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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_< 7. 발병(發病) - (1)>_40회
(1)
그 해, 9월달에 접어들면서 나의 건강상태는 더욱 눈에 띄게 좋아졌다. 비로소 나는 서른셋 나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남은 앞날을 이렇게 무료하고 지겹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무슨 일이든 보람있는 소일거리를 찾아보기로 작정했다.
그러던 중, 시집 발간 문제로 안면이 있는 황 시인을 만났다. 작달막한 키와, 몸집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머리통을 보고 나는 대뜸 그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가 나를 기억해 내는 데는 상당한 나의 설명이 필요했다.
비로소 나를 알아본 그는 내 전신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지금도 내내 거기서 일하십니까?”
“요즘은 몸이 좀 불편해서…….”하고 말끝을 흐리며 보충설명은 눈으로 내 왼팔을 가리켜 대신했다.
그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바둑 두실 줄 아쇼?”
“조금밖에. 둔 지가 하도 오래돼놔서 말이오.”
“심심하면 따라오슈. 기원에 가는 도중이니까.”하고는 내 의향 따윈 물어볼 것도 없이 즉시 몸을 틀어 발짝을 떼었다. 말본새며 뇌꼴스러운 행동으로 미루어봐 나를 만났다는 게 영 탐탁하지 않다는 투였다.
나 또한 비록 처지는 그럴지언정 자존심은 남아 있는 터여서 “짜아식, ×도 아닌 게 되게 뻣뻣하네!” 중얼거리며, 꽈배기처럼 꼬듯이 짧은 두 다리를 교차시키는 그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문득 하릴없이 진종일 빈둥거리는 나의 일상을 깨닫고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예닐곱 발짝 간격을 두고 그를 뒤따라갔다. <고수바둑교실>이라는 돌출간판이 세로닫이로 높직이 붙여져 있었다. 낡은 적벽돌 건물이었는데, 맨 아래층은 식당, 한층 올라서자 다방, 또 한층 올라서자 탁구장, 그리고 헬스클럽― 기원은 5층에 있었다. 탁구장과 헬스클럽을 지날 때는 고개를 외로 꼬았다. 건강하게 뛰고 몸을 다듬는 그들에게 내 모습을 구경거리로 제공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기원에 들어서자,
“몇 급 두십니까?”
뚱뚱한 몸에 빵떡 모자를 쓴 사십대 이쪽 저쪽의 사내가 의자에서 일어서며 대뜸 물었다. 그리고는 축 늘어뜨린 내 왼팔을 보자마자 얼른 시선을 다른데로 돌리며 덧붙였다.
“앉으시죠. 이 근방에 사십니까?”
그는 조금이라도 더 친절미를 내보이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장사속이라기보다는, 나같이 한쪽 부위가 무너진 사람일수록 과민스레 갖고 있을 수 있는 열등감을 배려하는 것 같았다. 상대방 처지를 헤아리는 그 심성이 고마웠다. 그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고는, 혹시 어눌한 발음이 만들어져 나오지 않을까 마음쓰며 대꾸했다.
“옛날에는 10급쯤 뒀었는데, 지금은 모르겠군요.”
내 발음에 신경쓰다 보니 빵떡모자 사내가 묻는 말과 나의 대답이 엇나가 버렸다. 잠시 그와 나의 어색한 시선이 교차됐다. 그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가까운데 사시는가 보죠?”
“아참, 이 근방요.”
“지금 하시는 일은……?”
나는 황시인을 돌아봤다. 그가 나에 대해 대충이라도 설명해 주면 내 입장이 그토록 난처해지지는 않으련만, 그는 아예 무관심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게 부끄러워 일부러 피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적어도 자기 때문에 묻어온 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소개가 있어야 하는 게 사회 상규고 통념이며 예의인데도 말이다.
“얼마지요?”하고 나는 말머리를 돌렸다.
대답을 기다리던 빵모자 사내는 의외의 되물음에 약간 당황하는 듯했다.
“아, 기원비요. 5천원 되겠습니다.”
