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질수록 대게 맛은 더 든다는데 12월, 대게철이 돌아왔다 싶은 마음에 들뜬 기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산 북구 정자동으로 향했다. 솔직히 '대게'가 목적인 식도락 여행이었다. 그 외의 관광지들은 덤. 굳이 먹겠다면 가까운 동네 대게집이나 정자보다는 가까운 기장으로 가도 되겠지만 '여행지'라는 조건에서만 더해지는 꿀맛을 알기에 '굳이' 정자로 향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정자에는 부지런한 대게 마니아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식당에서는 다양한 사투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대게는 보통 11월부터 5월까지 잡히지만 맛이 있기로는 12월부터 3월까지가 최고.
그물로 잡은 대게가 더 맛있어 "정자 배가 잡으면 정자대게고 영덕 배가 잡으면 영덕대게죠."
대개 대게 하면 경북 영덕이나 울진을 떠올리는데 정자대게만의 특별한 점은 없느냐고 묻자 정자대게직판장의 박성희 사장은 "솔직히 국산 대게라면 맛은 거의 비슷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자대게는 정자항에서 4시간가량 떨어진 동해 바다에서 잡아오는데, 그곳에 가면 영덕이고 울진이고 각 지역 대게잡이 배들이 다 모인다는 것. 대신 좀 더 맛 좋은 대게를 맛보려면 그물로 잡은 것인지, 통발을 이용해 잡은 것인지를 구분해 선택하라고 일러줬다. 그물로 잡은 대게의 경우 살이 꽉 차 있는 반면 통발을 이용해 잡은 대게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 7년째 정자에서 대게만을 팔아오고 있는 박 사장이 일러준 노하우다.
현재 정자항에만 60여 개의 대게 가게가 성업 중이다. 이곳 정자에서 대게를 맛보려면 보통 1인당 1㎏ 정도를 먹는데 ㎏당 가격은 3만~5만 원 정도.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껍질 탈피를 하지 않고 속이 계속 들어차 살이 통통한, 껍질이 박달나무를 닮아 이름이 박달인 박달대게의 경우 1마리에 15만 원도 한다. 대게는 직판장에서 사서 초장집에 가서 손질해 먹는데 초장집 1인당 가격은 4천 원 정도. 고소한 게살의 속살도 속살이지만 게딱지에 게 내장과 참기름과 김, 김치 등을 넣고 비빈 게딱지밥이 일품.
여기에 대게된장찌개 등 가게마다 특색 있는 메뉴들이 대게의 별미를 더한다. 정자대게직판장은 울산 북구 정자동 701. 052-298-9353.
해안따라 드라이브에 산책까지
정자항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강동 화암주상절리 해안부터 주전까지 가는 해안산책로와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가보자. 낮에 가는 해안은 포구와 해안가의 소나무 풍경이 볼 만하고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암주상절리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전해 준다.
반면 저녁 무렵에 가는 해안은 운치 있어 좋다. 특히 어둠이 짙어질 무렵 찾은 주전해안은 어촌의 아늑한 불빛과 바다에 떠 있는 크고 작은 배들의 불빛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거기에 파도소리, 몽돌소리까지 더해지니 분위기 잡기엔 그만이겠다 싶다.
주전해안은 몽돌해안으로 이뤄져 있어 파도가 몽돌을 휩쓸고 내려갈 때 나는 '자글랑 자글랑' 소리가 파도소리와 어우러져 경쾌한 음을 만들어낸다. 경쾌하고 시원한 소리가 막혔던 속을 후련하게 풀어주는 것 같다. 주전해안가는 특히 겨울에 인기가 있다. 주전해안가에 있는 주전봉수대 또한 연초 해돋이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 해돋이 관광객들이 많아서인지 주전해안가에는 아기자기한 펜션들도 많다.
