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격, 겸손, 윤리, 배려…. 이 같은 단어와 어울리는 태권도인은 여럿 있다. 하지만 여기에 ‘태권도 수련의 생활화’라는 수식어를 덧붙이면 단박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규형(64) 국기원 이사다.
이규형 이사는 진갑(進甲)을 넘긴 요즘에도 하루 2∼3시간 수련을 한다. 끼니는 걸러도 수련을 하지 않으면 몸이 무겁고 개운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련의 생활화는 이 이사의 몸에 배어 있다. 색이 바랜 도복과 검은띠가 그의 무력(武力)과 내공(內攻)을 엿보게 한다.
이 이사는 산골마을인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10살 때 몸이 허약해 태권도를 배웠다. 고교시절에 장수경찰서장의 권유로 경찰들과 주민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육군종합행정학교 체육학처에서 복무를 마친 그는 1973년 서울 미동초등학교 태권도부를 지도하면서 어린이시범단을 창단했다. 1989년부터 16년 동안 국기원시범단을 총괄하는 단장으로 세계 140여 개국을 순회하며 태권도를 알리고 국위선양을 했다. 학구열도 높아 늦깎이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2005년부터 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0월 27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를 만나보았다.
- ‘태권도 시범의 베테랑'이다. 시범의 발전 방향을 제언한다면?
“태권도 시범이란 관중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모범적으로 시범을 보여야 하며, 시범을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배울만한 가치가 성립되어야 한다. 이에 태권도 시범은 ‘무도로서의 태권도’, ‘스포츠로서의 태권도’, ‘예술로서의 태권도’의 가치와 특징을 살려 표현해야 한다. 무도(武道)란 무술이나 무예를 하는 무인이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하며, 스포츠(spots)란 경쟁과 유희성을 가진 신체 운동경기의 총칭으로, 스포츠는 심한 육체활동이나 연습의 요소도 포함하는 말이다. 현대의 스포츠는 경기규칙에 따라 승패를 겨루는 신체적 활동을 말한다. 예술(藝術)이란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을 총칭하며, 공간 예술과 시간 예술의 종합으로,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정신(精神) 교육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을 겸비한 우리나라의 전통무도, 스포츠,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목표를 충족 시켜 태권도 시범의 가치를 지향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속적인 태권도 수련이 어린이들에게 왜 중요하다고 보나?
“아동은 국가의 가장 소중한 미래자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수많은 아동들이 다양한 사회성 발달문제와 정신건강에 직면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2001)는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Well-bing)을 의미하며, 단순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정의하면서 정신건강을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인식하고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며, 생산적으로 일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안녕상태’로 규정하였다. 이처럼 정신건강은 개인의 발달과 안녕 그리고 사회에서 정상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좋지 않은 본능이 있는데, 이 좋지 않은 정서를 발산하지 못하고 참고 견디면 욕구 불만이 되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는, 오늘날 학생들은 어려움에 쉽게 포기하고, 주위가 산만하며 타인에 대한 예의를 잃어가고 있으며, 특히 정의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다보니 자신감과 같은 용기가 점차 소멸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본능적 욕구와 정서를 발산시키고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스포츠 활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그 중에서 태권도의 심신 수련은 교육적으로 탁월한 순기능적 효과가 나타난다. 태권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성장발달 과정에서 초등학생에 있어서 태권도 수련은 일생동안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체육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태권도 수련 참가는 개인의 사회성 발달과 정신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정서적 경험과 사회화 기능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태권도 수련 참여는 분노, 흥분, 불안, 공포, 좌절과 같은 기본 정서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어려운 상황을 관용과 아량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인내력을 기를 수 있게 해주며,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습득하는 사회성을 기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태권도 심신수련을 통한 사회 적응력의 변화로서 자신감의 증가는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보다 자주 사람들과 교류하게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질투, 미움, 공격성,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하여 마음을 정화시켜 정서적으로 안정을 이루고, 어려운 과정을 극복했을 때는 자신감과 성취감도 느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상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태권도를 수련한 초등학생은 사회성 발달에 기여하고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연구와 초등학생이 태권도 수련을 통한 정신건강과의 관계를 연구한 선행연구의 결과는 비교적 일관되게 초등학생에 대한 태권도의 교육적 우수성을 주장하고 있다.
- 2007년 공인 품새의 단점에 대해 “품새의 격투술적 유용성과 한계(단점)에 있어서 태권도 제정 품새는 장점도 많지만, 실전 격투술적 관점에서는 일단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품새 발전을 위한 개인적인 견해는?
“품새 발전을 위한 개인적인 견해는 국제무대에서 우리 태권도와 경쟁이 되고 있는 타 무술(ITF, 가라데, 우슈,)과 비교하여 미래를 위한 우리 태권도 품새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품새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공인 품새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새 품새 개발을 했으면 좋겠다.
만약 새 품새를 개발한다고 하면 품새 구성에 있어서는 움직임을 하나의 작품으로 창작하는데 있어, 구조와 질서의 관계에 있어서 기술과 통일, 기술과 변화, 기술과 대조, 기술과 균형, 기술과 반복, 기술과 이행, 기술과 절정, 기술과 연속, 기술과 조화를 중요시 하면서 구성 원리, 규정과 형식, 기술과 정신의 체계성, 수행 목적에 따른 공방 원리를 중점으로 개발되었으면 한다.
