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여행이 늘 그렇듯....
8월 16일, 맑고 화창하고, 무더웠던 그 날도 '우리 어디 갈까? 그냥?'....
뭐 이런식으로 시작된 여행...
동서남북도 정해지지 않았고...
차를 출발하고 나서 철원쪽이 어떻겠느냐고 마눌님이 제안해서 그렇게 일단 방향은 잡혔고...
스맛폰 덕에 나는 운전하고, 아내는 들러 볼 곳들을 하나씩 찾아내면서 그렇게 우리 부부의 하루 여행이 시작된 거다.
◆ 여정
비둘기낭폭포 - 한탄강 하늘다리 - 철원막국수 - 고석정 - 노동당사 - 백마고지 전적기념관 - 도피안사 - 직탕폭포 - 승일교 - 삼부연폭포 - 원조파주골손두부
아침을 느즉이 먹고 나서 출발했지만, 평일이어서 교통을 그다지 막히지 않았다.
동부간선도로와 연결된, 새로 완성된 세종-포천 고속도로 덕에 더 신속한 이동이 가능했고...
옛날에 산정호수 한 번 갔다 올려면
정말 시간 많이 걸렸었다.
1. 처음 들른 곳은 포천의 '한탄강 지질공원'에 있는 비둘기낭폭포...
우리 부부가 복이 많은지...
이번 여행에 강과 폭포가 여럿 들어 있었는데
얼마 전에 내릴 비로 모두가 수량이 풍부해서
정말 맘껏 그 정취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거....
'선덕여왕'에서 '추노', 영화 '대호', '최종병기 활'에 이르기까지,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사랑받는 촬영지인 비둘기낭폭포는 정말 사랑스러우면서도 장대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공원에서 시작되는 작은 숲 오솔길을 따라가다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특이한 자태를 지닌 비둘기낭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그 전에 그 웅장하게 물쏟아지는 소리가 우리의 귀를 멍하게 울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수량이 풍부해서, 영화에서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주변 모래밭까지 지금은 물에 잠겨 있었다.

[에워싼 절벽에 많은 비둘기들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해서 비둘기낭폭포라고 했다나 뭐라나...]

잠시 눈과 귀를 열고 분위기를 느껴 보시라....
2. 비둘기낭폭포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포천 한탄강 하늘다리'가 강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날이 더워 걸어서 왕복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었는데, 현명한 우리 마눌님이 차로 가자신다. 그래서 반신반의하면 차를 몰고 갔는데, 다리 바로 앞에 널찍한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따로 마련되어 있더군요.... 역시 아내말을 잘 들어야 해요...
155m 정도 되는 현수교는 사람들의 이동에 따라 조금씩 출렁이도록 되어 있고, 중간에 3군데 바닥이 보이도록 유리가 설치되어 있어서, 맘 약한 사람들은 꺅꺅대고 피해가고.. 뭐 그러더군요... 이런 울렁이는 거 질색하는 마눌님은 당연 다리 건너기를 포기하시고...

3. 시간이 1시가 다 되어가서 일단 점심을 먹을 곳을 찾기로 했다. 마눌님이 인터넷을 뒤져서 찾은 곳은 '철원막국수'라는 맛집.
겉보기에는 허름한 구옥을 개조한 듯 보였지만, 그 주변을 매입해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을 만큼 기세가 대단하다. 담백한 면을 사용하고 있어 그 점이 좋았고... 비빔뿐 아니라 그냥 물막국수도 육수가 양념이 되어 나온다는 특징이 있더구만...


4. 마눌님 덕에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차를 돌려 이동한 곳은 임꺽정의 일화가 얽혀 있는 '고석정'.
구비돌아 나가는 절벽아래 한탄강, 그 한 가운데로 불쑥 뻗어 솟아 있는 고석정은, 내리는 비와 시너지되어 멋진 정취를 뿜고 있다. 강 가운데에서는 주변 풍경을 좀 더 즐겨볼 수 있도록 자그마한 유람선이 운영되고 있다. 타자는 나와, 타기 싫다는 마눌님 간의 티격태격이 있었지만... 결과야 뭐... 그냥 안 타는 거로....

