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다짐
임찬섭집사(카프카즈 목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호치민목장에서 카프카즈목장으로 파송받는 임찬섭집사입니다. 2015년 아내의 직장관계로 구미에 이사하며 구미남교회로 온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저희 가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중 제 삶의 변화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나누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이지만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집안 분위기가 항상 좋지 않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였는데, 고2 여름 수련회에서 하나님을 만나면서 저의 삶이 바뀌었습니다. 대학교 기독 동아리 활동과 군대에서의 새벽기도, 또 제대 후 청년부 활동과 고등부 교사로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꾸준한 배우자를 위한 기도 덕분에 대학교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 믿음의 가정을 꾸렸지만 각자의 직장으로 주말부부로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출장이 많은 직장생활로 예배를 거의 드리지 못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어져도 ‘일이 바빠 어쩔 수 없지’하며 합리화하다 보니 저의 영적상태는 엉망이었습니다. 코로나 바로 전쯤 사업을 시작하면서 회사를 키우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잦은 해외 출장으로 저희는 주말부부라기보다는 월말부부로 지내는 시간이 더욱 많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동업을 같이한 친구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다른 마음을 먹고 하나씩 하나씩 회사의 모든 것을 자기 개인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동안 믿고 쌓아왔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제 삶에서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배신감에 너무도 분하고 제마음을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아내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며 다 내려놓고 오라고 하였고, 저는 고민 끝에 작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구미로 왔습니다. 첫 직장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해왔던 모든 것이 헛됨을 느끼고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았나’하는 후회와 모든 희망이 무너지는 좌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내는 이제는 출장 가지 않고 주일 잘 지키며 하는 일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저는 막막했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만약 예전의 일에 하나의 희망이라도 있었으면 아마도 붙잡을 것을 아셨기에 어떤 희망도 남겨 놓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철저하게 무너지게 하셨고 어떤 미련도 남지 않게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셨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고 철저히 낮아진 저를 새벽에 나가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주님 이제는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의 하나님과 멀어졌던 삶을 회개합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주님이 저를 누구보다도 잘 아시니 저의 길을 인도하여 주세요”
구미로 온 후 출장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목장에 꾸준히 나가 함께 나누고 기도하며 위로받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삶 공부를 통해 하나님과의 교제를 사모하게 되었고, 조금씩 영적상태는 회복해가는 중에 놀랍게도 하나님은 저에게 가장 잘 맞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열어주셨습니다. 15년 전, 체육교육학과에 편입 졸업을 해서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잊고 있었는데 교사 경력도 없고 나이도 있어 안 될거라 생각했던 교사의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계약이 1년짜리지만, 체육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너무도 좋고 보람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퇴근 이후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고 교사인 아내와 이야깃거리도 늘어갑니다. 주일에 가족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아내와 함께 고등부 교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면 당연히 누리는 평범한 것을 저는 이제야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철저하게 바닥까지 가게 하셨다가 하나님을 의지하게 하시고 다시 새롭게 구미에서의 삶을 열어 주셨습니다. 저를 위해 늘 기도했던 아내와 목장식구들, 고등부선생님들과 삶공부 동역자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주님은 저를 고아같이 버려두지 않으시고 제게 오셨고 이렇게 목자의 자리까지 오게 하셨습니다.
저희 목장에 방건준 목자님과 윤석미 목녀님, 두 분의 한결같은 섬김의 모습은 다시금 저희 부부에게 힘이 되었고 늘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의 아내가 힘든 순간을 함께하셨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셨던 목장식구들이 있었기에 목장은 제게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구미로 내려와 제대로 목장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기대되고 너무도 좋았습니다. 목자로써의 섬김의 권유를 받았을 때 “아직 내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1년만이라도 제대로 목장을 경험하고 싶다”라는 마음에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당연히 하는 것은 맞긴 한데 그때가 지금이라는 사실에 많은 아쉬움과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도하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카프카즈 목장의 상황을 들으면서 “내가 과연 목자를 할 수 있을까? 우리 형편에 가능할까?”에서 “지금, 주님이 원하시면...”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저였으면 생각할 수 없던 일이기에 두렵지만 또 감사합니다.
그 동안 호치민 목장에서 방건준 목자님과 윤석미 목녀님 두 분의 한결같은 섬김의 모습에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저걸 할 수 있지?”라며 걱정하지만 목장에서 받은 너무도 큰 사랑을 다시 베풀어야 된다는 마음에 순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고1이 된 아들에게, “목자를 권유받았는데 고민이라며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했더니 “좋은 계기네, 하면 되지”라며 쿨하게 말해주는 것을 보며 저의 믿음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둘째 셋째는 자기는 문을 잠그고 안 나오겠다고 하는데요,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들이 걱정도 되지만 이 또한 하나님이 하실 거라 믿습니다. 목자로서 모든 것이 준비되고 완벽하게 다듬어져서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목장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감당하는 일을 하겠다고 동의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구미에서의 저의 인생 2막에는 주님이 저를 붙드시고 이끄실 것을 믿고 기대하려 합니다. 여전히 믿음이 부족해서 앞으로의 일을 또 걱정하는 제 자신을 보게 되지만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이 가장 귀하다는 것을 믿고 앞으로 목장을 하면서 저와 저희 가정을 변화시켜 주실 모든 것들을 기대하고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사모합니다.
목자가 된 지금부터 다짐할 것은 지금까지는 나, 우리가족, 나의 주변만을 위한 기도를 했다면 이제는 매일의 기도시간에 교회를 위해서, 선교를 위해서 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기도를 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호치민목장 목자&목녀님께서 그동안 보여주신 모습을 거울삼아 목자로서 저희 카프카즈목장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정하였습니다.
첫째, 서로 아끼고 배려하고 챙기는 목장이 되겠습니다.
둘째,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존중하는 목장이 되겠습니다.
셋째, 늘 감사하며 먼저 다가서는 목장이 되겠습니다.
주님이 저를 붙드시고 이끄실 것을 믿고 기대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데 저희 부부가 목자&목녀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성도님들께서 기도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