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를 알리는 인삿말을 안고 돌면 맨 처음 만나는 곳입니다. 얼마전까지 저 앞에 코스모스가 만발했습니다.
순흥 안씨를 모신 라곡서원입니다.
라곡 서원 옆의 잔디밭인데 왼쪽이 과메기이고 오른쪽이 갈매기입니다. 눈 모양이 꼭 단추 같죠?
과메기와 갈매기 몸에도 가을빛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 길로 곧장 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구룡포를 거쳐 호미곶으로 가고 뒤쪽으로 달리면 감포가 나옵니다.
(경북대학교 연수원이 바로 뒤로 조금만 가면 있습니다.) 이 벛꽃길은 봄에 더욱 장관입니다.
벛꽃 터널이 아름다운 이 길로 이나영 등 젊은 탤런트들이 드라마 촬영을 하였던 곳입니다.
벚꽃길 오른 쪽 언덕 위에 구룡포여자종합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수요일, 금요일은 이 곳에 겸임 국어 수업을 갑니다.
4층의 1학년 3반 교실에서 내려다 본 정경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이 창가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마음엔 언제나 바다가 함께 하겠지요?
구룡포여자고등학교에서 5분쯤 달리면 호미곶 가는 모롱이에 있는, 제가 근무하는 학교입니다.
마음의 걱정이 얼굴에 나타났는지 우울해 보입니다.
엄마는 우울할 시간도 없듯이, 교사도 이 아이들로 인해서 행복하기만 합니다.
입을 우습게 찡그린 규완이는 수시로 제 허리를 감싸 안고 "선생님, 사랑해요." 합니다.
어깨동무한 병걸이와 기성이는 또 얼마나 늠름한지요. 뒤에 살짝 겨레가 숨었네요.
때론 힘들기도 한 일상 속에서 이 아이들의 웃음이 있기에, 또 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야 하기에
저는 늘 웃습니다. "선생님은 웃어서 참 좋아요." 아이들이 하는 그 말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점심 시간에 동화와 동우가 조회대 위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아마 동화는 오늘도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을 겁니다^^. 왼쪽 동우는 모든 면에서 모범생입니다.
뒤로 축구공을 쥔 철우는 사관학교 진학이 꿈인 실장입니다. 대영이가 멋진 패스를 하려 합니다.
오른쪽 저 멀리서 정훈이가 소인국의 인형처럼 살짝 들어와 있네요. "잘~들 논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조금 벗어난 구룡포 해수욕장에 나가 보았습니다. 해풍 속에서 말라가는 오징어의 나부낌이 보이시죠?
저 깨끗한 하늘과 바다 속에서 말라가는 청정 구룡포 피데기입니다. 포항1대학 디자인과에 딸이 다닌다고, 그 딸
도 이런 디카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고 하시던 아줌마, 아저씨의 모습이 정말 멋있지요?
아저씨가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나, 오늘 출세했데이." "선생님요, 구룡포 오징어 선전 마이 해주이소."
바다에서 나와 바다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말라가는 저 오징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 서로 바다 이야기를 하얗게 하얗게 나누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징어 말라가는 바닷가에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기에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조심하며 다가갔는데도 어느새 눈치채고 모두들 후다닥 도망가 버립니다.
일제히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을 더 이상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제게선 뭍의 냄새가 더 나나 봅니다.
오징어 말리는 아줌마, 아저씨가 다가가도 가만 있던 갈매기들인데 말입니다.
하루에 물 색깔이 일곱 번도 더 바뀐다는 구룡포의 바닷물은 정말 맑습니다.
속살을 드러낸 바닷물이 정말 곱죠? 저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바로 바닷물로 물이 들 것 같습니다.
그 바닷가 기슭에 나부끼는 억새도 구룡포의 가을을 알리는 편지입니다. 바다를 보며 손짓하는.....!
갈매기도 날아가 버린 호젓한 바닷가에 발자국이 무수히 찍힙니다. 바닷가의 저 모래알처럼 수많은 우리들의
이야기들이 오늘도 밀려와 쌓입니다. 은은한 저 파란 바다에 제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으니 얼마나 복 받은 일인지요.
<병원에 입원한 아이는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크론시'라는 드문 병이라고 판결이 났습니다.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에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는 말씀에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작은 창자에 염증이 잘 생기는 병이고 또 병원에 다니며 정기적으로 약을 먹고 조심하면,
그리고 아직 젊은 나이니까 걱정말라는 말씀하셨습니다.
기도를 하면서도 인간적으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미리 알려 주신 주님의 사랑이 더 없이 감사할 뿐입니다.
엄마는 강해야 하고, 밝아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엄마 대신 밥을 했다며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고 싶다."고 글을 쓴 의정이가 왜 그리 "선생님요, 선생님요" 하고 부르며 엄마닭 따르는
병아리 마냥 불렀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아마 의정이는 엄마가 무척 그리웠던 걸겁니다.
이렇게 제겐 또 많은 아들, 딸들이 바닷가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전면장학생으로 공부 잘 하던 녀석이 시험 기간에
덜컥 수술을 받고 누워 있는 모습이 애틋하기만 하지만 그 또한 더 큰 사랑의 출발이라 여기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 바다에서 말라가는 하얀 오징어의 속살을 보며, 비상하는 갈매기의 몸짓을 보며, 귀가 소란스러울 정도로
떠들며 매달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구룡포의 가을 속에서 저는 또 한 걸음 자라고 있습니다.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계속 기도해야 할 병이고, 조심해야 할 병이지만
기도하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신 것 같아 우리는 감사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모든 분들께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첫댓글 아가다님 좋은 그림과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힘내세요 자매님과 득인베드로 형제님의 주님께 대한 신심이면 무엇인들 들어 주실겁니다 확신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활짝 웃는 모습으로 우리곁에 돌아올것이라고요 우리천상의모후팀 열심이 기도하겠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도엽이(정하상 바오로)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염려해 주신 본당 주임신부님, 보좌 신부님, 그리고 수녀님들과 교우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특히 어린 친구들과 주일학교 새싹들까지 병원까지 와서 기도해 준 그 정성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분들의 기도와 사랑이 곧 도엽이를 주일학교 9시 미사 시간으로 돌아가게 할 겁니다. 하느님께서 택한 일꾼이 너무 오래 누워 있지 않을 것입니다. 도엽이의 병을 통해 그 동안 교만하게 살아온 신앙생활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더 겸손하게 하느님을 섬기라는 뜻이라 여깁니다.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성당의 모든 교우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주님 주일학교에 웃으면 돌아올 수 있도록 도엽선생님에게 건강을 허락하소서. 그리하여 그를 사랑하는 모든이에게 웃음을 찾게 하소서.
그렇습니다. 모든이들의 기도가 도엽형제를 일으켜 세워 9시 미사에 가도록 할 것입니다. 좋은 풍경들이 이 가을을 더욱 운치있게 만드는군요.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