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5시 40분쯤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강제출국(법률용어로는 강제퇴거) 대기 중이던 불법체류 외국인 23명이 저녁 배식 후 수용실로 이동 중, 경비 직원들을 밀치고 집단 탈주했다. 달아난 외국인들은 중국인 11명, 러시아인 4명, 몽골인 3명, 우즈베키스탄 및 카자흐스탄인 각 2명, 베트남인 1명이다. 경찰은 몽골인 2명과 카자흐스탄인 1명, 중국인 1명 총 4명을 도주 당일 저녁에 체포했고 나머지 19명에 대해서도 인근 지역 검문 검색을 강화하며 추적하고 있다.
화성보호소의 경우 지난해 9월에도 11명이 도주했던 일이 있었다. 이처럼 빈번한 도주의 원인에 대해 일단은 화성보호소의 자체 경비가 허술하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 수감된 외국인들이 강제퇴거 조치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 혹은 불안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불법 체류 혐의로 검거되었거나 형사범으로 형 집행이 끝나 추방(강제퇴거)되는 외국인들의 출국 절차를 밟는 곳으로 영어로는 "processing center"라고 한다. 하지만 외국인보호소 운영 방식과 절차상 문제로 인해 "보호소"가 아닌 "감옥"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고, 수용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등으로 인해 작년 연말 국가인권위의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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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지난 3월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통해 밝혔던 바와 같이 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은 보호소를 감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호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죄인 다루듯 하면서, 수감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는 행정처리를 남발하고 있다.
가령, 이번 집단 탈주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화성보호소측은 그동안 1일 1회에 한해 허락했던 외부인의 면회를 일절 거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탈주에 가담하지 않은 수감자들의 면회권을 임의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함으로 해서 수감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 가운데 즉시 송환이 불가능할 경우 무기한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체불이나 여권 미소지 등과 같은 문제로 즉각적인 강제퇴거 조치가 어려운 외국인들이 장기간 구금되는 경우가 흔하다. 장기 구금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조기귀국을 희망하지만, 이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행정처리가 지연되면서 부득불 수감 기간이 늘어나는 피해를 당하게 되지만, 달리 하소연할 방법이 없다.
정부는 오는 8월 17일 이후 실시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전면 실시에 앞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흔히 말하는 불법체류자를 대폭 줄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작년 말 합법화 조치 이후, 미등록자는 매월 평균 1만명씩의 증가세를 보이며, 3월말 현재 13만 9천명에 이르고 있다.
이대로의 추세라면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는 8월 이후에는 미등록자가 20만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보니, 법무부 출입국관리 직원들의 그물총 사용 기도와 같은 강제단속 절차나 방법상의 무리수가 여론의 도마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는 강제단속이나 추방으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은 과도한 입국 비용과 그에 따른 부채 청산을 위해 장기간 체류하길 원한다. 그런 그들에게 강제퇴거 된다는 사실은 사실상 생존권을 위협받는 것과 같다.
일부 국가의 경우 불법체류를 한 자국민들을 형사처벌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더 더욱 강제퇴거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귀국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게다가 보호소에 수감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본인이 재수가 없어서 잡혀서 들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제퇴거 조치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는 외국인보호소가 불법체류자들을 강제 퇴거시키기 위한 수속이나 밟는 임시 거처가 아니라, 억울함을 안고 추방되는 외국인이주노동자들에게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설립 취지에 맞게 수용자들의 추방에 따른 불안감을 덜어주고, 그들이 한국의 노동 정책과 자신들의 불법 사실을 납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수용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 등을 고려한 수용실 배정과 수용시설 내 종교기관 및 상담실 운영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