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살려주시기를 애원합니다. 제발 우리 선일이 좀 살려주이소.”
피랍된 김선일씨의 아버지 김종규(69)씨는 21일 밤 부산 서면에서 열린 ‘김선일씨 무사귀환 기원 촛불집회’에서 300여명의 시민을 향해 절규하다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고개를 푹 숙였다. “미국인 참수되는 장면이 생각나 미치겠소. 제발 그분(납치범)들이 우리 선일이를 살려주기만 하면, 그라면 원이 없겠습니더.”
어머니 신영자(59)씨도 “정치하는 분들이 우야든간에 우리 선일이 좀 구해주소, 무슨 수를 쓰든 좋습니더…”라고 호소했다.
피랍 소식을 듣고 이날 오전 서울로 올라가려다 다시 부산 집으로 돌아온 선일씨의 부모(부산시 범일동)는 종일 충혈된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들은 딸을 만나러 충남 천안에 가 있다가 이날 오전 7시20분 아들의 피랍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도저히 못 믿겠어서 우리 아들 맞나 싶어 외교부하고 경찰에다 계속 전화를 돌렸습니다.”
부모는 “하도 막막해서 서울 외교부 상황실에 가려다 큰 도움 안 된다고 해서 고속철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외교부 장관님한테 직접 전화를 받긴 했는데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7월 초 아들 선일씨와 함께 칠순 잔치를 치를 예정이었다. 원래 9월이 생일이지만, 여름 휴가에 맞춰 들어오는 선일씨를 위해 잔치를 앞당겼다고 한다. 선일씨는 1남3녀 중 셋째이자 장남. 경남 밀양에 사는 첫째 향림(41)씨, 경남 양산에 사는 둘째 미정(38)씨, 충남 천안에 사는 넷째 정숙(33)씨도 피랍 소식을 접하고 이날 오후 부산 친가로 모여 동생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내는 정치 잘 모릅니다. 일본 맹코로 잘해서 꼭 살아나게만 해주이소.” 아버지는 “추가 파병 안 하면 되는 거 아입니까! 내도 미국인 목 잘릴 때는 남 일처럼 봤더만은… 선일아, 꼭 살아와야 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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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김선일씨가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됐다는 소식을 접한 김씨의 어머니 신영자, 아버지 김종규씨가 21일 충남 천안시 두정동 모호텔에서 안타까워 하고 있다./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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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가족들과의 일문일답
-김선일씨 피랍 사실을 언제 알았는가.
“오늘 새벽 마산에 있는 선일이 숙모가 방송에 선일이가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 알게 됐다.”
-김선일씨와 마지막 통화한 게 언제인가.
“지난 4월에 전화 연락이 왔었다. 그 때 선일이로부터 ‘나는 후방에서 통역일만 담당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해 그동안 크게 걱정하지 않았었다. 올 7월에 귀국해 아버지 칠순 잔치를 치를 예정이었다. 원래 아버지 칠순은 9월인데 2개월 앞당겨 선일이가 들어오는 날로 맞추기로 했다.”
-김선일씨가 언제 이라크에 갔는가.
“대학교(한국외대 아랍어학과)를 마치고 가나무역에 입사한 뒤 지난해 6월 이라크로 건너갔다.”
-이라크에서는 무슨 일을 해왔는가.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해 무역회사 통역일을 담당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신학공부도 한 터여서 해외 선교 등에 관심이 많았었다.”
-김선일씨는 어떤 아들이었는가.
“지금까지 공부만 하며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곧 목사안수를 받을 예정이었다. 작년 4월 경남 밀양에서 있었던 사돈의 결혼식에 와서 ‘이라크에 가겠다. 통역관으로 가니 안전하다’고 해 그 말을 믿고 보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들이 이라크 현지에 있었어도 정부의 파병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아들을 먼저 살려야 한다.”
-현재의 심정은.
“개인이 곧 국가이지 않느냐. 국민없이 국가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파병을 재검토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일이를 구해내야 한다.”
(아버지 인터뷰)
- 심정이 어떤가.
“나에겐 아들이 총재산이다. 욕심도 없고 성실하게 살아온 내 아들, 꼭 살아돌아와야 한다.”
- 외교통상부로 가지 않고 왜 집으로 왔는가.
“아침 7시 뉴스를 보고 (아들 납치사실을) 알았다. 외교통상부로 부터 연락을 받지 못해 집으로 왔다. 기차안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협상중이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더라.”
-정부에 바라는 것은.
“일본처럼 적극 협상에 나서 살아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족들을 모두 집으로 불러모아 상의할 생각이다.”
- 파병에 대한 생각은.
“파병이 문제다. 지금 생각하니까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데)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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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김선일씨가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됐다는 소식을 접한 김씨의 가족들이 외교부로 가기 위해 21일 충남 천안시 두정동 모호텔에서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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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중동국 대사들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상황실에서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으로부터 이라크에서 피랍된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받고 있다./ 황정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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