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가네.
♣ 주제 : 절대적 가치에 대한 애정과 외경의 정신
♣ 형식 : 7.5조의 정형율을 기반으로 한 전연의 자유시
♣ 경향 : 상징적, 주정적
♣ 표현상의 특징 :
일체의 설명적 요소를 배제하고, 고도의 상징적 수법으로 압축된 불과 5행 단시로 강렬한
언적 기장과 구성으로 차원 높은 경지를 암시 하고 있다. 시어의 절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
인가를 보여주는 이 시의 핵심은 ‘고운 눈썹과’, ‘매서운 새’로, 이것이 싸늘하면서도 투명
한 거울 하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눈썹’은 ‘초승달’로 해석되며, ‘즈믄 밤의 꿈으
로 맑게 씻어서,는 ’초승달‘이 무수한 변신을 거쳐서 만월로 되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따라
서 심어 놓은 ’초승달‘은 시인이 염원하는 동경과 구도(求道)의 상징적 사물이며, 시인이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를 ’임(절대적 가치)->초승달(미완성 상태)->만월(완전성)‘로
전개하여 영원의 세게를 암시하고 있다.
[감상]
[현대문학]제137호(1966.5)에 실렸고, 제 4집[동천(冬天)]의 표제가 된 시이다. 이 시집의
후기(後記)에서 미당은, “특히 불교에서 배운 특수한 은유법의 매력에 크게 힘입엇음을
여기 고백하며, 대성(大聖)석가모니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 한다”고 했는데, 이무렵의
시는 상당히 난해한 편에 속하게 되는데 이른바 불교에서 말하는 삼세인연(三世因緣) 의
미학인 것이다.
비록 동지섣달의 동천9冬天)을 나는 ‘매서운 새(현실)’도 결코 ‘즈믄 밤의 고운 꿈으로 맑게
씻’은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이상)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비끼어‘ 간다는 내
용의 절대 가치에 대한 외경의 정신을 불과 5행의 시에 승화 사킨 것으로, 서정주 시인의
생애의 압축이며, 구도덕 시인 자신의 탁월한 자서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요컨대 이 시는, 인간의 이상과 현실, 인간의 염원과 세속, 여원과 수유(須臾)가 ‘고운 눈썹’
과 ‘매서운 새’로 압축. 상징 되었고, 또 그것이 지상이 아닌 하늘에서 결합.충돌하는 데에
처절성(悽絶性)과 상징성을 확산 시켜 효과를 최대로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