돈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가 돈을 받아 책상서럽에 넣으며 황시인을 향해 말했다.
“황선생, 이분하고 한판 두는 게 어때? 두 점 정도 깔아주면 얼추 맞수가 될 것 같은데.”
황시인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퉁명스레 대꾸했다.
“여기 이가놈하고 둘 거야. 양원장이 손수 가르쳐 주라구.”
<건방진 자식!> 나는 속으로 뇌이며 무렴함을 피하려고 바람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인허증에 양대호라는 이름이 씌어져 있었다. 한문으로 씌어있지 않다면 대호(大虎)― 큰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그런 이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툭 불거진 부리부리한 눈이며 치열이 엉망인 옥니, 우둘두둘한 얼굴로 봐서 호랑이 면상과 좀은 닮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얼굴만 그렇게 생겨먹었을 뿐, 사람을 대하는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어딘가 선량한 구석이 엿보였다.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전사범이 곧 들어올 거니까.”
잠시 후 전사범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바둑알을 잡았다. 다행히 실력은 줄지 않아 10급치고는 세다는 평을 받았다.
그날부터 나는 거의 매일같이 고수기원을 들락거렸다. 나름대로 진진하게 남아도는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죽이는 효과를 보았고, 더불어 바둑 실력도 늘어 일거양득의 보람을 갖게 되었다.
아내가 내 곁을 떠날 때까지 나는 그렇게 나날을 흘려보냈다.
나의 바둑 실력은 7급 수준으로 올랐다. 건강 또한 상당히 좋아져서 이제는 왼손으로 야구공 정도는 손쉽게 집어던질 수 있었고, 도망치는 대여섯 살바기 꼬마 또래쯤은 냉큼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의 뜀박질도 가능했다.
사람에게는 우연찮게 어떤 계기가 주어지게 마련이고, 그 계기가 시발점이 되어 전혀 다른 양상의 인생 행로를 걷게 하든지, 또는 엉뚱한 일을 저지르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고수기원에 드나들던 당시를 떠올리며 실감하곤 한다. 내가 만약 고수기원에 드나들 계제가 없었다면 지금쯤 글쟁이라는 딱지가 붙여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기원에 드나들다 보니 나처럼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하진 않지만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 꼴은 들르는, 이른바 꾼들과 안면이 닦여지게 되었다. 내 또래 안팎의 젊은층은 모두 세 분류로 나눌 수 있었는데, 바둑에 미친 자, 또는 심심소일파, 아니면 건달이었다.
기원은 바둑을 두는 것 외에 또 다른 용도로도 활용되었다. 그곳이 포스트가 되어 숨겨놓은 애인과의 만남의 장소로 제공되기도 하고, 드러내 놓고 하기에는 떳떳하지 못한 짓거리― 포커라든가 사교춤, 오입질, 빠찡꼬 따위를 사전 모의코자 동지들을 규합하는 아지트 역할도 해냈다.
그러나 나이 사십이 다되도록 노총각으로 떠돌아다니는 양원장 자신은 화투며 포커, 양춤 따위에는 젬병이었고, 기원 내에서 다른 행위는 죄다 눈감아줘도 노름판 벌이는 것만은 질색이었다.
고수기원에 들락이던 중, 틈만 나면 구부려붙이고 원고뭉치를 뒤적이는 양원장의 모습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양원장은 이따금 나타나는 이선생이니 김선생이니, 선생 칭호를 붙여주는 기원 출입자들에게 원고뭉치를 들고 가 뭔가를 묻기도 하고, 사범에게 기원을 맡기고 그들과 같이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그런 날은 으레 거나하게 술에 취해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나는 그의 행동에 관심이 갔지만 애써 그로부터 눈길을 돌리곤 했다. 그러는데는 내가 다소 내성적이고 남의 사생활에 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도 있을 터였다. 그러나 보다 더 근원적이었던 것은 한때 글자를 짜맞춰 먹고 살아봤던 전력과 고통을 싸짊어지고 다니는 글쟁이들을 지겹게 지켜봤던 정서가 몸에 배어 회피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것과 가까워져 봤자 그러면 그럴수록 신상이 고달프다는 것을 두고두고 되새겼기에 말이다. (세상에, 구두점(句讀點) 하나 찍는 걸 가지고 전전긍긍하는 글쟁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외과의사한테도 그런 예민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피를 말리는 직업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신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먹이가 충분히 배려되는 것도 아니고, 고달프기만 한…… 가엾고 멍청한 글쟁이들!)
