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 다시 쓰는 유레카
(1부. 우주 / 3장. 우주 시뮬레이션)
42. 과학의 천지창조 : 빅뱅 이론 6
(8) 재결합(Recombination)과 우주배경복사
장장 38만년에 걸친 물질과 반물질의 우주 전쟁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물질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물질의 우주를 만들 준비를 마쳤다.
우주나이 38만년. 우주엔 이제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계속 팽창하던 우리 우주의 온도는 드디어 약3000도까지 낮아졌다. 물질들이 초고온과 초밀집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하던 수소핵융합 시기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원자핵들이 자유전자와 결합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진정한 의미의 원자가 만들어 지는 것이고, 전자의 활동 공간으로 인해 단위 부피당 입자 수는 절반으로 줄고, 입자들 사이에 갖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던 빛이 드디어 분리되어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때 원자핵과 전자의 결합을 재결합(Recombination)이라 하고,
이 때 방출된 빛은 우주 전체에 뿌려져 지금까지 그 잔재가 남아있는데 이 잔재가 유명한 우주배경복사이다.
드디어 빛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제 빛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공간]이 생겼다. 모든 빛은 우주의 외벽을 향한다. 우주의 크기는 빛의 확장영역이다. 그러므로 우주의 크기는 유한하지만 무한하다. 우리는 빛보다 빠를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처음에 출발했던 빛을 따라잡을 수 없다. 물질의 밀집상태에서 팽창을 주도했던 약력은 전자기력의 빛에게 팽창의 임무를 넘긴다. 빛의 세상이 열린 것이다. 그 최초의 빛이 우주배경복사이다.
우주배경복사를 주제로 노벨 물리학상이 두 번 주어진다. 한번은 1978년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공로로 [아노 앨런 펜지어스]와 [로버트 우드로 윌슨]에게, 또 한 번은 2006년 우주 배경 복사의 비등방성과 흑체 형태의 발견의 공로로 [존 매더]와 [조지 스무트]에게 주어졌다.
우주 배경 복사의 비등방성이란 빛이 전 우주에 균일하게 뿌려졌는데 초기 우주에 존재하였던 물질의 밀도 요동에 의해 약 10만분의 1의 미세한 온도 차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초기 우주에서 주위보다 물질의 밀도가 조금 더 높은 곳은 중력에 의해 물질을 더 많이 끌어당기게 되고, 중력에 대한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화하게 되면서 주위보다 약간 더 높은 온도를 가지게 된다. 그러니까 우주나이 38만년의 우주의 밀도는 정확하게 균일하였던 것이 아니고, 아주 작은 차이로 다른 밀도를 지니고 있었고 이 차이가 중력 작용으로 별과 은하를 만들고 지금의 우주를 만들었다. 왜 밀도의 차이가 있었을까? 복잡한 수학식이 있지만 역시 비대칭의 자발적 붕괴로 설명하면 될 것 같다.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 차이를 나타내는 우주도 붉은 곳과 검은 곳의 차이는 불과 10만의 1도이다)
10만분의 1도. [KBS 인문강단 락(樂)]의 이석영교수편 4번째 강의에 나오는 내용으로 과학자들은 10만분의 1의 온도 차이로 정말 별과 은하가 결집하고 지금과 같이 운동하는 우주의 형태가 만들어 질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알고 있는 초기 우주의 조건을 다 입력한 뒤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작동시켜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시간이 변화함에 따라 지금과 똑같은 우주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냥 비슷한 정도가 놀랍게도 수학적 계산치와 실제 우주의 진행 방식과 정확하게 일치하였다고 한다. 만약 밀도변이가 10만분의 1이 아니고, 1만분의 1이나 100만분의 1이면 지금의 우주형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과학이 설명하는 우주 창조론인 빅뱅이론에 기초해 우주의 시작점부터 약38만년까지의 초기 우주의 변화와 진행과정을 대략 살펴보았다. 그 시작은 아주 작은 점의 폭발과 급팽창과 급수축이었고 그 결과 입자들이 생기고, 입자들이 모여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수소와 헬륨을 만들었고, 물질과 반물질간의 최초의 우주전쟁에서 10억분의 1의 확률로 물질이 승리하여 물질의 우주가 되었고, 빛이 생겨 퍼지면서 우주 배경 복사를 만들었으며 그 복사 온도의 10만분의 1도라는 미세한 차이로 별과 은하들이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우리는 철학적 판단을 하여야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다 우연이었을까? 오히려 우리 우주가 누군가의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은 더욱 확실해진 것이 아닐까?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아직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한가지 더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과 배경의 문제이다.
거대한 우주가 한 점이 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지?
이것이 가능하려면 어떤 상황이어야 하지?
이제 우리는 새로운 의문을 향해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