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다우신 신부님 그리고 말씀들.
글 감사합니다.
작은 것이 작은 것이 아니다.
--강영구신부--
예수님, 당신은 이 땅에 가장 작은 자로 오셨습니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겨자씨 한 알(마태 13,31-32)처럼 작은 자로 이 땅에 오신 당신은 인류 역사를 구원의 역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산 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져라’ 해도 그대로 될 것이다. 너희가 못 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마태17,20)
믿음에 크고 작음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겨자씨 한 알처럼 작은 믿음을 가진 사람을 통해서 큰일을 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마지막 심판의 날에도 이렇게 판결하실 것입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25,40)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바로 예수님 당신입니다.
작은 자로 이 땅에 오신 당신은 큰 것보다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작은 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은 큰 것의 시작입니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이 됩니다. 넓고 큰 강도 작은 개울이 모여서 만들어지고 대해大海도 한 방울의 물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큰일을 할 자격과 능력이 있고, 작은 것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큰 것도 소홀히 하게 마련입니다.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계명誡命에는 크고 작음이 없습니다. 작은 계명 안에 하느님의 큰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작은 사랑의 실천이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 대접받는 길입니다.
예수님, 오늘 저희가 크고 화려하고 대단하고 엄청나고 사치스러운 것보다 작고 소박한 것 안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작은 사람 안에서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하소서.(一明)
일흔여섯 은퇴 사제의 인생정원
“사제란 외로운 사람이 되면 안 됩니다.
고독한 자가 돼야 해요. 산은 그 고독의 자리입니다.
사제는 고독이라는 자리에서
자기를 정직하게 내려다볼 줄 알아야 해요.
그래서 산으로 들어왔습니다”
40년간의 사목활동에서 은퇴 후 지리산 외딴 골짜기로 들어온 일흔여섯의 강영구 신부. 산골에서 작은 정원을 일구며 마주하는 생의 고독과 경이, 그리고 소박한 행복을 전한다.
▶ 지리산 외딴 골짜기로 간 신부님
해발 650미터,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경남 하동의 깊숙한 산골짜기. 40년간의 사목활동에서 은퇴한 일흔여섯의 사제가 살고 있다. 강영구 신부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오두막에 살림을 차리고, 앞뜰엔 수국, 매화, 목련, 꽃무릇 등이 자라는 작은 정원을 일구고, 뒷산에는 직접 심은 세쿼이아 나무와 사철 싱그러운 녹차 나무숲을 돌보고 있다. 섬마을 본당 신부로 첫부임했던 이십 대 때부터 일과가 끝나면 무조건 산에 올랐다는 그. 지금 살고 있는 작은 오두막에도 ‘산을 우러러보는 집’이란 뜻의 ‘앙산재(仰山齋)’라 이름 붙였을 만큼 산을 사랑해 왔다. 대개의 은퇴 사제가 은퇴 사제관으로 들어가는 것과 달리, 불편하기 짝이 없는 산골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한 것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산이 뭐냐 하면 하느님이에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요.
모든 생명이 산속에 있단 말이죠.
그래서 산을 닮아야겠다. 늘 산을 우러러보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먹었습니다”
▶ 홀로 있되 외롭지 않은 저 나무처럼
폐가를 구입해 몇 년에 걸쳐 손수 고치고, 책상과 식탁 등 웬만한 살림은 직접 만들어 쓴다. “나의 스승 예수가 목수인데, 제자에게 이쯤은 기본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 먹고, 입고, 생활하는 모든 것을 오직 당신 손으로 해결한다. 최소한의 것을 갖춘 오두막에서 되도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새벽 4시 반이면 어김없이 깨어 홀로 미사를 드린다. 소신학교에 다니던 십 대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오래된 습관이다. 사제로서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사제로 살았던 48년 동안, 누가 보든 말든 늘 스스로에게 엄격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나조차 버려야 하는 게 사제의 삶이지만, 그는 그러한 고독마저 기꺼이 내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한다. 한 그루의 나무처럼.
“‘독립불구(獨立不懼).’ 홀로 서 있어도 두렵지 않다는 말이지요.
바로 저 나무가 그래요.
큰 나무들은 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홀로 서 있어요.
누가 봐줘서 꽃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때가 되면 꽃을 피우는 거예요.
나는 부족하지만, 저 나무처럼 고요히 홀로 서서
자연의 한 일부로 살아가길 원합니다”
▶ 나는 없고, 남을 위한 삶의 기쁨
한국전쟁 직후,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밥 먹여주고 공부 가르쳐준다는 말에 어린 소년은 가톨릭과 첫 인연을 맺고, 신학교에 입학한다. 세상과 단절된 중세 수도원식 생활을 10년간 한 뒤, 마침내 사제가 되어 로마 유학길에도 오르고, 본당 신부로, 신학교 교수로 바쁜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 깨달은 바는 사제란 삶 속에서 나누는 사람이며, 그 나눔에서 기쁨을 누려야 한다는 것. 은퇴 신부가 산골에 들어와 산다는 소문이 골짜기에 퍼지고, 하나둘 사람들이 몰려왔을 때도 내치지 않았다. 회칙도, 헌금도 없는 산골공동체란 이름을 붙이고, 그들을 위해 미사를 열고, 산골 이웃들의 집을 돌며 나무를 가꾸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손수 만들어 주기도 했다. 산골 마을에서도 가장 작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충만한 기쁨을 누리는 이, 그가 바로 강영구 신부다.
▶ 은퇴 사제가 전하는 인생 메시지
본 프로그램은 지난해 여름부터 올봄까지 1년간 촬영됐다. 강영구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면서, 지리산의 아름다운 사계와 오두막 정원의 소박한 풍경을 영상에 담아낼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산골에서의 삶은 지난 시간과의 단절이 아니라, 고독한 가운데 수도자로서 나를 정비하고 성찰하는 시간임을 엿볼 수 있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직하게 나와 마주하고 있는 일흔여섯 은퇴 사제. 그의 삶이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본 프로그램은 그 답을 찾아가는 1년간의 여정이다.
“이제 일흔여섯 해를 살아왔는데, 하느님이 이런 시간을
허락해 주신 것도 감사해요.
나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이 있다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의 삶에 성실하면 그것이 행복이라 생각하고 오늘, 그리고 지금을 정성껏 살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출처] 강영구 신부 이야기|작성자 독서왕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