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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제 6차 산행]
1. 일자:
2. 날씨: 맑음
3. 인원: 3명
4. 대상: 지리산(智異山) 덕평능선 /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5. 코스: 대성교~덕평능선~지능선~
대성교(
6. 후기
덕평봉에서 남쪽으로 뻗은 줄기가 덕평능선이다. 선비샘과 임걸년못터를 거쳐 1,253봉에서 오른쪽으로 한 갈래를 내어주고 대성골과 빗점골이 모여 화개동천으로 이름을 갈아타는 합수부에서 꼬리를 내린다. 1,253봉에서 갈래친 능선이 오토바이능선이다. 능선 하단 폐오토바이가 방치된 것이 이름의 연유다. 80년대 말, 국제신문
지난 4차 산행 때 덕평능선을 내려오다 오토바이능선으로 빠지고 말았다. 고도 881m 부근에서 원통암을 거쳐 의신마을로 내려설 계획이었다. 해서 이번 산행은 그때 놓쳤던 산길 확인을 목적으로 덕평능선을 다시 찾는다. 능선은 오를 때가 힘들다. 대신 길 잇기는 더 쉽다. 덕평능선을 처음부터 오르는 이유다. 대성교에서 시작하여 원통암사거리, 원대성삼거리, 의신삼거리, 오토바이능선분기점 등 주요 갈림길을 확인하고 무명묘지, 덕평초막, 임걸년못터, 허정초막 및 좌선대 등을 살펴본 다음, 다시 원대성삼거리까지 되돌아와 왼쪽(내림기준) 지능선을 따라 원대성과 대성주막을 거쳐 대성교로 돌아오는 원점산행이다.
한편, 이번 산행의 최고점은 허정초막이 자리했던 1,315봉이며, 하산길인 지능선은
등줄기에 땀방울이 맺힐 무렵 의신~세석 간 주등로에 올라선다. 사거리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직진한다. 쌀쌀한 골바람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따스한 햇살이 등에 업힌다. 10분쯤 오르자 전망바위가 반긴다. 의신마을이 아늑하게 앉았고 토끼봉~명선봉 주능선은 파란 하늘에 맞닿았다.
의신~대성 간 주등로.
첫 번째 전망바위에서.
산길은 허리를 곧추세우다 20여분 뒤 왼쪽 길을 받아들이면서 조금 누그러진다. 25분 후 또 하나가 합류되고 이어 14분 후에 또 다른 길을 흡수한다. 다 의신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고도 720 부근을 지날 때는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대성동과 대성골이 눈에 들어오고 얼마 후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는 원통암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고즈넉하고 정결한 절집 분위기에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다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의신에서 올라오는 길.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
한글 묘비가 세워진 김해 김씨 묘를 지나자 곧 사거리, 원통암과
얼마 후 좌우양편으로 우회 가능한 큰 바위를 왼쪽으로 통과하여 요주의지점에 도착한다. 바위와 산죽이 깔린 삼거리다. 덕평능선을 내려오는 산꾼들 대다수가 이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의신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주의지점이라고 말한 것이다. 능선길은 바위 틈으로 열리는데 집중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산죽 속으로 들어설 것 같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곳이다.
삼거리 주의지점.
얼마간 완만하게 오르다 경사도를 높일 즈음 쓰러진 고목이 길을 막고 있다. 타고 넘는다. 이어 대형 암봉이 가로막는데 바로 그 밑에 또 갈림길이다. 덕평능선은 하산 시 다양한 산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는 오른쪽 대성골 방면에서 올라온 능선으로, 나중에 하산할 길이다. 잔설을 밟으며 얼마간 따라가본다. 여기서 산길은 대형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이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잔설도 밟힌다. 1,253봉과 허정초막이 있는 1,315봉이 처음으로 눈에 잡힌다.
원대성 삼거리.
활등처럼 부드러운 봉우리에서 왼쪽 산죽을 따라 묘지로 간다. 묘 터는 대부분 아늑하고 포근한 게 특징이다. 바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로 간다. 100미터쯤 가자 예상대로 묘지가 나오는데 누런 잔디에 잔설이 깔려 있고 바람도 간간이 분다. 덕평초막에서 먹을까 하다 자리를 잡는다. 충무김밥과 된장국이 전부인 소박한 식단이다. 막걸리가 나오자 구색이 갖춰진다.
세 번째 전망바위에서.
덕평초막터.
초막터를 나와 다시 능선으로 올라간다. 펑퍼짐한 1,253봉을 넘어서자 이내 갈림길이 나오는데 지난 산행 때 놓쳤던 바로 그 지점이다. 산길은 내림기준으로 볼 때 오토바이능선 쪽은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반면 본 능선은 왼쪽으로 조금 꺾었다가 이어진다. 어느 산이든 이런 곳은 많다. 양방향 모두 표지기도 달려 있다. 따라서 조금만 집중하면 쉽게 놓칠 곳이 아니다. 나는 왜 놓쳤을까? 그 해답은 의외로 쉽게 찾는다. 방심이다. 갈림길을 지나면 곧 시야가 트인다. 벽소령과 덕평봉이 조망되는 곳이다. 숲 속을 빠져 나온 내가 여기서 조망을 즐기다 그 연장선상에서 갈림길을 지났는데 자연스레 오토바이능선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정신을 차리고도 되돌아가지 않은 탓이리라.
오토바이능선 분기점.
분기점 바로 위에서 본 벽소령.
이제 숙제를 풀었다고 허접스런 생각들이 밀려온다. 그래도 발걸음을 허정초막터와 좌선대로 향한다. 임걸년못터에서 우측으로 1~2분 거리에 초막터가 있고 거기서 조금 내려가니 좌선대다. 평편한 바위 한 켠에 돌을 쌓아 기도터를 만들어 놓았는데 세 방향으로 트인 전망이 압권이다. 이 능선에서 최고의 전망대다. 기도터에 앉으니 좌우로 각각 영신봉과 반야봉이 호위하듯 서 있고, 정면으로 남부능선 삼신봉이 안산처럼 다가온다. 허접스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날라가고 정신이 버쩍 든다. 공부자들이 명당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ㅜ'자 삼거리.
독가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와 산 그림자가 햇볕을 밀어 올리는 산자락이 아름답다. 덩달아 산 그림자도 산을 오르고 있다. 나도 말년에 이런 집에서 머물고 싶은데 욕심일까. 우물터를 둘러보고 주등로에 내려선다. 대성골 건너편 조림지대의 하얀 후박나무 줄기들이 자작나무를 연상시킨다. 문바위를 빠져 나와 대성주막에 들어서니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정겹고 반갑다. 아랫집 불 앞에서 급조한 주안상을 차려놓고 장작불을 지펴가며 막걸리와 산채로 덕평능선 탐구산행을 갈무리한다. 끝.
원대성으로 내려서며.
원대성 독가.
후박나무 조림지.
대성주막에서.
걸어간 길. (노란 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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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디카 렌즈 이상으로 영상물이 좋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중간 사진 설명에 "임걸년 못터"가 맞나요? 아님 '임걸령 못터'가 맞나요? ㅎㅎ 궁금....
옛날 임걸년이란 의적이 못에서 배를 띄워 놀았던 곳이라 해서 임걸년 못터로 부릅니다.
주능선 상의 임걸령샘도 임걸년의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령과 년을 달리 표현하는 게 좀 의아스럽긴 합니다만 선점자들이 먼저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