그러다 어느 날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먹으려고 잔돈을 바꾸기 위해 양원장이 앉아 있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는 예의 원고뭉치에 고개를 처박고 골똘해 있었다. 내가 기척을 보내자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그가 자신의 원고를 내가 볼까 봐 감추고 싶어하는 기색을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나는 아예 모르는 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펼쳐진 원고뭉치를 자랑스러운 훈장이라도 되는 듯이(나는 이런 사람이오, 하고 드러내고 싶어하는) 내 쪽으로 쓰윽 밀어내며 당당한 눈길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렇게까지 나오는데 내가 모른 체한다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아 한마디 던졌다.
“어이구, 소설을 쓰시는군요. 정말 부럽습니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그리고는 즉시 내 말을 받았다.
“두번째 쓴 천오백 매짜리 장편이지요. 재작년에는 최종심까지 올랐던 작품인데 작년에는 세 번씩 고쳤는데도 천만원고료 장편공모에서 예심도 통과되지 않았더라구요. 내 더러워서!”하고는 잠깐 사이를 두고 동조를 구하는 듯한 눈길을 내게 보이며 덧붙였다.
“나중에 단행본으로 나온 당선작을 읽어보니까 내 작품에 비하면 엉터리도 그런 엉터리가 없다라니깐요.”
그의 얼굴이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사람, 자기 과시욕이 대단한 자군. 아니면 과대망상증 환자거나, 소설에 콱 미쳐 버렸거나.> 속으로 뇌이며 그의 말을 받아주었다.
“아, 그랬어요? 대단하시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양원장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썩었어요. 푸욱 썩어버렸다니까요! 최후의 보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문단까지 이렇게 썩었는데 다른 데는 얼마나 썩었겠습니까? 이건 작품으로 심사를 하는 게 아니라 학연, 지연, 파벌, 인맥 같은 걸로 즈이들 끼리끼리 나눠먹기식 장난을 치고 있다 이겁니다. 정말 썩어도 보통 썩은 게 아니라니까요! 사기꾼놈들이에요 사기꾼놈들!”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바둑 두고 있던 손님들이 죄다들 우리 쪽으로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들 중 거개는 나와 같은 처지에 놓였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듯 당신도 한참동안 고역을 치르겠구먼, 하는 의미의 눈길과 미소를 보내왔다.
나는 난감했다. 마치 내가 양원장으로 하여금 열을 내도록 유도한 것같이 돼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글쎄요, 전 문단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어놔서…… 아무튼 장하십니다.”
적당히 그의 기분을 맞춰 추켜세워주고 그 자리를 피할 작정을 댔지만 그는 한사코 놔주지 않을 태세였다. 이번에는 책상 서랍을 열더니 책 한 권을 꺼내 내 코앞에 바짝 디밀며 말했다.
“이게 작년에 나와 겨뤘던 그 작자의 당선작이라는 겁니다. 한번 내 작품하고 비교해 보십시오. 아마 첫장 한 장만 읽어 봐도 대번 내 말에 수긍이 갈 겁니다.”
“전 소설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이고, 시간도 없고…… 나중에 기회 봐서 꼼꼼히 읽어보죠.”
내가 책을 도로 밀어내며 몸을 사리자 그제서야 양원장은 한풀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며 목소리도 다소 낮춰 말했다.
“아참, 그러시겠군요. 이십 년 넘게 한 나도 실은 잘 모르겠는데 하물며…….”
나는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리는 심정으로 천원짜리를 내밀며 동전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커피 빼먹으려구요?”하고 그가 물었다.
“네.”
“나도 목이 타던 중인데, 같이 갑시다.”
