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대 신경림 1936,4,6~2024.05.22 (노은초등학교졸)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의 ‘내 詩에 얽힌 이야기들’ 중에서
내 고향마을 뒤에는 보련산이라는 해발 8백여미터의 산이 있다.
나는 어려서 나무꾼을 쫓아 몇 번 그 꼭대기까지 오른 일이 있다.
이<갈대>는 이때의 산정고원에서의 느낌을 시로 옮긴 것이다. 대학 2학년 때 였다.
이 시를 쓰면서 나는 먼저 일체의 사실적인 서술을 피했다.
가파른 벼랑 밑에 흘러가는 새파란 강물, 멀리 굴참나무 밑에서 우는 뻐꾸기, 갈대밭에서 모여 우는 산바람, 고원을 뒤덮은 달빛(이것은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느다란 한 줄기 갈대 속에 집어넣는다는 생각으로 이 시를 썼다.
◈ 2024.05.22. : 시집 ‘농무’를 쓴 신경림 시인이 22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문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암으로 투병해온 신 시인은 이날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오전 8시17분쯤 별세했다. 문인단체들은 고인의 장례식을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를 계획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1936년 충북 충주시 노은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충주고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재학 중이던 1956년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73년 농민들의 한과 고뇌를 담은 첫 시집 ‘농무’를 발표했다.
이 시집은 1975년 창비시선 1권으로 재출간됐다.
이후 반 세기 넘는 시간 동안 시작 활동을 이어가며 ‘새재’(1979), ‘민요기행 1’(1985), ‘남한강’(1987), ‘가난한 사랑노래’(1988), ‘갈대’(1996), ‘사진관집 이층’2014) 등 여러 시집을 냈다. ‘한국 현대시의 이해’(1981),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1983), ‘우리 시의 이해’(1986) 등 시론집도 남겼다.
고인은 민중들의 굴곡진 생활과 애환 등을 친근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해온 민중시인이었다. 첫 시집이자 대표작이 된 ‘농무’는 민중시의 전범이자 1970년대 한국시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로 시작되는 그의 시 ‘가난한 사랑노래’는 많은 독자들이 애송시로 꼽는다.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스웨덴 시카다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동국대 석좌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 노은초등학교, 충주고등학교졸업 신경림 선배님의 명복을 빕니다.
인생순례를 마치시고, 더 낳은 세상 또 다른 세상 순례길 출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