의 이름이 유래가 되었으니 인상파의 시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시작이란 단어와 함께 자연스레 떠올리는 그림도 바로 이 모네의 “인상_해돋이” 입니다. 제가 이 그림을 떠올리는 이유는 이 그림이 일출의 순간을 그렸기 때문도, 인상파라는 이름이 유래된 그림이기 때문도 아닙니다.
모네의 결정적인 시작의 순간, 모네를 모네답게, 인상주의를 인상주의답게 만들어주는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물과 나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먼지들이 존재하고, 빼곡하게 공기들이 차 있고 그 사이에서 햇빛들은 끊임없이 반사되고 산란하고 있다라는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 그림에서는 뭐 하나 명확한게 없습니다. 유일하게 태양 정도 만이 뚜렷합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내 눈을 오래 사로잡지 못합니다. 바다는 푸른 빛을 띄고 이리저리 일렁이고 있을 뿐 하늘과 구분이 되지도 않고, 하늘은 또 하늘인지 구름인지 구별이 되지도 않습니다. 배는 배라는 것만 알아볼 수 있을 뿐 어떤 형태의 배인지 분간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는 모네의 아이디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눈부신 햇살아래 바닷가에서의 끊임없이 흔들리는 빛들을 새롭게 그려냅니다.
이런 형태는 모네의 연작시리즈에서도 계속됩니다. 모네는 연작으로 유명합니다. 같은 주제의 그림을 계속 반복해서 그립니다. 그 흔한 건초더미를 수집점씩 그리기도 했고, 본인의 지베르니 정원에 있는 수련은 300점 이상 그렸습니다. 같은 사물과 일상 속에서 모네는 새로움을 발견합니다. 작은 햇빛의 떨림의 차이를 분간하고, 공기의 일렁임을 포착해서 같은 사물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이런 모네 그림들의 시작이 “인상_해돋이”에 잘 담겨 있습니다. 일상을 늘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게 한 시작의 순간이 담긴 그림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도 새로운 매일의 일상을 꿈꿔 봅니다. 학교에 이끌려 가서 졸업할 때까지 계속 머무르게 되는 시작의 순간보다는, 내 일상을 늘 새롭게 가꿀 수 있는 작은 차이들을 찾아내는 작은 시작의 순간을 바래봅니다.
첫댓글 처음은 항상 떨리지요~^^반복이지만 늘 처음처럼...시작처럼,,,떨리기도 하는 일들...^*^
모네의 그림...
글을 읽고 다시보니 멋지게 다가옵니다^^
눈부신 햇살아래 바닷가에서의 끊임없이 흔들리는 빛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