자동판매기는 3층에 있었다.
그가 커피를 빼 먼저 나에게 건네줬다. 받아들면서도 속은 편치 않았다. <또 잔소리가 시작되겠지. 인스턴트 커피 한 잔 값만큼만 들어주자.>
아니나다를까, 그가 다시 주절거렸다.
“이래봬도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많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요. 어떡하다 바둑을 둬 그걸로 목구멍에 풀칠을 하고는 있지만.”
“아, 그러셨군요.”하면서 기원 쪽으로 몸을 돌리자, 그는 내 앞을 가로막아서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어린이 잡지 같은 데 글도 몇 번씩 실력구요…… 비록 가방끈은 짧지만 말입니다.”
“학벌 가지고 글쓰는 건 아니지요. 어디까지나 소설은 예술이니까.”
적당히 추켜주고 기원 안으로 들어가려 한 말인데, 그것에 코가 꿰어 일종의 푸념을 들어주는 대상의 짐을 떠안고 말았다. 그는 열성적으로 떠들어댔다.
“그렇지요? 제대로 핵심을 짚어주셨군요. 바로 그겁니다. 낫놓고 기억자는 몰라도 빠이롱(바이올린)만 귀신같이 잘 치면 그걸로 훌륭한 연주자가 되는 거 아닙니까? 마찬가지로, 독자들한테 재미있게 잘 읽히고 심금을 울려주고 내용 있는 글을 쓰면 그것으로 소설가로서는 최고가 아닙니까? 안 그래요?”
“글쎄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많은 독자들이 허영으로 책을 읽고 있으니까 그게 문제라 이 말입니다. 개떡같은 썰이라도 골 빈 독자들은 작가 이름만 보고 사서는 서너 장도 읽지 않고, 그 소설을 다 읽었는데 잘됐더라 나발불고 다니지요. 그게 바로 우리 나라 독서계의 현실입니다. 내 더러워서!”
그의 거칠어진 말투에 나는 약간 거부감을 느끼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암튼, 저는 소설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군요. 책도 잘 안 읽는 편이고요. 책만 들었다 하면 잠이 오거든요. 후훗.”
내 말이 그렇게 나오자 양원장은 낙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렇군요. 내가 괜히…… 죄송합니다.”
그런데, 막상 의기소침해진 그의 모습을 보자 안쓰러웠다. 좀은 고무적인 말을 던져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예술의 본질은 재미라는 말. 재미가 없으니까 저 같은 사람은 책만 들면 잠이 오겠지요.”
풀이 죽어 있던 그의 얼굴이 활딱 피어났다.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보니 너무 겸손하시군요!”
“뭘요. 귀동냥으로 들은 풍월을 읊었을 뿐이지요. 자, 그럼 먼저 갑니다.”
층계로 발걸음을 떼는데 그가 뒤좇으며 말했다.
“절 가장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시는 분이 있었지요.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유명한 작가분이신데, 그분이 보내주신 편지 보실랍니까?”
<걸려도 되게 걸렸군.> 속으로 되뇌면서도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 돼 버렸다.
“그래요?”하고 나는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다니까요. 가서 보여드리지요.”하고 양원장은 잰걸음으로 나를 앞질러 층계를 올랐다. 제 어미의 젖퉁이를 보고 궁둥이를 쌜룩대며 뒤뚱뒤뚱 걷는 어린애처럼 앞서가는 그의 뒷모습이 그렇게 보여 희극적이었다.
기원 안으로 들어간 양원장은 책상 서랍에서 꼬깃꼬깃 접히고 손때가 까맣게 묻은 편지지를 꺼내 내 손에 들려주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소설적인 재질은 보이니까 꾸준히 노력하라는 그런 말이었다. 그 말을 뒤집으면 노력하면 소설가라는 꼬리표를 달 수는 있겠지만 아직은 멀었노라는 말도 되었다. <보인다>는 것과 <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과의 차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그 편지를 양원장은 자부심의 표징으로 가보처럼 간수하고 있었고,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해 왔던 것으로 보였다. 편지 말미의 날짜를 보니 벌써 3년 전에 씌어진 것이었다.
