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ㆍ평화 노래하는 음악회… 산림문화 아이콘으로 |
3부 숲은 생태&문화자원 (4)무등산 풍경소리 환경 종교인ㆍ광주 생명의 숲 등 의기투합 내년 4월이면 100회 공연… 전국서 유일 매달 300여 명 관객 아름다운 추억 만끽 |
입력시간 : 2011. 08.03.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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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풍경소리는 9년동안 이음줄을 이어오면서 광주 산림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지난달 16일 증심사 주차장에서 열린 93번째 풍경소리 공연 모습. 풍경소리 제공 | | 장마가 끝나자 광주 무등산에는 아침부터 산행 인파로 북적였다. 무더위에 맞서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었다.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무등산인지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활기가 넘쳐났다. 증심사 대웅전 아래의 주차장 쪽에서 잔잔한 통기타 선율이 흘러 나왔다. 선율을 따라 가보니 200여개의 녹색 플래스틱 의자가 놓여 있고, 음악회를 위한 조명장치와 음향시설 세팅 작업이 한창이었다. 행사 관계자들의 분주한 틈에서 중년의 가수가 통기타의 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광주의 통기타 1세대로 불리우는 이장순씨였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중인 그였기에, 통기타를 든 그의 모습이 더욱 반가웠다. 이날 음악회의 주빈이었다.
관객들도 마찬가지 였다. 공연 시간이 꽤 남았는데 도 일찍이 좌석을 메울만큼 열정이 넘쳤다. 단지 음악이 좋아 무더위 속에도 불편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찾은 이들이었다. 공연 예정 시간이 임박하자 택시를 타고 오는 열혈 팬도 있었다. 관객들은 2시간 동안 아름다운 노을과 보름달을 배경삼아 노래손님이 들려주는 음악에 매료됐다. 간간이 부는 바람소리는 멋진 화음이었고, 바람에 실려온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는 상쾌했다. 노래 손님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는 시처럼 울림이 컸다.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흥에겨운 관객들은 의자에 앉은 채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통기타 선율과 솔바람소리, 물새들의 속삭임이 어울린 무대였다. 여름밤의 뜻깊은 '문화피서'의 추억을 경험한 관객들의 얼굴 표정에는 행복감이 넘쳐났다.
지난 달 16일 광주 무등산 자락의 증심사에서 열렸던 무등산 풍경소리 93번째 공연은 감동의 장면을 연출했다. 매달 음악회가 열리는 것을 감안해 볼 때 93회라는 숫자가 무게감이 느껴졌다.
무등산 풍경소리는 지난 2002년 증심사 일철 스님 등을 중심으로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종교인 모임이 결성돼 광주를 대표하는 무등산에서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는 '자연속 작은 시민음악회'를 목표로 출범했다. 처마끝에 달아 놓은 작은 종인 풍경은 바람이 없으면 울릴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 나서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였다. 주요 콘셉트는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런 뜻에 공감한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종교인모임, 광주생명의 숲 등 지역의 시민환경사회단체들이 의기 투합하며 힘을 보탰다.
2002년 7월 첫 무대가 올려졌다. 그동안 문화회관 등 실내에서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숲으로 둘러싸인 증심사 주차장에서 열린 이 음악회는 대박이었다. 임의진 목사 사회로 포크 가수 김두수씨를 노래손님으로 초대한 이 무대는 대대적으로 음악회를 알리지도 않았는데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 호평을 받았다. 매 회를 거듭할 수록 고정팬들을 확보해 나가기도 했다. 풍경소리가 여느 음악회와 같이 한 두번하다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 것과는 딴판이었다.
광주ㆍ전남 산림생태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풍경소리는 내년 4월 이면 100회의 위업을 쌓게 된다. 산림생태문화 이벤트로서 오랜 기간 계속된 음악회로는 무등산 풍경소리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무등산 풍경소리가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생명과 자연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한 점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연속, 무등산이라는 대자연을 배경으로 숲과 자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데 충실했다.
무엇보다 이야기 손님과 노래 손님 초대에 신경을 썼다.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타보다 자기분야에서 내공을 갖고 있고, 개성이 있느냐가 섭외의 원칙이었다. 또한 숲속 음악회이다 보니 전자음을 최대한 배제하는 통기타 분야가 주류였다. 그렇다고 국악, 성악 등이 전혀 초대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매달 둥근 보름달과 바람소리를 배경으로 치러지는 음악회에는 시인, 소설가, 화가, 가수 등이 무대에 섰다. 이야기 손님으로는 150명, 노래손님으로는 400명 정도가 초대됐다.
가수 뿐만 아니라 복지시설의 어린이 합창단원들도 무대위에서 자연과 평화를 노래하기도 했다.
색깔이 있는 인사들이 초대되다 보니 고객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음악회 마다 준비된 열혈팬들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무등산이라는 장소적 접근이 쉽지 않음에도 매달 공연에 200~300명이 찾아와 좌석을 꽉 메워주고 있다.
김경일 풍경소리 실무위원장은 "무등산 주차장에서 공연장소까지 걸어 40분정도 걸리는데 매회 200, 300명이 찾는 마니아들이 있다"면서 "처음 온 관객들은 음악회의 수준에 반하고 자주 오는 관객들은 좋은 음악회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무등산 풍경소리의 운영은 자생에 방점을 두고 있다. '숨결'이라는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십시일반 회비 형식으로 음악회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물론 광주시에서 공연당 100~200만원정도의 지원이 있긴 하나 500~600만원이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실무위원과 사진, 동영상 촬영 등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마음도 풍경소리의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9년간의 이음줄을 이어온 풍경소리의 헌신적인 활동은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광주를 대표하는 무등산 뿐만 아니라 숲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을 시민들에게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젖어 들게 했다는 것이 집행부의 평가다.
이와 관련 음악회가 열리는 오전에 숲탐방 행사를 개최해 숲체험과 숲문화 활동이 동시에 가능토록 하고 있다.
풍경소리 실무위원인 최명진 목사는 "풍경소리의 정기적인 음악회는 무등산의 중요성과 복원작업이 완료된 무등산지구 사업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는 장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풍경소리는 앞으로도 시민들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발전하기 위한 고민의 끈들을 놓지 않고 있다.
공연이 끝나면 바로 다음 공연을 위한 기획회의에 들어가고, 생명과 평화, 자연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레퍼토리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풍경소리가 이장순씨를 필두로 올 연말까지 한보리, 김원중, 정용주, 박문옥 등 광주지역 통기타 릴레이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것도 광주를 더 깊이 들여다 보기 위한 의도이다.
또한 대중성은 없지만 메시지가 있는 가수와 노랫말들을 발굴하는 것도 풍경소리에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1회때 유럽과 미국에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포크가수 김두수씨를 소개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이용규 기자
이 취재는 산림청 녹색사업단의 복권기금(녹색자금)지원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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