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12월 8일. 다민족 국가인 소련은 각 민족의 거센 독립운동과 민주화의 과정 속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어 러시아를 비롯한 15개 나라로 갈라졌다. 신생 독립국가의 특징 중에 하나는 한 사람에 의한 독재정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발트 3국인 그루지아, 키르키즈스탄, 우크라이나는 갈등과 소요 속에서도 민주화를 이루거나 진행 중이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독재가 이루어지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 같은 경우는 권력의 세습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에도 15년째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에 의해 철권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6년 여름, 카리모프의 철권통치에 반대하는 소요사태가 안디잔에서 일어났지만 미국의 방관 속에서 무자비하게 진압되고 만다. 이때 420여명의 우즈벡 인들이 키르키즈스탄 오쉬로 대피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독립국가연합(CIS)중 독재국가들이 민주화를 이루거나 진행 중인 나라들 보다 경제성장률이 두 배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였던 우리나라의 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이 모델이 되지는 않았을까?
▣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는 인구 250만의 옛 소련시절 다섯 번째로 큰 도시로 지금도 중앙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지하철이 다니는 제일 큰 도시이다.
▣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격동의 역사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과 우리를 갈라놓은 듯 하다. 사실 구소련의 사할린 거주인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정책에는 고려인 외에도 많은 숫자의 독인인과 유태인이 끌려 왔었다. 하지만 소련이 무너지고 난 후 본국의 노력으로 이들 대부분은 독일과 미국, 이스라엘로 귀국했다. 하지만 24만 명에 이르는 고려인들은 어떤가? 귀국은 고사하고 입국비자 조차 까다롭게 발급하고 있단다. 많은 고려인 젊은이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으로 가기가 너무 힘들고, 중간에 브로커에게도 막대한 돈을 줘야한다. 가끔은 사기를 당하는 사람도 많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난 유럽이나 재미교포들에게는 깍듯이 대하면서 국가가 힘이 없던 시절, 어쩔 수 없이 중국이나 소련으로 떠난 동포들에게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정착시키기 힘들다면 최소한 고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라도 줘야하지 않을까. 최근 저출산 대책에 수 조원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하다는데, 그 예산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 아랄 해(海). 1960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로 너무나 아름다워 중앙아시아의 진주로 불렸다. 하지만 아랄 해의 물 공급원인 아무다리아강 줄기를 돌려 중앙아시아의 사막을 세계적인 목화산지로 가꾸는 기적을 이뤄내면서 아랄 해의 재앙은 시작된다. 아랄 해는 주변 강에서 흘러 들어온 물이 그대바다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증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때문에 주변 강에서 유입되는 수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말라들어 갔고, 결국 1986년에는 호수가 남북으로 나뉘어졌으며, 수량도 처음의 1/3 수준을 유지할 뿐이다. 그 옛날, 푸르름으로 가득 찬 아랄 해는 수증기를 공급해줄 공급원 이 없어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절만 해도 개발논리에 환경문제가 맞설 힘이 부족하던 때였다.
▣ 우즈벡 인들의 한국에 대한 동경은 대단하다.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가서 일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한국어를 전공하는 한 여대생은 한국어를 전공하는 이유로 한국에서 미장원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곳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일본의 이미지보다 훨씬 좋다. 아무래도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했고, 우즈벡 인들도 한국에 와서 비교적 많은 보수를 받고 일을 해서 그런 것 같다.
▣ 티무르가 태조 이성계라면 울르그벡은 세종대왕과 견줄 수 있다.
▣ 실크로드 제국의 역사가 짧은 이유는 바로 끊임없이 펼쳐진 사막이다. 끝없는 사막은 대부분이 평지로 되어있어 강한 힘을 가졌을 때는 끊임없이 뻗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한 번 약해지면 사방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산성에 틀어박혀 항전을 한다는 것은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프리카의 전차전 역시 戰線만 있었지 영토는 없었다.
▣ 우즈베키스탄 여행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로는 “제브시카”와 “스컬커”, “쓰바씨바”를 들 수 있다. “제브시카”는 ‘아가씨’를 부르는 말이며, “스콜커”는 ‘How much ~ ?'나 'How many ~ ?'의 의미로 시간이나 금액, 연도, 무게 등 다양하게 숫자를 묻는 말이다. “ 쓰바씨바”는 ’감사합니다‘는 뜻이다.