“아주 고무적인 내용이군요.”
내 말에 양원장은 양어깨를 들썩해 보이며 받았다.
“그렇지요? 그 정도로 유명한 분이 친필로 격려를 해줬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인정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물론이지요.”
그제서야 나는 그가 쓴 원고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어떤 작품인가 원고 좀 볼 수 있을까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서랍을 열고 서둘러 원고뭉치를 꺼내 내 앞에 놓았다. 조금이라도 늦게 내놓으면 그 사이 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듯.
한눈에 쭉 훑어보았다. 대뜸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맞춤법이며 띄어쓰기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기본도 덜 된 그런 작품을 읽고 이름깨나 있는 그 작가가 손수 편지를 보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근데, 아무 연고도 없는 사이인데 이 편지를 보내왔던가요?”
그가 머뭇거리며 대꾸했다.
“좀은 아는 사이지요.”
“그래요? 어떻게요? 고향이 같다던가, 아니면…….”
“그 전에 내 작품이 어디가 어때서 통과되지 않았냐고 두어 번 따지러 갔었지요. 전화도 몇 차례 했었고.” 말해 놓고 그는 움찔하며 후회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 그럴테지.> 속으로 뇌이며 무슨 내용의 작품인가 궁금증이 일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소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읽어볼 수 있을까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양원장의 얼굴이 꽃무늬양산처럼 활짝 펼쳐졌다.
“아, 좋지요! 유명한 어느 작가는 작품이 완성되면 맨먼저 자기 집 파출부에게 읽힌다더군요. 루즈벨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일하는 정원사며 요리사들을 불러놓고 연설문 초안을 읽어주고 나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 고칠 거 고치고 다듬을 거 다듬어 발표했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양원장은 나를 가정부나 정원사 수준으로 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긴 그렇게 봤대도 틀린 말은 아닐 터였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평을 하기보다는 거의 감각에 의해 글이 잘됐는지 그렇지 않은지 대충 가늠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교정과 편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졌다는 자부심만은 그때껏 지니고 있었다.
양원장이 건네주는 원고뭉치를 들고 한쪽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가 뒤따라와 내 곁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나란히 앉았다.
“달필이군요.”하고 우선 글씨부터 칭찬해줬다. 그러자 양원장은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자동인형처럼 어정쩡하고 건드렁거리는 태도로 내 말을 받았다.
“그러믄요.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하루에 원고지 백 장은 써야 잠이 오거든요.”
나는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그가 알아챌까 봐 고개를 외로 틀었다. 물론 그의 허풍에는 악의가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하루에 원고지 백 장을 써야 잠이 온다는 그 말에는 어이가 없다 못해 이 사람이 지금 제정신으로 말하고 있는가 싶었다.
그도 내 속내를 읽은 듯, 아니면 스스로 생각해도 지나치다 싶었는지 겸연쩍은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그렇다고 원고지에다 소설만 쓰는 건 아니지요. 때로는 떠오르는 상상을 그림으로도 그리고 글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을 때는 낙서도 하고…… 그러다 보면 백 장이 되는 수가 있다는 말이지요. 헛헛.”
첫문장부터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빈집을 향해 다가갔다>로 시작되고 있었다. 세상에, 아무 의식도 없이 나도 모르게 다가가는 수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다 <때>라는 낱말이 다음장 원고지 한 장에 무려 네 번이나 들어가 있는 것에 나는 또 한번 당혹해야 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도 그렇지만, 문장 구조 자체도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는 대충 알겠으나, 해석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뜻으로 전달될 수 있게끔 모호하고 엉성한 부분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런 점들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자부심에 한껏 부풀어 있는 그의 의기를 꺾고 싶지 않았고, 의외로 그런 사람일수록 자존심이 강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출판사에서 근무할 때 직원이 작품에 대해 조언을 하다가 글쓴이와 멱살잡이까지 벌어지는 광경을 수차 목격한 나였다.