5. 노동당사....
TV에 아주 자주 출현하는, 철원의 핫 스팟이라고 한다면 당연 이 '노동당사'를 꼽을 것이다.
이 지역에 와 보면 알겠지만, 여기 정말 대단한 평원이란 생각이 든다. 당연 북에서도 이 지역을 중시 했었을 테고, 또 당연히 관리할 곳을 마련했을 터... 거기가 바로 이 노동당사다. 어디론가 좀 복잡하게 찾아들어가야하나..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기우. 그냥 87번도로(금강산로) 변에 바로 붙어 있다. 지금은 많은 지지대가 필요할 만큼, 내부 진입을 금지할 만큼 쇠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초가집들만 있었을 당시에 언덕위에 자리잡은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은 정말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위세가 대단하고 위압적으로 보였을까 싶다.


6. 노동당사를 떠나 찾은 곳은 백마고지전적지. 땅굴 등 더 북쪽 유적지들은 방문신청을 해서 들어가 볼 수 있지만... 여기까지는 별도의 방문신청 없이도 누구나 방문 가능하다.... 라고 마눌님이 스맛폰 정보를 주셔서 온 김에 거기까지 가보자고 한 거. 물론 철원지역에 들어서부터 길에 보이는 군차랑들로 인해 전방에 와 있음을 깨닫곤 했지만.... 이 전적지로 들어가는 길은 그 보다 더 직접적인 위압감을 준다. 왜냐면.... 길 가 숲에는 출입을 못하도록 펜스가 세워져 있고, 그 사이마다에는 '지뢰'라는 붉은색 역삼각형 경고문이 세워져 있었으니까.... 대학 2학년 때 교련의 일환으로 2박 3일 백골사단에 입소해서 돌아다닐 때, 좁은 길 어디든 양쪽에 붙어 있던 그 '지뢰' 경고판이 이지역 길에도 끝도 없이 붙어 있는 거다. 마눌님은 물론 처음 경험하는 거 겠지.. 많이 신기해 하기도 하고...



[뒤에 보이는 앝으막한 둔덕이 백마고지... 아군과 적군이 빼았고 뺐기길 24번이나 거듭하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쏟아부은 포탄으로 인해, 나중에 항공사진을 찍어 보니까 산 정상부분이 다 벋겨져서, 마치 백마가 누워있는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7. 도피안사
철원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이 아닐까 싶다.... 865년(신라 경문왕 5)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세우셨다고 하니까, 1,100년이 훨씬 넘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절이다. 도피안(到彼岸)이라는 말이 '피안'에 '이르다', 즉 '열반에 이르다'라는 말이라고 하네요.. 역사적으로는 천년 고찰이지만, 사실 절집은 몇 번의 증축에도 불구하고 6.25때 전소되어서, 전후 1959년에 15사단 장병들의 힘을 빌어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고 하니까.... 군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절이라고 하겠네요...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제63호), 3층석탑(보물 제223호) 같은 애들은 전쟁의 와중에서도 살아 남아 오늘에 이른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구요...

8. 절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누린 다음으로 향한 곳은 근처의 직탕폭포(直湯瀑布).... 윗쪽에서 몇 가닥으로 흐르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져서 힘차게 흐르면서 만들어 낸 폭포다. '비류직하 삼천척'... 뭐 이런 비유를 들어 묘사되는 다른 폭포들과는 달리, 얘는 높이는 3m 내외로 낮지만, 폭이 80여 미터에 이르는, 수직형이 아니라 수평형 폭포라고나 할까? 암튼 얼마전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해서 정말이지 제대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직탕폭포의 또다른 재미는 폭포 위에 세워져 있는 돌다리다. 청계천 끝 부분에 있는 살곶이다리처럼 폭이 넓지는 않지만,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긴 다리가 세차게 흐르는 강물을 가로지르고 있다. 걷다보면 물의 흐름 땜에 마치 배를 탄 듯 어질거려서, 맘 약한 마눌님 같은 사람들은 횡단을 포기하기도 하고, 애들을 데리고 건너는 아빠들은 애들 건수 잘 하라고 걱정하는 엄마들의 피치 높은 경고소리를 등에 지고 가야 한다.