대왕암공원엔 절경과 사랑이
주전해안이 끝나는 곳에서 차로 20분가량을 달리면 울산 12경으로 꼽히는 일산해수욕장의 대왕암공원에 다다른다. 신라 문무대왕비의 전설이 서린 대왕암 주변은 기암괴석과 수백 년된 해송 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곳. 1906년 우리나라 3번째 등대로 세워졌던 울기등대 주변은 해맞이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대왕암 주변에 '사랑의 자물쇠'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랑의 자물쇠는 두 사람이 사랑을 약속한 뒤 자물쇠를 채우고 그 열쇠를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리면 그 사랑이 영원토록 변치 않는다는 속설에 따른 것. 이탈리아 피렌체 베키오다리와 중국 장가계 천하제일교 난간 등에서도 볼 수 있다. 대왕암은 부부의 백년해로를 상징하는 부부소나무가 유명해지면서 연인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됐고 그러면서 사랑의 자물쇠도 생겨나게 됐다.
테마식물수목원서 자연과 마무리
주전해안에서 대왕암에 가는 길에는 울산테마식물수목원도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을 거닐고 싶은 이라면 한 번 들러보자. 식물원 내 뱀, 이구아나 등 다양한 파충류들을 만지고 볼 수 있는 파충류체험학습장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 알싸한 로즈마리향이 번지는 입구 근처 허브길과 전시온실, 본관 2층의 갤러리도 인기다. 식물원 내에는 조형 잡힌 소나무 1천 그루가량이 있어 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름을 만끽할 수 있다.
단, 사립수목원이라 입장료는 국립에 비해 다소 비싼 편. 성인 7천 원, 중·고생 5천 원, 어린이 3천 원. 홈페이지(www.usarboretum.co.kr)를 통해 하루 전까지 예약을 하면 입장료의 3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울산 동구 동부동 산 155의 1. 052-235-8585.
대게 식도락 여행, 여기도 있다
울산 정자 말고도 또 있다. 겨울철 대게 여행의 코스! 사실 워낙 유명한 곳들이라 굳이 지명을 들먹이지 않아도 되겠지만 행여 대게만 먹고 돌아와 뒤늦게 땅을 치는 이들이 있을까 싶어 소개한다. 도랑 치고 '대게'까지 잡을 수 있는 일정.
경북 울진: 대게 먹고 온천도 하고~
울진은 고려시대부터 지역 특산물로 대게를 내세운 곳으로 유명한 곳. 울진 앞바다에는 특히 왕돌초라는 거대한 암초가 있어 그 주변에 대게가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변항에서는 오전 9시께부터 경매도 이뤄지므로 싸고 알찬 대게를 구하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울진에는 백암온천과 덕구온천, 두 유명한 온천이 있어 겨울철 온천 여행을 함께하기에 좋다. 온천에서 피로도 풀고 대게까지 먹는 호사를 누려보자.
경북 영덕: 시골 포구 돌아보며 운치 있는 여행
대게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지역 영덕. 대게잡이 배가 들어오는 강구항에는 대게요릿집만 100곳이 넘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국내 최대, 최고를 자랑하는 영덕에서 대게 맛도 보고 인근 풍력발전단지와 어촌민속전시관(054-730-6790~5)도 돌아보자. 강구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팔각산 얼음공원도 겨울에 둘러보기 좋으며 영덕해맞이공원에서는 해돋이를 볼 수 있어 연말 연초 여행지로 제격이다.
부산 기장: 가까운 곳에서 저렴한 대게를~
비록 러시아산, 북한산이 많기는 하나 저렴하게 대게를 맛볼 수 있고 부산 도심에서도 가까워 가장 실속 있게 다녀올 수 있는 대게 여행지. 기장시장에서 북쪽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대게요릿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기장으로 대게를 먹으러 오는 이들 중에는 부산 사람들도 많지만 부산에 여행 온 일본인들도 많다고. 해동 용궁사, 장안사, 죽성 드림세트장(드라마 세트장으로 쓰인 성당) 등은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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