따라서 공간과 신체의 균형 또는 모든 움직임에 따른 인체의 여러 부위와 기술의 조화 및 균형을 이루는 통일을 지향한다. 품새의 움직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이며, 이 신체가 표현의 도구로서 나타내는 품새의 기술 구성과 이와 더불어 창조되는 공간의 구성은 구성요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품새 수련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신, 힘, 기술이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되어야 한다. 품새는 정확한 자세, 방어, 공격, 중심이동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품새 기술은 많은 수련을 통하여 기술이 숙달 되어야지만 힘과 정신이 함께 표현될 수 있지요.
|
- 저술한 '태권도 품새란 무엇인가'(오성출판사)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됐다. 이에 대한 소감과 책 내용을 소개하면.
“태권도의 발전은 초창기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주로 경기 겨루기 위주로 진행되어 왔으며, 태권도 품새는 단지 승품․ 단 심사를 위한 준비사항 정도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자 세계태권도연맹에서는 태권도 품새에 내포된 심신 수련의 교육적 가치와 활성화를 위하여 세계태권도 연맹 정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공인 품새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고, 2006년 제1회 세계태권도연맹 품새 대회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하였다. 매년 이 품새 대회가 이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품새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수련 열기 또한 고조되고 있다.
태권도가 격투기 적이고, 파괴적인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품새에 속에 내포된 정신, 심리, 체력, 호신적 가치는 물론 심미적이고, 환상적인 경연예술의 한 장르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품새는 동과 정의 어울림, 내면적인 힘의 외적 표현, 정신성의 육체화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품새의 미학은 무도의 무도다움을 규정짓는 특성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에 나는 국기원 품새 교본 집필위원, 2006년 제1회 세계태권도 품새 선수권대회 대한민국 팀 감독, 2008년 세계태권도 연맹 주최 품새 국제심판 신규 및 품새 국제심판 보수교육 강사 위촉(이집트), 제4회 터키 세계 품새 대회 국제심판 교육 강사 및 국제 심판 운영을 담당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출전한 선수들의 품새 기량을 파악하고 분석ㆍ연구하면서 품새 교본을 출판을 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크게 7개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태권도의 교육목표와 태권도의 정의 둘째, 태권도 품새의 정의와 품새의 철학 셋째, 공인 품새의 종류와 특징 넷째, 창작 품새의 정의와 예술성 다섯째, 태권도 품새의 밑바탕 여섯째, 기본동작 실기편 일곱째, 공인 품새 실기편로 나뉘어져 있다.
- 국기원 연수원에 강한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수원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태권도 지도자 연수제도의 5일은 교육을 받기에 기간이 짧다. 국기원 사범연수 교육을 받는 대부분의 태권도 연수생들은 지도자로써 자질 면에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범자격 연수를 받기 때문에, 국기원 연수원에서는 짧은 5일 동안 연수생들을 교육시켜 지도자로서 수련생 앞에서 이론과 실기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질 수 있는지 기대치만큼 훌륭한 사범의 자격 수준의 실력을 향상 시켜 배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건상 매우 힘이 들고 불가능한 상항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국기원 연수원의 중요한 목표이자 과제인 교육, 연수. 연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는 사범 연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원격 연수도 더욱 활성화하여 좋은 강의를 구비하여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지도자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태권도 지도자의 자질향상을 위한 재교육도 필요하다. 5일 간의 짧은 집중교육을 통해 사범교육 수료 및 자격을 취득한 다음 태권도 지도자의 재교육 연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지도자의 재교육연수가 대부분 태권도 심신수련을 통한 이론과 실기교육보다는 체육관 경영 분야에만 치우치고 있다.
일반 태권도장 수련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태권도 수련생의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수련생을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지도서나 교과서도 없다. 이 밖에 태권도 실전에 사용되는 무도적인 면의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아동과 여성, 성인들을 위한 태권도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국기원이 특수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태권도 지도자들은 국기원 연구소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보다 연수‧교육‧연구의 변화에 대한 전망과 발전관련 등 국기원 연수원에 바라는 기대가 크다고 생각한다.
- 태권도 발전을 위해 국기원을 비롯한 태권도 기관에 제언하고 싶은 말은.
“국기원이 세계적인 메카로서의 본산 및 네트워크 구축과 세계 태권도 인들에게 국기원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 주기위해서 태권도의 전략적 해외 진출을 통한 태권도의 세계화, 태권도의 가치 및 정체성과 태권도 4개 단체 간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국기 태권도 정립을 위한 기반구축, 남녀노소가 참여할 수 있는 태권도의 실용적 기능 개발, 태권도 도장 경영 활성화 지원을 통한 태권도 저변확대, 태권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화를 위해 기술 및 콘텐츠, 태권도 교육내용의 연구 개발을 위한 각종 교육사업, 태권도 시설 및 용품·용구에 관한 연구개발, 국제교류, 문화진흥 및 태권도인의 복지향상에 관한 사업 등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