[폭포 위에 놓여 있는 돌다리... 우리 전통 방식의 정감 넘치는 돌다리다. 그러나 건널 때는 살짝 겁도 나고...^^]

[3m 정도 밖에는 안 되지만, 폭포의 폭에 있어서는 아마 우리나라 최대가 아닐까??]
9. 승일교는 이승만의 승과 김일성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만들어진 다리 이름이고 한다. 남쪽 반은 우리가, 다리의 북쪽 반은 북에서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더라구요.... 멋진 아치형 교각이 지금의 미적 기준에서 봤을 때도 절대 뒤지지 않는 멋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물론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차량들은 그 옆에 튼튼하게 새로 놓은 붉은색 철제 다리로 다니고 있다.

10. 삼부연(三釜淵)폭포.... 가 우리 부부의 오늘 마지막 행선지다. 철원시내에서 용화저수지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는 부연사가 있고, 그 맞은 편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것이 이 삼부연폭포다. 가마솥을 나타내는 부(釜)자가 말해 주듯, 세 번 꺾여 쏟아지는 폭포수가 가마솥 같은 형상의 지형 속으로 떨어져 내린다는 의미겠지.... 역시 수량이 풀 버전이어서, 무더위에 시원하기가 이를 데 없다. 새로 뚫은 용화터널을 지나면, 예전에 사용하던 버려진 옛 터널 입구에 간이 화장실이 딸린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 차를 세우고,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터널'이라기 보다는 '굴'에 가까운 그 어두운 길을 지나면 폭포에 다가갈 수 있다. 사실 그 빛조차 들어 오지 않는, 여기 저기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그 '굴'을 지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폭포는 철다리를 거쳐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다. 그러니까 원하면 폭포가 만들어 놓은 연못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는 소리다. 아무도 안 내려갔지만, 내가 내려가서 발을 담그니 사람들이 따라 내려 왔고, 그 상쾌한 굉음과 흰 폭포줄기를 맘껏 즐긴 다음 주변에 흩어진 돌들을 주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자그마한, 그러나 만들어져 있는 것 중에서는 제일 큰 돌탑을 쌓았다.


[멋진 삼부연폭포의 우렁찬 물소리, 같이 들어 보자구요...]
11. 집으로 향하기 전에 역시 마눌님이 검색해서 찾아낸 순두부집으로 향했다.
'원주파주골손두부'라는 집이다. 43번 도로로 남하하다가 성동삼거리에서 372번 지방도로를 따라 200m 정도 가다 보면 나오는 집이다. 양수리에 있는 기와집순두부집처럼 맑게 나오는 순두부와 손두부를 시켰다. 사실 나는 속칭 순두부찌개라고 해서 씨벌겋게 나오는 그런 순두부는 사절이다. 맑간 그 순수함에 살짝 기호에 맞춰 간을 맞춰 먹는 이런 스타일이 맘에 든다. 마눌님 덕에 속 편안하게 맛난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12. 여행을 끝내며...
우연찮게 나선 포천 철원 나들이가 마무리 되었다. 있을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세종-포천 고속도로 덕에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풍부한 강수량으로 인해 가는 폭포마다 수량이 넘쳐 감동을 더했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건....
다 무료다. 오늘 다닌 곳 어느 한 곳도 입장료, 주차료가 없다. 물론 식비는 빼고....^^
그래서 마눌님과 '여기 이렇게 해서 관리는 무슨 돈으로 하는 걸까? 철원군, 괜찮나?'하고 오히려 걱정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시설이 허접하다거나, 화장실이 지저분하다거나, 주차할 곳이 없다거나... 하는 게 전혀 없었다.
10점 만점에 10점 주고 싶다. 포천/철원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포천/철원군민 여러분.... 덕분에 즐겁게 잘 다녀 왔습니다. 행복하세요!
첫댓글 1일 관광 코스로는 참 좋은 곳입니다.
제가 군대 생활을 했던 곳에서 하루를 즐기셨군요.
우리 조상의 일화가 있는 고석정도 둘러보시고.....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앗....! 벌써 읽어보시고 답글까지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군생활 하시던 곳이라니까 더 의미가 와 닿습니다. 얼마 안 남은 여름, 무탈하시고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