이따금 붉은 사인펜으로 틀린 자구나 띄어쓰기, 맞춤법 따위를 성의없이 끄적거려 놓은 부분이 눈에 띄어 물었다.
“어떤 분이 손을 좀 봐준 것 같군요?”
그는 못 들은 체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활기에 차 있던 그의 얼굴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뀌어지고 있는 것을 곁눈질로 엿볼 수 있었다. 나의 실수였다. 그의 상한 기분을 좀 전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면 다음 말이 필요했다.
“몇 장만 읽었을 뿐이지만, 우선 재미가 있군요. 가슴에 확 와 닿는 문장도 있고, 무엇보다도 묘사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의도대로 그의 얼굴을 덮고 있던 의기소침의 그늘이 금세 싸악 걷혀졌다.
“아, 감사합니다. 그러잖아도 내 작품을 읽어준 몇 사람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묘사가 아주 좋다고요. 그리고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라는 말도 들었구.”
웃음을 애써 감추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래요. 누군가 아주 잘 본 것 같습니다.”
“이제 보니 겸손이 지나친 것 같군요.”
“내가요?”
“아까는 소설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하더니만, 보는 눈이 전문가 뺨치는데요.”
“아, 그거요. 옛날에 책을 좀 읽었거든요.”
“그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요?”
“사실입니다.”
“왜 이러십니까.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지요.”
“암튼 고맙습니다.”
이쯤해서 그와 헤어지려고 원고뭉치를 덮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서 의자에서 일어서는데, 나쁜짓이라도 저지르고 도망치는 자를 잡듯이 그가 내 손을 덥썩 그러쥐며 말했다.
“목도 컬컬하고, 수고하셨는데 한잔 안 할래요?”
“글쎄요. 보다시피 몸도 이렇고 해서…….”
“아따, 술 마셔 혈액순환만 잘 시키면 그깐 병 금세 나아요. 정 마시고 싶지 않으면 옆에서 말동무나 돼주며 안주만 축내면 되는 거 아니오?”
“하지만, 어쨌든…….”
“형씨 같은 사람 만나 나 오늘 기분 째지게 댓길입니다. 헛헛! 자 갑시다.”
양원장은 반 우격다짐으로 나를 이끌고 그의 단골인 룸살롱으로 들어갔다. 그의 성격에 걸맞게 술도 열정적으로 허풍스럽게 마셨다.
그날을 계기로 양원장과 나는 십년지기나 된 것마냥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은연중 손수 글을 써보겠노라는 충동을 받게 되었다. 바둑두는 일에 싫증을 느끼고 있던 차였고, 불편한 몸으로 무료한 시간을 죽이는 데에는 그 일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아니, 어쩌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삶에 대한 회의와 현실에 대한 불만이 내면에 꽉 들어차 배설 욕구로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것을 해소할 여건이 주어지지 않아 끙끙거리고 있던 계제에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이 바로 글쓰기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만이 그랬을 뿐 직접 펜을 들고 글을 쓰지는 않았다.
똥방자처럼 양원장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처지였지만 그러면서 고수기원에 드나드는 이른바 문사들과 자리를 같이할 계제를 자주 갖게 되었다. 그들은 글쟁이로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지만, 자부심과 포부만은 타인의 추월을 절대 불허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대놓고 양원장을 <허풍의 사나이> 또는 <선량한 사기꾼>이라 일컬으면서 그의 주위에 곧잘 꾀어들어다.
