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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잎 한 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그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소리♪~
1975년 발표된 대중가요 '오동잎'은
미남가수 최헌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실려
가을밤의 서정을 대표하는 노래로 오랜세월
인기를 구가했다. |
오동잎은 어른들의 얼굴크기를 웃도는 그 크기와 무게로 인해 한여름의 왕성했던 신진대사가
줄어드는 초가을이 되면 일찌기 잎을 떨구어 일엽지추(一葉知秋)니 오추(梧秋)니 하여 가을의
문턱을 알리는 상징으로 표현되어왔다.
청나라의 강희제때 勅撰(칙찬)으로 간행한『어정패문재광군방보(御定佩文齋廣群芳譜)』의
「목보(木譜)」6 동조((桐條)에 "오동잎이 하나 떨어지면 천하사람들이 모두 가을이 온 줄 안다
(梧桐一葉落天下盡知秋)"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훗날 이 귀절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많은
문학작품속 뿐만아니라 정치인들의 어록속에 등장하기도 하고 1953년 일본 다치바나증권의 이시이
히사시회장이 '증시의 흐름속에 대세변화의 신호'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인용한 이후 증권시장의
격언처럼 자주 쓰이기도 한다.
오동의 동(桐)에서 나무목(木) 옆의 동(同)은 본래 대통(筒)을 뜻하며 이는 속이 비었음을
의미한다. 현삼과의 갈잎큰키나무인 오동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경기이남의 거주지나
경작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목재로서의 특징은 속성수에 목질이 가볍고 부드러우며 습기에 강해 가공후에도 변형이 적고
벌레가 생기지 않아 예로부터 악기, 장농, 문갑, 나막신, 낚시찌등 생활 용구의 재료로 많이 쓰였다.
옛 말에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으면 잣나무를 심는다'고 했으니 이는 빨리
크는 오동나무로 시집가는 딸에겐 장롱을 만들어주고 대를 이을 아들에겐 관으로 쓰게 하기 위
해서라 한다.
오동나무는 부드러워 음에 속하는 나무이니 모친상에는 오동상장(梧桐喪杖)이라하여 상주의
지팡이로도 쓰였으며 잎과 수피 열매등은 동피(桐皮),동엽(桐葉), 포동과(泡桐果)라 하여 각각
살충제,타박상,출혈,거담등에 약재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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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더니
내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밤중에 일편명월만 빈 가지에 걸렸에라
조선후기의 노래집 화원악보에 실려 전하는 작자미상의 이 시를두고 어찌 오동을 말 하랴!
세상에 성군이 등장할때 같이 나타난다는 봉황은 중국 고대의 전설에서 유래된 길조인데
벽오동나무에만 깃들고 대나무열매인 죽실을 먹는다고한다.
난세의 백성들은 태평성대와 성군에대한 바램을 담거나 혹은 스스로 출세와 대의를 지향하는
의미로 벽오동을 심기도 하였으니 아마도 벽오동과 봉황과 성군으로 이어지는 이미지지의
모티브는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풍류와 음악의 중요 소품이었던 거문고를 만드는 나무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노래집 시경(詩經)에 전하는 아래의 시가
춘추전국시대 이전부터 형성된 오동나무의 이미지를 후세에 전한 기록의 시원(始原)쯤 될 듯 하다.
봉황이 우네 저 높은 산마루에서(鳳凰鳴矣 于彼高岡)
오동나무 큰다 아침햇살 비추어(梧桐生矣 于彼朝陽)
무럭무럭 자라 옹옹개개 노래하네(菶菶萋萋 雝雝喈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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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이 푸른색을 띄는 벽오동(碧梧桐)나무는 오동나무와 달리 벽오동과에 속하니
두 나무의 생물학적 갈래는 다르다.
오(梧)는 벽오동을, 동(桐)은 오동나무를 뜻해, 중국의 여러문헌에 등장하는 오동나무는
주로 벽오동을 가리키나 오동나무와 그 특성에 용도까지 비슷해서 일본의 풍속화에서 유래한
화투장의 11월 똥광(桐光)위에 봉황이 그려졌다거나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桐花寺)에 봉서루
(鳳棲樓)가 있는점등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혼재된 이미지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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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의 '권학문'에서 백거이의 '당한가'속에서, 우륵과 왕산악의 가야금에서 거문고를거쳐
조지훈, 한용운의 시 속에서, 경복궁타령과 '오동추야 날이밝아'로 시작하는 오동동 타령에
이미자 김도향의 노래나 앞에 언급한 최헌의 유행가에 이르기까지, 어디 그뿐인가 셀 수없는
많은 기록과 문학과 영화의 제목으로도 우리의 삶 속에서 수 없이 회자되어온 오동나무는
21세기 인디밴드의 대표주자 크라잉넛의 '지독한 노래'에서
눈앞의 이득을 좇는 근시안적 세태를 일갈하는 가사로 그 맥을 잇는다.
"벽오동 심은뜻은♪ 장롱짓고 궤짝짜니 봉황은 갈곳이없네♬"
오동나무!
내겐 첫사랑 소녀와 나란히 앉았던 무당소의 자갈둑에서 갑자기 만난 소나기에
좁은 논둑길로 황급히 달려나오며 찰랑거리는 머리칼위에 받쳐 주던 오동잎과
어깨너머로 실풋 풍겨오던 소녀의 살짝 젖은 교복냄새가 아뜩했던....
참 그리운 나무이다.
"참이야! 아빠가 학생때에는 급할때 우산대용으로 오동잎을 썼단다."
"이렇게? 와! 진짜 우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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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태평성대와 성군에 대한 바램으로 벽오동을 심었다니 요즘 엄청많이 심어야 할것 같군요. 첫사랑에 대한 추억으로 그리운 나무라면 누군가는 살짝 기분나쁜나무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전 벽오동하면 김도향님이 부르시던 벽오동 심은뜻은 하고 시작되다가 와~~ 르르르르하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너무 많이 심었다가 성군이 너무많이나와 서로 자기가 성군이라고 우기며 싸우면
그꼴또한 ....ㅎㅎㅎ 근데 성군,성인,성자는 타고나는것보다 만들어지는것아닐까요?
서정적이고 해박하게 벽오동을 멋들어지게 표현한 주멍님 글 잘보고 갑니다.
네에에 !! 아버님께서 호적신고를 1년땡겨하신 갑장 오선생님 ㅎㅎㅎ...
어렸을때 해본 우산, ㅋㅋ 다시 한번 해볼가? 추억이 새롭네요. 추억을 주셔 감사해요.
어렸을적 오동잎우산을 받쳣던 기억이 있으시군요.
첨으로 댓글을 올리네용....
항상 감사하게 선생님이 올려주신글 잘 읽고 있습니다..
네에에 최선상님! 가끔 요리 댓글도 주시공~
비오는날이라 모처럼 들어 왔네요.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비개인날도 들어오셔요.
옛 삶의 풍속도를 스치는..... 좋은글 주변에 많이 써빙 할래-이오.
네에 강선생님!!
벽오동에 숨은 뜻이.........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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