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수 가족나눔대사가 리마인드 웨딩을 올리는 날. 아침부터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는 어느새 잦아들고 그녀를 축하하러 온 하객들이 하나 둘 결혼식장에 모였습니다.
채러티(Charity) 컨셉으로 진행된 리마인드 웨딩. 이 나눔의 잔치에 기꺼이 동참해준 150여 명의 하객들은 맘 센터 건립을 위한 기금을 축의금으로 전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축의금 3천만 원을 탄자니아 맘 센터에 기부할 것을 약속한 신부는 하객들 앞에서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나눌 것을 약속했습니다.
리마인드 웨딩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다음 날. 변정수 씨 부부와 두 딸은 네팔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네팔의 꺼이랄리(Kailai) 지역. 수도인 카트만두에서도 경비행기와 자동차로 갈아타고 다섯 시간 넘게 들어가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2년 만에 이곳을 찾은 가족들에겐 기대와 설렘이 더 컸습니다.
변정수 씨가 처음 꺼이랄리 지역을 방문해 맘 센터를 짓겠다 약속하고 ‘맘(mom)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2년 전. 엄마의 마음으로 지구촌 빈곤 아동을 품겠다는 그녀의 다짐에 일반 후원자들의 마음이 더해져 제1호 맘 센터가 건립됐고, 때마침 개소식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꺼이랄리에 도착하자마자 부부는 한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결연 아동 뿌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있는 뿌자의 모습을 부부는 한참 동안 흐뭇하게 지켜봤습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뿌자는 기다렸다는 듯 한 걸음에 달려와 변정수 씨 품에 안겼습니다.
여전히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환경이지만, 한층 밝아진 모습의 뿌자. 2년 전, 변정수 씨 품에 안겨 울던 뿌자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에 다니게 되어 행복하다는 뿌자에게 자전거 선물을 건네자 학교까지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며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2년 만에 다시 만난 가족은 함께 소풍도 가고, 가족사진도 찍으며 소중한 나눔의 추억을 쌓았습니다.
꺼이랄리의 머걸족(Magar tribe) 마을에서 뿌자와 닮은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아빠와 인도로 돈 벌러 간 엄마, 여섯 살짜리 동생과 단 둘이 마을에 남겨진 코필라는 이웃들의 허드렛일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독사가 살고 있는 정글에도 서슴없이 들어가 풀을 베고, 가녀린 몸으로 어른이 들기에도 무거운 장작더미도 번쩍 들어 나르는 코필라. 아홉 살 소녀가 감당하기 고된 일상 속에서도 코필라는 꿈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꿈은 하루 빨리 엄마와 동생을 만나는 것, 두 번째 꿈은 ‘조띠’(굿네이버스 네팔 지부 직원)와 같은 사람이 되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변정수 씨는 뿌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코필라 또한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뿌자나 코필라와 같은 아동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될 맘 센터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네팔 맘 센터 개소식 날. 들뜬 마음에 일찍 잠에서 깬 가족들은 서둘러 맘 센터로 향했습니다. 맘 센터 앞엔 이미 전통 옷을 차려입은 주민들이 모여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는 소박한 외경에 넓은 마당을 갖춘 제1호 맘 센터. 주민들의 환영과 축복 속에서 개소식은 시작됐습니다.
제1호 맘 센터는 지역 아동들이 보호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 지역 주민들을 위한 회의 공간인 커뮤니티 홀, 도서관, 식당 등으로 꾸며졌는데요. 주민들은 변정수 씨 가족과 함께 맘 센터 구석구석을 함께 둘러보며 한 마음으로 기뻐했습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뿌린 나눔의 씨앗이 맘 센터로 완성되기까지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쩌면 이곳에서 희망의 열매를 맺기까지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소식에서 보여준 주민들의 기대와 열망 속에서 꺼이랄리 지역에 찾아올 변화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