양원장은 다분히 조롱조이고, 그렇게 하시함으로써 상대적 우월감을 갖는 듯한 그들의 행동에는 아랑곳없이 늘 굽신대며 개처럼 기어주었다. 뿐만아니라 기원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의 대부분을 그들에게 술사고 밥사는 데 거의 소비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도 처음에는 그들이 여느 시정아치들과는 다르게 어떤 그럴듯한 매력이 있을 법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어울렸지만, 결과는 상당 부분 실망으로 채워지고 말았다. 작품을 놓고 비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개인적인 신상문제를 놓고 헐뜯는 것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우선 놀랐다. 누구누구는 글을 팔아 부자가 됐기 때문에 장사꾼 ×식, 누구누구는 순전히 로비로 유명해진 자라서 ×새끼, 누구는 문하생 백 명을 데뷔시키는 게 목표라고 떠벌이면서 똘만이들을 몰고 다니는 ×레자식, 누구누구는 글로 돈 좀 벌었으면서 술 한잔 사지 않는 짠돌이 ×끼, 문단의 삼대 짠돌이는 누구누구누구, 누구누구는 글쓰는 걸 보면 형편 무인지경이면서도 온통 그 동네를 휩쓸고 다니는 문단×기꾼, 대충 그런 식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말로만 풍성하게 입잔치를 벌일 뿐 실속도 없고 비난의 표적이 될 만한 이름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들의 독특하고 대조적인 각자의 개성이었다.
정 모라는 사내는 나이 오십을 내일 모레로 바라보는 교육공무원이었는데, 문단을 혓바닥 하나로 휘저어 온통 거품투성이를 만들어 버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문인 누구 하면 그 사람의 경력이며 대표작에서부터 사생활과 연관있는 에피소드나 스캔들까지 주루룩 꿰었다. 시인 누구의 애인은 누구이고 소설가 누구의 성장과정은 어땠고, 문인 누구의 술버릇은 어떠며 어떤 문사의 추문의 내막은 이러저러했다느니…… 그런 식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가십멍거 노릇을 하느라 바쁜 중에도 자신의 자리매김 관리에는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 신문이나 그렇고 그런 잡지에 칼럼이나 꽁트 하나만 활자화돼 나왔다 하면 그것을 수십 장씩 복사하여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서 커피숍 주인에서부터 술집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개업인사 전단마냥 마구 흩뿌리고 다녔다.
전 모라는 사내는 사십대 초반의 나이였는데, 문인 누구든 그의 입에 들어갔다 하면 곧 엉망진창으로 씹혀져 걸레가 되어 나왔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문단에서 자기 혼자만이 사람새끼로 남아 홀로서기를 하는 셈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누가 됐던 자기 작품을 입에 올리기만 하면 대뜸 불맞은 호랑이로 변해 으르렁거렸다. 양원장이 그의 작품인 단편 하나를 보여줘 읽어본 적이 있는데, 글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어쨌든 그가 문인은 씹어도 당사자의 작품은 씹지 않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모는 10여 년 전 신춘문예에서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선돼 문단에 나온 사람이었다. 그는 가작이라는 말을 쏙 빼고는 그 공백을(그때만은 목소리를 약간 죽여서) 당선이라는 단어로 대체하고 그것을 애드벌룬으로 높이 띄워놓고, 자신이 쓴 작품 말고는 모두들 쓰레기 취급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막상 지명도가 그렇고 그런 문예지나 잡지 따위에 단편 아니면 꽁트를 일 년에 한두 편 발표하는 게 고작인 것으로 보였고, 글의 내용보다는 원고지 매수와 원고료에 더 치중하는 것 같았다.
