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 2월 10일
섣달 스무 사흘 날
새벽 하늘에 하현달이 애처로이 빛나다.
오늘은 설 대목장이 서는 날이다.
30년전 이 때쯤이면
김천 장날은 온통 미어 터졌을 것이렸다.
옷장수
생선장수
티밥장수
신발장수
고깃집
떡집 할것 없이
고향으로 가는 버스는 올때도 콩나물시루
갈때는 장보고 산 물건을 더 보태니
버스 안내양은 사람을 짐다루듯 두손으로 밀어 넣구
오라이!!
탕탕!!
김천의
감호시장
중앙시장
황금시장
평화시장
꽃감
능금
설치리 옷
문어다리
마른 오징어
가오리
홍합 말린것 등등
직지천 너머 신음동 소시장
이제 많이 변했지요
그동안 문화의 발달로 젊은이들은 도시로 다 빠져 나가고
고향에 남아 있는 어른들은 하나둘 이땅을 하직하구
그리구
이때쯤이면 티밥티는날 하루
엿곳는날 하루
강정하는날 하루
두부하는날 하루
떡 하는날 하루
먹을것이 귀하던 시절에 하루하루가
즐거운 날이었다.
엄마는 나무하라고 꼬는게 이렇게 한다.
부지런히 둥구리 많이 하거라
엿꼬쿠로
엿꼿는다면 무엇을 못하랴
엿을 꼬아야 엿되기 전에 조청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쌀강정
콩강정
깨강정도 가능한것 아니야
엿꼬는 날은 아침부터 바쁘다.
일찍이 아침 먹구
다시 엿만들 밥해서
엿찔금과 혼합해서
아궁이에는 왕겨로 불을 붙여서 놓으면
저녁 무렵이 다 되아야 단술이 된다.
단술이 되면 자루에 넣고 짜서 엿밥은 남기고
그 엿물을 둥구리 넣고 본격적으로 달이기 시작 한다.
엿곳는 날은 방바닥이 다 탈정도로 떠급다.
이불도 없이 자야 한다.
방바닥은 떠거워서 닫기도 힘들어도 위쪽은 겨울이네 춥고
그래도 재미있다.
둥구리 짚히고 잘못 지키면 엿이 다 넘던지 아니면 너무 졸이게 되니
항상 조심 해야 한다.
그런 일을 염두에 생각하구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망태기 매고
조선깨이 들고 산을
오르내린다.
두부하는 날은 애들에게는 별로이다.
아침 이찍부터 맷돌에 콩을 갈아야 하는데 우리집에 맷돌이 없으니
다른 집으로 가서 갈아야만 했다
큰것은 대충 아버지가 옮겨 주시고
작은 심부름은 애들이 해야 한다.
추운날 고무신 신고
엄마따라 맷돌 돌리기는 지겨워 죽는다.
그래도 안할수도 없구.
거기에 따른 에피소우드도 많았고
나는 티밥 티러 가서 옆동네 여자애와
순서 때문에 양보못하구 다툰적도 있고
가래떡 하러 지게에 지고 고개를 넘다가 엎질러서
쌀을 쏟아 낭패한 적도 있었구
등등 숱하게 많은 사연들이 있었지요.
우리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일거구.
저 새벽에 뜬 달이 며칠 있으면
비수 같은 그믐달로 변 할끼고
그 다음날은
달도 없는 그믐날 저녁이 되고
그믐날이 얼마나 그리고 그리던 날이었던가
부모님께 5 원 10원 20원 얻어 가지고 동네 친구들과
어느집에 모여서 화투도 치고
놀기도 하구
떡국도 끌여 먹구
그날은 잠을 자면 눈섭이 다 센다고
뜬눈으로 밤을 세워야 된다구
우리 아버지는 70 가까이 될때까지
밤새미 치고 들어 왔지
동네 사랑방에는
젊은이들은 젊은이 대로
늙은이들은 늙은이대로
재미 있게들 놀았지요
다음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모두 어디론가들
떠나는 친구들이 많겠지요
고향을 찾아
휴식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