다음은 박 모 교수, 그는 전문대에 몸담고 있었다. 그의 구강에 설치된 작품분쇄기는 성능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이라는 것을 나는 기꺼이 인정하며 우선 찬사를 보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그의 기계에는 첨단 회로가 따로 내장돼 있어 분쇄 과정이 철저하고 잔혹하며 독창적이었다. 원론과 각론이라는 버튼을 번갈아가며 작동시켜 일단 조각을 내고 나서, 다음에는 어떤 <론>과 <이즘>이라는 특수장치가 장치된 강력 모터의 설도(舌刀)를 가동시키면 아무리 무슨 문학상을 타고 몇 만 부가 빨린 이른바 베스트셀러라도 가루가 되어 버리는 참담한 결과로 귀결되게 마련이었다. 그의 작품도 양원장이 갖다주어 서너 개의 단편을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문학에 대해 깊이가 없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의역(意譯)보다는 직역(直譯)에 충실한 번역자가 옮긴, 그렇고 그런 삼류 외국작품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 한 사람, 내 관심을 끄는 이가 있었다. 그는 김 모로, 대체로 말을 아끼는 편이었는데 습작기에 있는 작가 지망생으로 자신을 소개했었다. 나중에 양원장이 빌려주어 그가 펴낸 전작 장편단행본을 읽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선 재미가 있었다. 나름대로 감동 받은 부분도 많았고, 애써 노력한 성실성과 진지함이 무엇보다도 돋보였다. 높이 사주고 싶었다. 그 정도의 내용이라면 지명도 있는 평론가가 한 번쯤 그 놀라운 기술로 윤색하여 매체에 올려놓고 재력이 있고 수단과 배짱이 놀라운 출판사가 과대포장하여 광고를 때려준다면 손익분기점은 거뜬히 확실하게 넘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잘 읽었습니다. 꽤 팔렸죠?”하고 언젠가 화장실에서 만났을 때 그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있었다.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꺼냈던 제것을 툴툴 털어 괴춤 속에 우겨넣고 더듬더듬 지퍼를 끌어올리면서 그가 마지못한 듯 대꾸했다.
“먼 산타루치아죠. 출판사한테 손해만 끼쳤고, 사회적으로는 폐지 양산에 일조를 했고…… 그저 그랬습니다. 헤헷.”
“잘 읽히고 독자들한테 호응이 좋을 듯 싶던데…… 책의 유통에 대해서 조금 알거든요.”
“그게, 신인인데다 매스컴이라는 낚시바늘에 끼울 미끼를 가지고 있지 못하거든요.”
“미끼라니요?”
“유식한 말로 포커스를 맞출 만한 피사체가 없다는 뜻이지요. 가령 최종학력이 무학이라든가 왕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과자라던가, 아니면 연예인, 운동권 출신이라든가 정치인이라든가…… 하다못해 간암선고를 받고 병석에 누워 있다든가― 뭐 그런 게 있어야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내겐 그런 게 없거든요. 허허헛!”
마치 그렇게 된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도 된다는 듯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 여운이 영 질척거렸다.
나는 그를 위해 격려에다 위로까지 곁들일 수 있는 마땅한 언어를 구사하려고 잠깐 긴장했다. 그러나 머리속에 입력된 문장에는 그에 걸맞게 활용될 만한 게 없어 가볍게 뒤따라 미소를 지어 주는 것만으로 대신했다. 그는 술 마실 때는 술 얘기, 바둑 둘 때는 바둑 얘기, 그밖에 남의 작품이나 인신공격성 발언은 거의 입 밖에 내놓지 않았다. 남은 인생을 문학에 바친다며 다니던 직장도 팽개친 그였는데, 자신을 늘 <실업작가>라고 일컫고 있었으며, 고수기원에 꾀어드는 <참새들> 가운데 유일하게 양원장으로부터 술 얻어마시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될 수 있는 대로 자리를 피하는 쪽을 택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작품도 그가 부재중에는 그들 참새들에 의해 갈기갈기 씹혀 걸레가 되곤 했다. 참다못해 한번은 그들의 대화중에 끼어든 적이 있었다.
“나도 그 책 읽어봤는데, 그렇게 섣불리 평가절하할 작품은 아닌 것 같던데요?”
그러자 박 모 씨가 불쾌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며 내게 쏘아붙였다.
“당신이 문학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 바둑 십팔급짜리가 주제넘게 바둑을 논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구. 문학평은 문인에게 맡기고 독자는 읽어주기만 하는 게 예의고 그게 자기 주제파악에 걸맞는 행동이야!”
어쨌든 양원장의 원고를 손질해 주면서 그에게서 뭔가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게끔 되었고, 아울러 옛날에 한동안 글쟁이가 돼보고 싶어 원고지를 축내던 시절을 되살려내는 계기를 맞았다. 그래서 잃어버린 문장력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제목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더불어 기원 출입을 줄이고 책 읽는 시간을 가졌다. 그로 말미암아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비로소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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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시 글쓰기에 도전해서 곡 성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